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를 본격화한 것과 관련해 한겨레가 “보수 개신교계 반발을 의식해 시늉만 하다 그칠 수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차별금지법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않는다면 대선 국면에서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우려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4일 정책조정회의에서 국민의힘에 "차별금지법 토론회를 개최하자"고 공개 제안했다. 박 의장은 “정기국회 동안 사회적으로 반향이 큰 과제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려 한다"면서 "차별금지법에 대한 논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달 “차별금지법을 검토할 단계”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평등의 약속, 차별금지법 바로 지금' 기자회견 (사진=미디어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차별금지법안은 4건이다. 내용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소수자·약자에 대한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취지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하는 의원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 발의한 평등법 제정안 공동발의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민주당·열린민주당·무소속 의원은 23명에 달한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유보적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한겨레는 5일 사설 <14년 기다린 차별금지법 제정, 해 넘기지 말아야>에서 “집권 여당의 정책사령탑이 공동토론회 개최를 야당에 제안했다고 하지만 ‘논의를 시작하자’는 것일 뿐 ‘이번 정기국회 안에 입법을 마무리해달라’는 시민사회 요구와는 온도 차가 크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민주당은) 법안 처리에 찬성하는 의원이 상대적으로 많을 뿐 ‘차별에는 반대하나, 법 제정을 위해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에선 국민의힘과 큰 차이가 없다”면서 “민주당은 아직 차별금지법에 대한 당론조차 없다. 이재명 대선 후보 역시 분명한 의견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대선을 앞두고 보수 개신교계의 반발을 의식해 법안을 논의하는 시늉만 하다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겨레는 “법을 만들기 전에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건 당연하다”면서 “그러나 법안이 발의된 지 14년이 지나도록 ‘합의가 필요하다’는 말을 반복한다면 입법 의지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차별을 없애자는 지극히 당연한 법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더 논의의 시간을 이어가야 한단 말인가”라고 했다.

한겨레는 “정치의 핵심 기능은 의제를 던지고 합의를 만들어내는 것이지, 합의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민주당은 야당의 반대와 무성의를 탓하기에 앞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얼마나 노력을 쏟았는지부터 자문해보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차별금지법 제정을 당론으로 정한 정의당은 민주당의 공동토론회 개최 제안에 대해 “비교섭단체를 차별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장혜영 정의당 정책위의장은 4일 “(토론회 제안은) 반가운 얘기지만, 국회에 야당이 국민의 힘만 있는 줄 알겠다”면서 “맥락을 무시하고 좀스럽게 국민의힘 정책위만 호명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기득권적인 언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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