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KBS 본사 앞에서 영화 <F20> 상영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던 장애인단체가 이번에는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 구제를 신청했다. KBS가 투자·제작한 영화가 조현병에 대한 혐오를 부추긴다는 이유에서다. KBS는 예정됐던 29일 방영을 보류하기로 했다.

영화 <F20>은 엄마 ‘애란’(장영남 역)이 조현병을 앓고 있는 아들의 병을 숨기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심리스릴러다. KBS가 단만극 시리즈 ‘드라마 스페셜’을 확장해 제작한 첫 번째 영화로 순제작비 7억 원이 투입됐다. 지난 6일 영화관에서 개봉된 뒤 15일부터 웨이브, Btv 등 OTT를 통해 방영되고 있다.

영화 'F20' 스틸컷

26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와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등 장애인단체들은 “영화 제작 및 유포 행위는 조현병 환자들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재생산하고 이들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및 인격권을 침해한다”며 KBS를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을 넣었다.

장애인단체는 영화 <F20>이 KBS를 통해 방영될 경우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불특정 다수의 대중이 영화관 상영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그 영상물을 접한 대중에게 영화관 상영과는 비교할 수 없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영화 <F20>의 제작 및 유포가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금지하는 차별행위”라며 KBS에 ▲방영 즉각 중단 ▲OTT 플랫폼 공급 중단 등을 권고해달라고 인권위에 진정했다.

이들은 “조현병 진단코드 ‘F20’을 제목으로 삼았고 공영방송에서 제작했다면, 영화로 인해 조현병에 대한 차별·편견이 확산되지는 않을지 신중했어야 한다”며 “영화는 사회와 제작진의 편견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으며 현실보다 더욱 자극적으로 과장하거나 왜곡해 묘사했기에 결과적으로 관객들의 편견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영화 소개와 예고편에서 조현병을 ‘충격적인 소식’,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불행’, ‘그 날 이후 그녀의 세상이 흔들린다’고 표현한 점, 고양이 사체를 보고 조현병 환자를 범인이라 추정하는 점, 조현병 증상 중 하나인 환시를 겪을 때 이를 공포스럽게 표현한 점 등을 지적했다. 20일 장애인단체는 KBS 앞에서 상영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관련기사 : “KBS, 조현병 혐오 조장하는 영화 'F20' 상영 중단하라”)

KBS는 29일 예정된 2TV에서의 <F20> 방영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27일 KBS 관계자는 “‘F20’ 방영을 보류했고 추후 방영 일시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 혐오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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