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후보 83%, 민주당 후보 63% 미디어 정책 응답 거부, 국회의원 자격 이미 상실 -

한나라당은 서울과 수도권, 부산 경남 지역구에 모두 후보를 냈다. 이들 지역 한나라당 후보 152명에게 현안과 미디어 정책에 대한 견해를 묻는 설문을 시행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후보 152명 가운데 설문에 응한 사람은 겨우 25명에 불과했다. 전체 83%에 이르는 127명은 아예 설문에 응하지 않은 것이다.

민주당 역시 이들 지역구에 모두 129명의 후보를 냈다. 하지만 이들 후보 중 설문에 응한 수는 47명에 불과했다. 63%는 미디어 정책에 대한 견해를 밝히는 것을 거부했다.

지역별로 보면 상황이 더욱 한심하다. 한나라당 후보의 무응답 비율은 서울의 경우 95%, 부산은 72%, 울산은 100%, 경남지역은 35%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에서는 무응답 비율이 58%, 경기지역에서는 96%에 달했다.

한나라당 후보보다 조금 낫긴 하지만 민주당 후보들도 미디어 정책이 부재하긴 마찬가지이다. 무응답 비율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 73%, 부산 45%, 인천 45%, 경기 74%에 달했다. 울산과 경남지역 민주당 후보자들은 100%가 설문에 응했다.

정책 선거가 실종됐다고 하지만 후보자들마저 제대로 된 미디어 정책관을 갖추고 있지 못함을 그대로 드러냈다. 각 정당들이 후보자를 공천할 때 기준으로 삼은 게 과연 무엇인지 통탄스럽다. 아울러 대한민국의 미디어 정책 방향도 퇴행의 그림자를 걷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특히 한나라당 후보 10명중 8명이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이번 설문요청을 무시한 것은 내부적으로 정책 검증 회피를 당론으로 정한 게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언론과 직간접적으로 인연을 맺고 있는 후보자들조차 미디어 정책에 대해 무소신과 정책 부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언론 재직 경력을 자신의 영달을 위해 써먹을 줄만 알았지 언론자유와 방송 독립 그리고 국민의 알권리 신장에 도움되는 방향으로 활용하겠다는 소신과 식견이 천박함을 증명한다.

특히 노웅래(민주당 마포 갑), 박영선(민주당 구로 을), 정동영(민주당 동작 을), 안형환(한나라당 금천), 전여옥(한나라당 영등포 갑), 진성호(한나라당 중랑 을), 유정현(한나라당 중랑 갑), 신은경(자유선진당 중구) 심재철(경기 안양 동안을) 후보처럼 한때 언론사에 몸담았거나 국회 문광위에 소속됐던 인사들조차 자신의 언론관을 공개하기를 거부한 점은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정몽준(한나라당 동작 을), 한명숙(경기 고양 일산동) 후보처럼 정치적 영향력을 부인할 수 없는 후보들이 미디어 정책을 묻는 설문을 회피한 점도 지적돼야 한다. 특히 성희롱을 저지르고도 거짓말로 일관하다 막판에 사과한 정몽준 후보는 도덕적 흠결은 물론 정책적 함량도 천박하다는 것을 이번 설문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설문에 적극적으로 응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후보자들은 신문방송 교차 소유 허용과 공영방송의 민영화 등에 적극 반대하고 있으며, 설문에 응한 후보자 중 한나라당 후보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최시중 방통위원장 임명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가지 고무적인 현상도 확인할 수 있었다. 설문에 응한 거의 대부분의 후보자들이 지역 언론의 어려움을 인정하고 지역신문과 지역 방송을 지원하는 법과 제도가 연장되거나 마련돼야 한다는 데에 찬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언론노조는 서울과 수도권, 부산,울산,경남 지역 주요 후보자들이 설문에 성실히 응하지 않은 점을 규탄한다. 또한 앞으로 당선된 국회의원을 상대로 미디어 정책관을 검증해 올바른 미디어 정책이 시행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2008년 4월 7일
전국언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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