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MZ세대'가 화두다. 대선 국면에 접어들며 후보자들은 2030 세대들을 '민지'라고 명명하고 접촉면을 늘리는 등 표심을 얻기 위해 애쓰고 있다. 언론사들은 앞다퉈 MZ세대 분석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중앙일보는 한 발 더 나아가 '2040세대 성향 테스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나는 MZ세대일까 X세대일까, 초간단 세대성향 판별기’는 중앙닷컴 회원가입을 해야 이용할 수 있다.

판별기는 15개 질문지에 4지 선다형의 답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첫 질문은 ‘남북통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로 이용자는 ‘매우 필요하다’, ‘필요한 편이다’, ‘필요하지 않은 편이다’, ‘전혀 필요하지 않다’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북한 코로나 백신 지원 찬반, 통일세 신설 찬반, 미·중갈등 관련해 우리 정부가 어느 국가 편을 들어야 하는지 등의 질문이 이어진다.

중앙닷컴 '2040세대 성향 테스트' 질문지 갈무리

여성 징병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여성가족부 폐지 주장에 찬반을 묻고, 결혼 필수 동의 여부와 동성 커플 합혼 찬성 여부를 묻는다. ‘자식은 부모를 모실 의무가 있다’며 공감 여부를 묻는 질문도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은 공정하다고 생각하는지’, ‘복지재원 확보를 위해 세금을 더 걷어야 하는지’, 원자력발전 확대·축소, 해외 난민 수용 찬반, 국가대표 병역특례 찬반 등의 질문이 차례로 대기하고 있다.

여러 경우의 수가 있지만, 통일 필요성과 백신 지원·통일세 부담에 동의하며 여성징병제와 여성가족부 폐지 반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찬성, 난민 수용 찬성에 표시하면 40대로 나온다.

이에 대한 판별기의 설명은 "설문으로 본 40대 특징은 평균 4.9점"이라며 “통일 해야죠(73.9%) 북에 백신도 지원해야하고(67.3%), 통일세 부담 용의도 있습니다(57.6%), 여성도 군대 가자고요? 에이~(62.2%),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필요한 측면 있습니다(53.1%), 다들 힘든데 세금 좀 더 내고(58.6%) 난민도 받아들여야죠(60.3%)”다.

반면, 통일에 관심이 없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불공정하다고 느끼며 결혼은 필수가 아니고 난민 수용에 반대하면 20대에 가깝다고 나온다. 20대 특징은 평균 5.9점 이상으로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불’공정입니다(59.2%) 통일은 잘 모르겠는데(필요49%, 불필요 47.1%), 통일세는 싫습니다(62.1%). 부모님은요? 사랑하는 엄마 아빠 당연히 모셔야죠(81.7%), 결혼은 안 해도 됩니다만(59.1%), 동성 결혼 말릴 건 또 뭐람(65.1%)”이라는 설명이 붙는다. 여가부 폐지 입장에 대한 해설은 20대, 40대 어디에도 없다.

중앙일보의 '2040세대 판별기' 결과. 답변에 따라 점수만 달라질 뿐 20대와 40대 성향 설명은 동일하다.

조사 결과를 받아본 이용자 사이에선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남북 관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여가부 폐지 이슈 등으로 어떻게 MZ 세대를 나눌 수 있냐는 지적이다. A씨(32세)는 “보수 가치 위주로 찍으면 20대가 나오고, 진보가치 위주로 찍으면 40대가 나온다. 여가부 폐지에 매우 찬성을 눌렀더니 20대가 나왔고, 20대 대표 셀럽으로 류호정 의원이 나왔는데 이렇게 단순한 구조가 어딨냐”고 말했다. 40대 성향이 나온 B씨(34세)는 “이런 한심한 수준의 테스트를 만들어놓고 회원가입까지 요구하는 뻔뻔함에 놀랐다”고 했다.

91년생 황은주 대전 유성구의회 의원은 MZ세대 판별기가 복잡한 이슈를 세대론으로 퉁치는 식으로 세상을 납작하게 해석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황 의원은 “MZ세대는 통일을 반대하고 중국을 싫어하고 여성 징병제를 찬성한다고 호도하는 측면이 있다”며 “MZ세대가 보수화됐다고 말하려는 의도가 있는 설문조사라는 생각까지 든다. 대선 국면에서 이런 식으로 데이터가 쌓이면 ‘MZ세대는 보수화됐다’는 결론으로 확대·재생산될 것 같아 우려된다”고 밝혔다.

또한 황 의원은 이벤트 성격의 서비스라도 이분법적 선택지로 세대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는 설문조사를 만들어 참여를 독려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황 의원은 “여론조사는 언제든지 할 수 있다. 문제는 선후관계가 뒤바뀐 설문조사라는 점”이라며 “진짜 MZ세대 생각이 궁금한게 아니라 결론을 내려놓고 너는 어느 쪽인지 분류하는 형태다. 언론이라면 이분법적인 분류가 아닌 해설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세대 성향 판별기’, 질문 어떻게 나왔나?

중앙일보의 '세대 성향 판별기'는 편집국 정치팀과 내부 개발팀이 협업해 기획 제작했다. 앞서 9월 15일 창간기획 ‘2040 리포트’를 토대로 디지털 인터렉티브 서비스를 만들었다. 중앙일보는 이용자가 MZ세대와 가까운 성향인지, X세대라고 불리던 40대에 가까운 성향인지 알 수 있다고 홍보했다.

중앙일보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20대와 40대의 인식차가 적잖다”는 주장을 실증하기 위해 해당 기획을 준비했다고 한다. 여론조사업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8월 27~29일 사흘간 20대 1011명, 40대 1007명을 대상으로 사회 인식을 조사했다. 조사는 전화 면접원 면접조사(가상번호 100%)로 진행됐으며,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3.1%p다.

9월 15일 중앙일보 창간기획 보도 '2040 리포트'

엠브레인퍼블릭이 진행한 설문은 ‘초간단 세대성향 판별기’에 나오는 15개 문항이 사용됐다. 중앙일보는 질문 문항과 답변 보기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이재묵 한국외대 정외과 교수, 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 조진만 덕성여대 정외과 교수, 허진재 한국갤럽 이사의 감수를 받았고, 설문 설계 과정에선 강원택 서울대 정외과 교수, 강정한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로부터 도움받았다고 적었다. ‘초간단 세대성향 판별기’ 앞에도 동일한 명단을 명시했다.

조진만 교수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중앙일보에서 2040 중심으로 세대 간의 쟁점을 보이는 질문들을 물어왔고, 저는 개인주의와 공동체주의에 대한 인식, 386세대의 현대사 인식과 더불어 권위주의 체제, 남북 관계 등 다소 추상적일 수 있는 질문을 던졌으나, 중앙일보 데스크에서 설문을 위해 이를 구체적이고 뜨거운 쟁점이 되는 질문들로 구체화시킨 것 같다”고 전했다.

해당 질문들이 세대성향을 판별하기에 적절한 질문인지 묻자 조 교수는 “해당 질문들은 이념을 배제한 채 세대만을 가르는 질문은 아니었다. 생애주기적으로 보면 젊은 층이 진보적인데 요즘엔 이전과 달리 쟁점별로 분화되는 느낌이 있다”며 “언론은 새로운 사실을 전하는 데 중점을 두다 보니 현안 질문을 통한 팬시한 수준으로 성향을 판단했고, 이후 결과에 대한 분석은 학자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진욱 교수는 "질문 문항은 중앙일보 팀에서 작성하고 작업 전에 세대이슈를 어떻게 접근할지 자문을 구했다. 이에 저는 '특정한 세대가 많은 면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전제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MZ세대만의 특별한 측면만을 찾으려는 시도는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조언을 건넸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지난 4월 선거 여론조사 이후부터 MZ세대가 부상하기 시작하고, 이들을 규정하기 위한 미디어 분석이 많아지기 시작했는데, 저는 스테레오 타입으로 분류되는 세대론은 전적으로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9월 15일 창간호 1면과 4, 5면을 ‘2040 리포트’ 분석 결과를 보도하는 데 할애했다. 20대와 40대의 인식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분야는 남북문제로, 현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남북 이슈(백신 지급, 통일세)로 주제를 좁히면 인식 차이가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15가지 질문에 대한 전문가들의 해설까지 곁들였다. 하지만 인터렉티브 형식으로 올라온 ‘초간단 세대조사 분석기’에는 20대·40대 성향 결과만 나올 뿐 해설 기사로 연결되지 않아 독자들이 추가적인 정보를 접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한편 중앙일보 9월 독자위원회에서도 ‘MZ세대 시리즈가 적절했냐’는 지적이 나왔다. 임유진 강원대 교수는 “창간기획으로 ‘2040 세대차이 보고서’가 실렸고 모바일로 ‘초간단 세대성향 판별기’에 나오는 15개 설문 문항을 직접 테스트해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며 “다만 MZ세대를 강조하다보니 그 세대와 계속 대척점을 만드는 것 같고 언론에서 세대 갈등을 완화하는 게 아니라 더 부각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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