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이리저리 분주히 움직인다. 덩달아, 두 대의 편집기도 열심히 돌아간다. 한쪽에선 원고를 수정하고, 다른 쪽에서는 오디오를 녹음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미처 작성하지 못한 원고를 작성한다. 사람들이 주고받는 말 가운데 10.26 재보궐 선거, 재능교육, 김인규와 김재철이라는 단어가 툭툭 튀어나온다. “정신없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이곳은 바로 해직 언론인들이 만드는 ‘진짜 뉴스’ <뉴스타파> 제작 현장이다.
지난 1월27일, 처음 대중 앞에 공개된 <뉴스타파>의 후폭풍은 대단했다.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뉴스타파>를 조횟수는 30만을 넘었다. 시민들은 “진짜 뉴스다” “정말 뉴스다운 뉴스다”라는 극찬을 쏟아냈다. 한 시간 넘게 방송사고가 났음에도 아무도 몰라 ‘굴욕’을 당했던 종합편성채널보다 더한 관심이 일주일 사이 <뉴스타파>에 쏟아졌다.
예정된 시간이 살짝 지난 오전 11시, 앵커를 맡은 노종면 기자(YTN에서 해직)가 청와대를 뒷배경으로 자리를 잡고 앉는다. 본격적으로 녹화가 시작될 분위기다. 노종면 기자는 뉴스 원고를 읽기 위해 의자를 이리 저리 옮기고 여러 번 각도를 조정한다. 그 사이, 권석재 기자(YTN에서 해직)를 비롯한 제작진은 조명을 켜고, 앵커의 모습을 카메라를 통해 담는다.
앵커 멘트를 통해 살펴본 <뉴스타파> 2회는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지난 10.26 보궐선거 당시 투표소 변경을 둘러싼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의 꼼수를 다시 한 번 지적하는 통쾌함을 맛볼 수 있다. 또, 위키리크스 전문을 통해 한미FTA 재협상을 둘러싼 MB 정부의 거짓말도 날카롭게 지적한다.
이 뿐 아니다. <뉴스타파>는 기사보다는 소설로 평가받고 있는 ‘인간어뢰’에 버금가는 조선일보의 김정남 관련 날조 보도의 허구성도 짚는다. 또, KBS와 MBC, YTN 등 내부에서 치열한 투쟁을 벌이고 있는 언론사 현황도 전한다. 아울러, 5년 넘게 길거리 투쟁을 하고 있는 재능교육 여교사들의 목소리도 생생하게 전한다. 참고로, 언론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삼성 관련 소식도 <뉴스타파>에서 만날 수 있다.
‘뉴스다운 뉴스’를 만드는 현장은 이렇듯 녹록치 않다. 짐작은 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더 열악했다. 제대로 된 기기조차, 공간조차 없다. 편집을 담당할 인력도 부족하다. <뉴스타파>가 제작에 맞춰 새로 구입한 기기는 편집기 두 대와 50여만 원 하는 카메라 두 대, 조명 정도다. (그러나 현재 사용하고 있는 메인 카메라는 블로거 ‘미디어몽구’가 대여해준 것). 특히 프롬프터가 없는 덕분에 노종면 앵커는 카메라 바로 옆쪽에 놓아 둔 노트북을 오른쪽 손으로 직접 마우스를 움직여가며 원고를 읽어 내려가는 수고를 겪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뉴스타파> 배경이 되는 곳인 언론노조 사무실 창문으로 청와대가 또렷하게 보인다는 것? 이 정도다.
밤잠을 꼬박 새고 쉼 없이 작업을 하고 있는 제작진들의 수고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녹화를 마친 뒤에도 각 리포트에 대한 편집 작업이 쉴 새 없이 이뤄지고 있다. 도와주기로 했던 편집 인력이 부족해 당초 공지한 오늘밤 9시에 방송을 송출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긴 하지만, ‘진짜 뉴스’를 만들기 위한 그들의 작은 전쟁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지상파 뉴스가 정권 홍보 방송이 돼버린 현실에서 우리만이라도 제대로 된 방송을 통해 바른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절박함 때문에 뉴스타파를 시작하게 됐다”는 제작진의 간절한 바람을 응원한다.
오늘 밤 9시에 공개될 <뉴스타파> 2회의 클로징 코멘트를 살짝 먼저 공개한다.
“육군이 나는 꼼수다 어플리케이션을 휴대폰에서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지시 본문 제목이 ‘종북 어플 삭제 강조 지시’였습니다, KBS는 김제동씨의 토크콘서트 대관을 취소했습니다. 정치적 목적의 행사라는 게 대관 취소 사유였습니다. 밖이 매우 춥습니다. 정치 현실은 더 춥습니다. 언론이 스스로를 태워서 현실을 녹이라는 목소리를 무겁게 듣겠습니다. 뉴스타파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