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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의 동문서답식 기자 상대 손배소송전'기자 표적 소송' 항의받자 "기사 쓴 것 확인해야"…국감에서 재판 지연책임, 기자에게 떠넘겨
송창한 기자 | 승인 2021.10.28 19:29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산업은행(회장 이동걸)이 기자를 상대로 제기한 거액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기사를 작성한 게 해당 기자가 맞느냐'는 사실조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기자를 상대로 한 소송은 기사의 저작권이 회사에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성립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산업은행 측은 기사 작성자를 확인하자는 동문서답식으로 대응했다.    

지난해 11월 산업은행은 스포츠서울 권오철 기자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나섰다. 권 기자는 당시 <[취재석] 이동걸의 이상한 논리 "키코, 불완전판매 했으나 불완전 판매 아니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작성했는데 해당  칼럼이 허위사실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동걸 회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키코는 불완전 판매가 아니다"라면서도 "가격정보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권 기자는 "상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고도 불완전판매가 아니라는 이 회장의 논리는 '술을 마시고 운전을 했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라는 말과 동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썼다. 산업은행은 이 회장이 "불완전 판매했다"고 말한 적 없기 때문에 기사가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연합뉴스)

산업은행, 기자 '입막음 소송' 지적했더니 "기자가 쓴 기사 맞냐" 

28일 미디어스 취재결과 산업은행은 스포츠서울에 해당 칼럼을 권 기자가 작성한 게 맞는지 사실조회를 요청했다. 산업은행이 요구한 사실조회사항은 ▲칼럼을 권 기자가 작성한 것인지 ▲칼럼 제목과 제목 수정은 누가 작성·결정했는지 ▲만약 권 기자가 작성한 것이 아니라면 누가 작성한 것인지 ▲스포츠서울 편집국장·부장·차장이 칼럼의 제목과 내용 중 어느 부분을 변경했는지 등이다. 

또한 27일 열린 재판에서 산업은행은 기사 작성자와 관여자가 누구인지 확인한다는 취지의 사실조회를 스포츠서울 법인에 보내 답변을 독촉중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권 기자 법률대리인 조상규 변호사(법무법인 주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산업은행이 사실조회를 신청하겠다고 법원에 얘기했을 때, 판사도 우리도 황당했다. 당연한 걸 사실조회했기 때문"이라며 "우리의 주장사실 중 하나는 미디어회사가 자기 명의로 내보낸, 저작권을 가지는 기사는 명의자(회사)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랬더니 이런 사실조회를 한다"고 전했다. 지난 6월 재판부 역시 언론사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을 산업은행에 질문한 바 있다. 

2020년 10월 18일 스포츠서울 <[취재석] 이동걸의 이상한 논리 '키코, 불완전판매 했으나 불완전판매 아니다'>

조 변호사는 "기자가 썼다고 기사가 기자 것인가"라면서 "안해도 될 사실조회를 하고있다. 전형적인 보복성 소송, 봉쇄소송임을 자신들이 인정하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조 변호사는 "형사고소나 언론중재위를 거치지도 않고 기자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겁나서 기사 쓰겠나"라면서 "산업은행의 소송비용은 국민혈세다. 이런 막무가내식 민사소송은 국책은행이 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권 기자는 산업은행이 스포츠서울에 요청한 사실조회를 확인했다. 스포츠서울 박현진 편집국장은 사실관계확인서에서 "2020년 10월 18일자 <[취재석]이동걸의 이상한 논리 "키코, 불완전판매 했으나 불완전 판매 아니다"> 제목의 기사는 당시 본지 경제산업부 금융담당이었던 권오철 기자가 작성했고 부서장이었던 제가 데스크를 본 뒤 송고했다"고 밝혔다. 박 편집국장은 "이후 산업은행 측의 이의제기를 접수하고 직접 인용으로 오인할 수 있는 겹따옴표(“ ”)를 홑따옴표(‘ ’)로 수정했다"며 "이는 일상적인 기사 작성과 송고 과정으로 절차상 어떠한 하자도 없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동걸 회장, 국감에서 재판지연 지적받자 "기자가 지연시켜" 

권 기자측은 이 회장의 국정감사 위증을 추가로 제기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15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해당 재판이 지연되는 책임이 산업은행에 있다는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 지적에 "저희가 지연시키고 있는 게 아니라 상대편 기자가 지연을 시켰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산업은행측이 재판기일을 변경신청했다. 이 사건 재판 제출서류 접수내용과 기일내용을 보면, 재판기일 변경은 7월과 9월 두 차례 이뤄졌다. 7월은 코로나19 확산으로, 9월은 산업은행측 요청으로 기일변경이 이뤄져 이달 27일에 재판이 재개됐다. 조 변호사는 "우리가 쓴 준비서면에 대해 6개월동안 답변도 하지 않고 재판연기 신청까지 했다"며 "누가 재판을 연기한다는 건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왼쪽)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국가기관 산업은행, 이런 소송 계속되면 한국 언론자유 어떻게 되나"

민주당 이용우 의원은 산업은행의 이번 소송을 언론에 대한 전략적 봉쇄소송이라고 지적했다. 국정감사에서 이 의원은 산업은행이 국가기관인지 이 회장에게 물었고, 이 회장은 "국가기관이다"라고 답했다. 이어 이 의원은 "작년 국정감사 기사를 두고 손배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 판례를 보면 정부 또는 국가기관은 형법상 명예훼손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며 "판례에 의하면 성립하지 않을 소송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소송 주체인 원고는 산업은행이다. 만일 이 일로 패소했을 경우 그 책임을 명확히 해야할 것"이라며 "언론보도에 대한 봉쇄소송의 가능성을 심각하게 봐야한다. 이런 소송이 계속될 때 우리나라의 언론자유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고민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이 의원은 "칼럼의 제목은 데스크에서 잡는다. 기자를 대상으로 했을 때 이 소송의 과정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우려된다"며 "산업은행은 변론요지서를 내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법원에서 판단할 사항"이라며 "제가 하지 않은 말을 했다고 했기 때문에 바로잡기 위해 소송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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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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