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의 징수체계를 일원화하고, 사업자 규모에 따른 누진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제안이 제기됐다. 사업자별 경영실적 차이가 심각한 상황에서 획일화된 징수 기준을 적용한다면 공평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방발기금은 방송진흥사업 및 문화·예술진흥사업을 목적으로 설치된 부담금이다. 방발기금은 SO·위성방송·IPTV 등 유료방송사업자와 지상파·홈쇼핑·종합편성채널·보도전문채널 등 방송사업자가 분담하고 있다. 유료방송사업자는 방송사업 매출액의 1.5%를, 방송사업자는 방송광고 매출액 중 일부를, 홈쇼핑 사업자는 영업이익의 13%를 방발기금으로 납부한다. SO의 방발기금 부담 비율은 매출액 100억 원 이하 구간에서 1%, 100억 원 초과 구간에서 1.5%다.

(사진=픽사베이)

이와 관련해 김광재 한양사이버대 교수, 변상규 호서대 교수, 이준형 서강대 박사는 22일 발간된 방송통신연구 가을호 <방송통신발전기금 징수체계의 공평성 확보를 위한 국가 간 비교연구> 논문에서 “사업자 사이에선 분담금을 징수하는 비율과 이를 결정짓는 구조가 합리적인가라는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며 “시장과 환경은 변하고 있어 규제 틀 역시 변화해야만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고 배경 설명했다

우선 연구팀은 산업 내 영향력·점유율 차이가 절대적인 IPTV와 SO에 동일한 징수율을 적용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현 제도는 기계적 균등성만 강조하고 있다”며 “차별 없는 징수율을 적용해 형평성에 부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개별 사업자가 처한 특수성은 전혀 반영되고 있지 못하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방송 사업자에게 방발기금과 유사한 TST(taxe sur les services de television)를 징수하고 있다. 프랑스는 방송 배급사업자(유료방송 사업자)에게 TST-D라는 세금을 부과하는데, 징수율은 사업자 규모에 따라 최소 0.5%에서 최대 3.5%다. 방송 배급과 편성을 동시에 하는 사업자는 3.75%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 연구팀은 “주로 통신사업자들인 TST-D 대상자들은 매우 경쟁적인 시장 상황에 놓여 있다”며 “(누진제는) 배급사업자들의 경쟁적 시장 상황을 반영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한국 방발기금 징수체계도 공평성 확보를 위해 징수체계를 누진적 특성을 반영한 모형으로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며 “이는 방발기금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형평성에 대한 근간의 문제 제기를 해소할 수 있는 주요 방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 즉 많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IPTV에 더 많은 방발기금을 징수해야 한다는 얘기다.

방발기금 부과, 총매출 단일 기준으로

연구팀은 방발기금 징수 기준을 통일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방송사와 홈쇼핑 사업자의 방발기금 부과 기준은 사업매출이 아닌 광고 매출과 영업이익”이라며 “지난해 기준 지상파의 방송광고 매출은 전체 매출의 50%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면 유료방송 사업자의 방송사업 매출은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상회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부과 기준에 따른 공평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는 상황을 고려하면, 모든 사업자에게 총매출을 단일 부과 기준으로 삼는 방법을 일괄 적용하는 것을 적극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캐나다는 매출액 기준 산정체계를 기반으로 방송면허수수료를 징수한다.

연구팀은 방발기금 관련 정부 기관을 일원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재 방송사업자 방발기금은 방통위가, 유료방송사업자 방발기금은 과기정통부가 담당하고 있다. 반면 프랑스와 캐나다는 단일 미디어 기구 체계를 운영 중이다.

연구팀은 “두 기관은 기금정책에 있어 유기적 협력을 표방하지만, 사실상 기금정책은 일관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며 “기금제도에 있어 나타나는 다양한 문제제기 가운데 상당수는 두 정책당국이 각기 다른 기준과 원칙을 표방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것들이 상당수다. 정책 집행기구의 일원화가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사진=픽사베이)

넷플릭스 등 주문형 비디오 사업자(OTT)에 대한 방발기금 징수 논의도 필요하다. 프랑스는 넷플릭스 등 OTT에 TST를 부과하고 있다. 세율은 매출의 2%다. 프랑스는 지난해 TST와 비디오세를 통합하는 법안을 발표하면서 세율을 5.15%로 증액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선형적 서비스를 하는 편성사업자와 비선형적 서비스를 하는 OTT들이 직접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마련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기존 질서체계에 포섭되지 않은 뉴미디어들이 부상하는 상황을 극복하고 시장 질서를 새롭게 규율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는 대다수 국가들에겐 하나의 롤모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올해 ‘시청각미디어서비스 통합법제’를 중점 추진 과제로 꼽고, OTT에 뉴미디어기금을 징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8월 기자간담회에서 “방발기금을 확대하고 뉴미디어 기금을 징수해 산업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공적기금을 늘리는 방향성에 동의한다”며 “그러한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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