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일부 언론이 가수 SNS를 빌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로봇을 학대했다는 어처구니없는 허위사실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가수 이승환 씨는 2일 개인 SNS에 반려견과 로봇 강아지가 나란히 앉아 있는 사진을 게시하며 “지구, 구름이와 같이 살기 시작한 후 11년 동안 백돌이 밥(전기) 안 줬다. 죄책감, 측은함 1도 없이 로봇의 허기짐에 감정이입 못하는 난 사이코패스?”라는 글을 달았다.

일부 언론은 가수 이승환 씨의 게시글을 인용해 ‘로봇 학대’ 프레임을 이어갔다. 2일 조선일보, 중앙일보, 서울신문, 국민일보, 매일경제, 이데일리 등은 ‘친여 성향의 가수 이승환 씨가 로봇 학대 논란에 휩싸인 이재명 후보를 옹호하는 게시물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들 언론은 “해당 영상은 일부 커뮤니티에서 ‘폭력적이다’, ‘로봇 학대 아닌가’ 등의 지적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들 언론은 이 씨가 대표적인 친민주당 성향 인사이며 과거 수차례 야당 대선 후보를 저격한 바 있다는 내용을 더했다.

11월 3일 네이버 뉴스 화면 갈무리

앞서 이재명 후보는 지난달 28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로봇 박람회 ‘로보 월드’를 방문해 재난 대응용으로 개발된 4족 보행 로봇 시연을 관람했다. 이 후보는 성능 테스트를 위해 로봇을 넘어뜨렸고 로봇은 몸을 뒤집어 곧바로 일어났다. 해당 장면을 두고 몇몇 언론들은 ‘로봇 학대’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지난달 31일 개인 페이스북에 당시 영상을 게시하며 “일부 언론이 ‘이재명이 로봇 박람회에서 로봇을 일부러 넘어뜨렸다’고 비난한다”며 “넘어뜨리는 일부 장면만 보여주며 과격 운운하는 것은 가짜뉴스”라고 비판했다.

해당 로봇 업체 관계자는 1일 미디어오늘에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시연 자체가 로봇이 밀어도 넘어지지 않고,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시나리오였다”며 “제가 ‘밀어도 괜찮아요’라고 말씀드렸고, 밀게 됐다. 이후 밀어도 (로봇이) 넘어지지 않고 복원해 그래서 제가 ‘좀 더 미셔도 된다’고 말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승환 개인 인스타그램 갈무리

한편 가수 이승환 씨는 자신에 대한 보도를 직격했다. 같은 날 이 씨는 서울신문 <가수 이승환, "로봇에 전기 안 준 난 사이코패스"> 기사를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문맥도 이해 못하는 넌 기레기”라는 글을 남겼다.

몇 시간 뒤인 3일 새벽 이 씨는 중앙일보 <이재명 감싼 이승환 ‘전기 강아지 밥 안 준 난 사이코패스’> 기사 화면을 캡쳐해 게시했다. 이 씨는 “진실을 전하려는 의도보다 천박한 악의가 느껴지지 않냐”며 “‘난 사이코패스?’라고 기사 사진에 있는 걸 ‘난 사이코패스’라고 쓰다니, 기레기 소릴 괜히 듣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씨는 “로봇에 과잉 감정이입 하시는 기자분들 및... 음악해야 한다”며 “그 감수성, 그 공감능력! 발라드 해야 한다. 재능을 가짜뉴스에 낭비하지 말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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