그야말로 모든 역량을 쏟아 부어야 하는 홍명보호 올림픽대표팀입니다. 여러가지 문제로 어수선한 한국 축구에 또 한 번 희망의 빛을 보여줄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입니다.

홍명보호가 6일 새벽 2시 35분(한국시각), 사우디아라비아 담맘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2012 런던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4차전을 갖습니다. 반환점을 돈 최종예선에서 2승 1무로 현재 A조 1위를 달리고 있는 홍명보호는 힘겨울 수 있는 중동 원정 첫 단추를 무조건 잘 꿴 뒤에 약 2주 뒤 열릴 오만 원정을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가겠다는 각오를 갖고 있습니다.

‘몰수 승’ 오만 때문에 부담 갖게 된 홍명보호

현재 홍명보호는 2승 1무 A조 1위를 달리며 본선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밟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유로운 것은 아닙니다. 갑작스럽게 순위 판도에 변수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당초 1승 1무 1패를 기록하며 2위에 올랐던 오만이 지난해 11월 27일에 열린 카타르전을 몰수 승으로 승점 3점을 챙기는데 성공, 2승 1패로 성적이 바뀌어 단숨에 한국을 승점 1점 차로 따라붙었습니다. 카타르에서 출전한 선수 1명이 경고 누적으로 출전할 수 없었지만 이를 어기고 출전시킨 것이 뒤늦게 밝혀져 몰수와 벌금 징계를 내린 결과였습니다.

이 때문에 비교적 여유 있게 중동 원정을 준비했던 홍명보호는 부담을 안고 사우디, 오만 전을 잇따라 치르게 됐습니다. 승점 3점 차에서 승점 1점 차로 쫓기게 되면서 이 두 경기를 무조건 잘 치러야 여유 있게 차이를 벌리고 본선 진출을 노릴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만약 사우디전과 오만 전에서 한 번이라도 패하게 되면 다음 달 열리는 카타르와의 최종전에서도 본선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까지 몰릴 수 있습니다. 각 조 1위 팀만 본선에 직행할 수 있는 탓에 어느 때보다도 긴장감을 갖고 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우디전은 매우 중요합니다. 비록 지난해 11월 말에 열린 3차전에서 이겼고 최하위에 몰려있는 사우디라지만 결코 만만한 상대는 아닙니다. 더욱이 경기가 열리는 곳은 한국 축구가 발목을 잡히기로 유명한 사우디입니다. 전력에서는 앞선다 할지라도 외부적인 변수들이 많은 사우디에서 치러지는 만큼 적지 않은 부담을 안고 경기를 갖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담맘에 대한 나쁜 추억 ‘담맘 쇼크’

한국이 사우디아라비아와 경기를 펼칠 장소는 바로 사우디 동부 최대 도시 담맘입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지역이라 할 수 있겠지만 한국 축구에게 담맘은 그리 유쾌한 기억이 많지 않은 장소입니다.

2005년 3월, 본프레레 감독이 이끌었던 축구대표팀은 담맘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독일월드컵 최종예선 경기를 가졌습니다. 당시 사우디는 한국을 이기기 위해 한국팀이 비교적 익숙했던 수도 리야드에서 담맘으로 장소를 변경하는 ‘꼼수’를 부렸고, 한국은 이에 아랑곳 않고 중동 적응 훈련을 펼치며 ‘꼼수는 없다’고 맞섰습니다. 하지만 한국 축구는 무기력한 경기력으로 사우디에 0-2로 완패하고 말았고 이는 곧 ‘담맘 쇼크’로 불리며 한국 축구의 치욕적인 순간으로 남았습니다. 당시 본프레레 감독은 측면으로만 의존하는 무능력한 전술 운영으로 이렇다 할 장점을 보여주지 못했고, 이는 본프레레 감독의 하락세를 부추긴 시발점이 되기도 했습니다.

3년 뒤인 2008년 11월, 이번에는 U-19(19세 이하) 대표팀이 담맘에서 U-19 아시아선수권을 가졌습니다. 당시 U-19 대표팀에는 현재 홍명보호의 주축 멤버들이 다수 포진돼 있었습니다. 김보경, 서정진, 조영철을 비롯해 김동섭, 김영권, 윤석영 등도 주전 선수로 활약했고, 현재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뛰고 있는 구자철도 활약했습니다. 성적이 나빴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한국은 8강에서 숙적 일본을 3-0으로 완파하는 저력을 선보이며 U-20 월드컵 출전권을 획득했고 이는 현재 홍명보호로 성장하는 발판이 됐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조별 예선에서 아랍에미리트(UAE)에 1-2로 역전패하는 수모를 겪었고 4강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도 0-1로 져 아시아 정상 정복에 실패했습니다. 성과가 있었지만 조별예선과 토너먼트까지 5경기 가운데 2차례나 졌던 것은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사우디에서의 유쾌한 추억을 기대한다

그리고 한국 축구는 3번째 담맘에서 경기를 치르게 됐습니다. 물론 한국 축구는 그 사이에 사우디에서의 악몽을 어느 정도 털어냈습니다. 2008년 11월 열린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에서는 축구대표팀이 2-0 완승을 거두며 19년 만에 사우디전 승리를 거두는 쾌거를 이뤘고 지난해에는 전북 현대가 사우디 명문 알 이티하드 원정에서 3-2 승리를 거뒀습니다. 적어도 사우디에서 한국 축구의 힘이 떨어진다는 말은 이제 통하지 않게 된 셈이 됐습니다.

그러나 담맘에서 한국 축구는 아직 결과적으로 유쾌한 경험을 만들어낸 적이 없었습니다. ‘삼세번’을 좋아하는 한국 입장에서는 이번 3번째 담맘에서의 경험이 ‘즐겁고 유익한 경험’으로 만들어내기를 바라고 있을 것입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이겨야 하는 이번 사우디와의 올림픽 최종예선 4차전. ‘담맘 쇼크’의 나쁜 기억을 털어버리는 한국 축구가 될 수 있을지, 그 역할을 홍명보호 올림픽팀이 깔끔하게 수행해낼 수 있을 지 흥미롭게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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