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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왕이다, ‘연모’는 ‘성스’ ‘구르미’ 바통 이어받을까[미디어비평] 톺아보기
미디어평론가 이정희 | 승인 2021.10.18 18:38

[미디어스=이정희] '남장 여자'는 우리나라 사극의 스테디셀러 콘텐츠이다. 남존여비 사상이 투철했던 조선시대 여성들은 '차도르'와 같은 장옷으로 신체를 가리고, '삼종지도'라는 유교적 관습법에 따라 자신의 존재를 남성에 의탁해 살아가야 했다. 그러기에 여성들의 주체적인 사회 활동은 언감생심이었다. 

이러한 시대적 딜레마는 여성 스스로 '남성'의 역할을 하게 되는 서사 탄생의 배경이 된다. 이제는 남자 배우의 대들보가 된 송중기, 유아인 등을 스타덤에 올린 <성균관 스캔들>이 남장 여자 서사의 대표작이다. <성균관 스캔들>에서 가난한 선비 집안의 딸인 김윤희(박민영 분)는 호구지책을 위해 아픈 동생 대신 성균관 유생을 자원한다. 대리 과거를 볼 만큼 걸출한 그녀의 문재가 가족을 구할 ‘무기’가 된 것이다. 그저 가족들 입에 풀칠만 하면 될 것을 호방한 그녀의 기개가 그저 일개 유생에 머무를 수 없어 문제가 커진다. 

조선 최초 연애 카운셀러로 연애비법서 베스트셀러의 저자였다가 남장 내시가 된 홍라온(김유정 분)의 이야기를 그린 <구르미 그린 달빛> 역시 '능력자' 여성이 주인공이다. 

세자가 된 나인 담이 

KBS 2TV 월화드라마 <연모>

이처럼 '남장 여자' 서사에서 그저 여자가 남자가 된다는 것이 아니다. 불가피한 삶의 조건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남자가 되지만, 남장 여자는 걸출한 능력을 선보이며 자신의 존재를 뽐낸다. 

이소영 작가의 만화 원작을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의 한희정 작가가 각색하고 <뷰티인사이드>의 송현욱 피디가 연출을 맡은 <연모>는 사극의 전형적 클리셰인 아역 서사로부터 시작된다. 

원작이 실제 조선왕조를 배경으로 한 것과 달리, 남장 여자가 왕이 된다는 소재적 부담을 덜기 위해 <연모>는 혜종 시대라는 가상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조선의 중종반정을 연상케 하듯 신하들에 의해 옹립된 상왕 그리고 권신들, 그런 권력 구조에서 자신의 소생인 쌍둥이 여아의 죽음을 용인하는 왕의 시대이다. 

KBS 2TV 월화드라마 <연모>

여성이 가문의 부속물인 시대, 최고의 권력을 가진 중신 한기재(윤제문 분)의 딸로서 세자빈이 되었지만 자신이 낳은 딸의 생사조차 가문과 국가의 안위를 명목으로 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도 빈궁은 아버지의 눈을 피해 쌍둥이 여식의 생명을 구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 살아남은 여식은 비극의 빌미이자 구원이 된다.

자신이 왕가의 핏줄인 줄로 모르고 산사에 의탁해서 살아가던 담이는 그나마 절이 불타는 바람에 허드렛일을 하는 나인으로 궁궐에 들어오게 된다. 하지만 우연히 마주친 세자와 얼굴이 같다는 이유로 종종 궐밖에 볼 일이 있는 세자 이휘를 대리하게 된다. 

하지만 그 '역할극'이 담이와 세자, 사실은 쌍둥이인 이들 남매에게 비극의 씨앗이 되는 것이다. 자신의 사부가 권신들의 눈밖에 나는 바람에 목숨을 잃게 되는 상황에 스승을 찾아가기 위해 궐밖을 나선 세자. 하지만 담이의 존재를 알아챈 담이의 외할아버지이자 권신 한기재의 명을 받은 정석조에 의해 담이 행세를 하던 세자가 목숨을 잃는다.

KBS 2TV 월화드라마 <연모>

그 사실을 알게 된 빈궁에 의해 졸지에 죽은 이휘 대신 세손이 된 담이. 빨래나 하던 담이에게 세손이라는 자리의 무게는 감당할 수 없는 것이다. 당연히 그 자리를 벗어나려 애쓰던 담이는 자신과 함께 방을 썼다는, 그리고 자신을 찾는다는 이유만으로 가장 친한 동방생이 목숨을 잃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세자 이휘에 이어, 자신으로 인해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걸 본 담이는 세자빈의 강한 당부와 함께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차갑고도 강한' 세손으로 거듭난다. 

이렇게 운명적으로 세자가 된 남장 여성, 드라마는 거기에 운명성을 가미하기 위해 권신들이 좌지우지하는 허약한 왕권을 지켜야 하는 세자의 운명을 짊어지운다. 심지어 그녀를 유일하게 지켜주던 세자빈이 운명을 달리한다. 인자하지만 유약한 아버지 혜종은 계비를 맞이하고, 계비의 소생으로 왕자가 태어나 후계구도조차 보장받기 힘든 상황이다. 그저 남자가 되는 것만으로는 목숨조차 부지하기 힘든 상황에 던져진 '담이'의 주도적 운명 개척기가 <연모>이다.

왜소하고 아름다운 외모이지만 차가운 카리스마로 활쏘기며 말타기, 사냥에 능숙한 모습으로 성인이 된 세자 이휘는 등장한다. 물론 그런 세자 이휘를 보좌할, 위기에 빠질 세자를 몸을 던져 구해줄 '역하렘물(한 명의 여자 주인공을 중심으로, 다수의 남자 주인공이 로맨스를 위해 경쟁, 공존하는 연애물 장르)'의 주요 캐릭터 남성들이 포진한다. 원작을 각색한 드라마는 원작에서 세자에게 이름을 받고 세자의 호위무사가 되는 남자 주인공 캐릭터를 세 명의 남성으로 분산시킨다. 

KBS 2TV 월화드라마 <연모>

원작과 달리, 담이에게 '연선'이란 이름을 준 정지운(로운 분)은 조선판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담이의 목숨을 뺏으려 했던 정석조의 아들이다. 원작의 주인공인 호위무사 역시 비밀을 지닌 채 세자 이휘의 곁에 머문다. 왕실의 종친 지은군 이현(남윤수 분)는 조선판 <키다리 아저씨> 역할이다. 송중기, 유아인 그리고 박보검을 '스타덤'에 올렸던 남장 여자 사극, 과연 이번에도 남장 여자 이휘를 지키는 신인 배우들에게 등용문이 될까.

<성균관 스캔들>, <구르미 그린 달빛>은 여전히 회자되는 히트작이다. 성균관 유생이었다가 내시이다가 이제 세자가 된 '남장 여성'. 이번에도 남장 여성의 이야기가 그 바통을 이어받을지 '세자'가 된 여성의 걸출한 활약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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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가 이정희  5252-j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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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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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cmaca 2021-10-20 03:40:42

    상상과 허구가 대폭 허용되는 드라마나 영화특성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교 경전과 정사는 야담,소설과는 다릅니다. 걱정은 됩니다만, 방영하기로 했으니, 접하게 되겠지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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