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배 보도본부장과 문철호 보도국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MBC 기자들의 제작거부가 26일로 이틀 째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기자들의 제작 거부 참여율이 93%로 나타났다.

MBC기자회가 26일 발행한 비상대책위원회 특보에 따르면, 이번 제작거부에는 기자회 소속 26기(93년 입사)이하 차장․평기자 149명 가운데 137명이 참가했고, 영상기자회 27기(94년 입사) 이하 카메라 기자 43명 가운데 42명이 참여했다. 이는, 모두 179명이 제작거부에 참여해 93.2%의 참여율을 보인 것으로, 당초 제작거부 찬반투표에서 보인 찬성률 84%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또, <뉴스24> 편집을 맡고 있는 부장급 기자인 25기(91년 입사) 양찬승 기자도 “후배들과 뜻을 같이 하겠다”고 밝히고 제작거부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MBC기자들이 26일 오전 임원실 앞에서 손팻말 시위를 하고 있다. ⓒMBC기자회 트위터
MBC 기자들, 뉴스 파행 사태 사과

이와 함께, MBC 기자회 비상대책위원회와 MBC 영상기자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국민과 시청자께 드리는 글’을 통해 뉴스 파행 사태에 대해 “무엇보다도 국민과 시청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정론직필을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 발 더 뛰어야 하는 저희들의 책무를 내려놓은 것, 무거운 결정이라는 점 잘 알고 있다”며 진심으로 사과했다.

기자들은 그러면서도 “현 정부 초기까지만 해도 2009년 <신영철 대법관 촛불재판 개입> 특종을 비롯해 정권에 불리하고 민감한 기사라 해도, 현장 기자들의 취재와 제작의 자율성 보장, 내부 토론과 같은 언론사 내부의 아주 기본적인 규칙은 지켜졌지만 둑이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이었다. 소수의 정치적 인물들이 요직을 장악하고 뉴스를 망가뜨린 결과, 지난 1년 사이 MBC 뉴스는 시청자들의 신뢰를 잃어버렸다”고 개탄했다.

기자들은 또 “내부의 문제제기는 무시당했고, 취재 현장의 목소리는 묵살됐다. 평기자들의 공정보도 감시기구인 민주방송실천위원회가 수십 개의 보고서를 통해 불공정 보도를 지적했지만, 기자회가 직간접적으로 여러 차례 우려와 경고를 전달했지만 들으려 하지 않았다”며 “일 잘하고 바른 말 잘한다는 기자들은 소리 없이 한직으로 밀려났다. 소통이 생명인 언론사 내부에서, 언로의 숨통은 그렇게 죽어갔다”고 덧붙였다.

기자들은 국민과 시청자들을 향해 “지금 펜과 마이크, 카메라를 내려놓는다. 세상을 보는 창, 눈과 귀와 입이 되라는 언론에 부여된 사명을, 그리고 저희의 밥그릇을 잠시 포기하겠다”면서도 “그러나 돌아오겠다. 정론직필, 공정한 뉴스, 국민의 알 권리와 인권존중, 보도의 자율과 독립이라는 상식을 회복시키겠다”고 다짐했다.

이들은 또한 “권력과 정치권, 재벌과 광고주, 경영진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앞뒤 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겠다. 오로지 국민과 시청자가 부여한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감을 깊이 되새기는 소중한 계기로 삼겠다”며 “공영방송 MBC는 국민의 것이다. MBC를 권력의 품에서 되찾아오고자 하는 국민과 시청자들의 바람을 절대 잊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전국MBC기자회, 언론노조, 언론연대 등 지지 성명

한편, MBC 기자들의 제작거부에 대한 지지 성명도 이어지고 있다.

먼저, 19개 지역MBC 기자회로 구성된 전국MBC기자회는 26일 성명을 내어 “늦었지만 환영한다. 그동안 MBC뉴스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였음은 제대로 된 MBC기자라면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바였다”면서도 “지난 4.27 보궐선거, 8.24 주민투표, 10.26 재보궐선거 등 주요 선거뿐만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 논란, 이상득, 최시중 등 대통령 측근 비리에 있어서도 MBC뉴스는 저널리즘의 기본을 다하지 못했다”고 그간의 MBC 뉴스를 비판했다.

이들은 “이제라도 환골탈태하고, 시청자인 국민을 위한 뉴스를 만들겠다는 결의를 다졌으면 한다”며 “함께 MBC뉴스를 만들고 참여하고 있는 전국MBC기자회 역시 이번 서울MBC기자회의 제작거부 결정에 박수를 보내며,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 퇴진에 뜻을 함께 한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도 이날 성명을 내어 기자들의 제작거부의 지지를 표명하며 더 나아가 김재철 사장, 전영배 보도본부장, 문철호 보도국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언론노조는 “이 정도쯤 되면 MBC 김재철 사장, 전영배 보도본부장, 문철호 보도국장은 물러나야 한다”며 “공영방송에 대한 터럭만큼의 책임감이 있다면 시청자, MBC 구성원, 전문가, 기자들의 평가와 행동에 겸손해야 한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또한 논평을 통해 “새해 벽두부터 공영방송 MBC를 되살리기 위한 투쟁이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다”며 “더 좋은 뉴스를 만들기 위해 취재기자와 카메라기자가 마음을 합쳐 한 목소리를 낸 것처럼, 더 좋은 공영방송을 만들기 위해 MBC안의 모든 집단이 뜻을 모으고, MBC의 안과 밖이 다시 힘을 합칠 때”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아울러, MBC 구성원들을 향해 “공영방송 복원을 위해 더 크게 연대하고 가열차게 투쟁하라”며 “MBC기자들의 공정방송 투쟁과 MBC노조의 총파업 투쟁을 뜨겁게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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