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과거 케이블방송 현대HCN이 안전관리 책임을 하청업체로 떠넘기는 용역위탁계약서가 공개돼 전형적인 '위험의 외주화'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21일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현대HCN과 하청업체가 맺은 용역위탁계약서의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현대HCN은 KT스카이라이프에 인수됐으며 현재 사명은 HCN이다. 현대HCN의 용역계약을 HCN이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CN 외주업체 노동자 작업현장 사진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

해당 계약서는 '산재보험과 안전관리' 조항에서 안전관리책임을 전부 하청업체로 돌리고 있다. 'A 하청업체 종업원이 현대HCN의 위탁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업무 상 재해로 인해 부상 또는 사망해 본인 또는 그 가족이 현대HCN 또는 A업체에 연대해 손해배상 등 소송, 진정, 이의를 제기하였을 경우 A업체는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진다'는 계약문구가 명시됐다. 또한 해당 계약서는 안전교육에 관한 사항도 하청업체가 모든 책임을 지도록 규정했다.

여기에 케이블 설치·수리 업무를 담당하며 옥상, 난간, 전신주 등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는 HCN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안전장비를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다. 강 의원은 HCN이 노동자들에게 안전모만 지급하는 반면 동종업종인 LG헬로비전이나 SK브로드밴드 홈앤서비스는 안전모, 사다리, 안전화, 주상밸트, 절연장갑 등을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HCN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안전모를 제외한 안전장비를 각자 구입했다.

HCN-하청업체 업무용역위탁 계약서 중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

또 강 의원은 아파트 A형 옥상작업을 위험업무로 분류해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티브로드와 달리 HCN은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HCN 하청업체 노동자 7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산업안전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업무상 사고·질병 경험을 묻는 질문에 절반 이상이 업무상 사고를 당했고, 4일 이상 치료를 필요로 하는 부상을 당한 노동자도 6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산업안전보건교육을 이수한 노동자는 17%에 불과했다.

강 의원은 노동현장의 안전문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원청과 사업주의 책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강 의원은 "위험작업이 많아 노동자 사망 등 재해가 끊이지 않는 케이블 현장노동자들이 위험에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고, 이를 책임질 원청은 하청업체로 안전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고용노동부 주관으로 원청인 HCN과 비정규직 당사자가 협의할 수 있는 협의체를 구성해 구체적인 안전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 (사진=연합뉴스)

한편, HCN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HCN과 KT스카이라이프에 불법도급·부당노동행위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희망연대노동조합 HCN비정규직지부에 따르면 HCN 하청업체에서 개인도급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정보통신공사업법에 따르면 개인도급 계약은 불법이다.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법적조치를 암시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8월 KT스카이라이프의 HCN 인수를 승인하면서 ▲협력업체와 기존 계약 3년간 유지 ▲협력업체 종사자 고용안정·복지향상 및 산업안전보건환경 개선방안 마련 등을 조건으로 부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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