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 4월7일자 1면.
오늘자(7일) 아침신문이 전하는 주요 화두는 ‘관권선거’ 논란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5일 이재오 의원의 지역구(서울 은평을)에 건설 중인 은평 뉴타운 현장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관권선거 논란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게 주 내용이다.

사실 18대 총선을 앞두고 관권선거 논란이 처음 제기된 것은 지난 3일자 한겨레신문을 통해서였다. 한겨레는 이날 1면에서 “국토해양부 장차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이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1일까지 잇달아 인천을 방문, ‘인천신항 건설을 예정대로 추진할 것’을 약속하는 등 중앙 정부가 선심성 사업 계획으로 선거에 영향을 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관권선거라는 단어를 제목에서 찾을 수 없는 조중동

이 두 가지 사안에만 그쳤다면 관권선거 논란이 확산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최근 청와대 최모 행정관이 서울 강남갑에서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과 경쟁하는 무소속 서상목 전 의원을 비판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사실이 밝혀졌고,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5일 경기 이천시 호법면의 선산을 방문해 이천ㆍ여주에 출마한 이범관 한나라당 후보를 직접 만난 것 역시 논란이 되고 있다.

그리고 한나라당 대구ㆍ경북 선대위원장인 안택수 의원이 지난 4일 개최한 기자회견 역시 논란거리다. 안 의원은 "대구 달성군 일대 990만㎡(300만평) 규모의 국가산업단지에 초대형 기업 2, 3개를 유치키로 정부와 한나라당이 협의했다"고 밝혔는데, 청와대와의 사전협의를 거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 조선일보 4월7일자 5면.
사안이 사안인지라 오늘자(7일) 아침신문들 역시 ‘관건선거’가 18대 총선 막판 최대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보도를 하고 있다. 여야가 선거 막판으로 치달으면서 이른바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는 식의 보도도 있다. 하지만 조중동의 보도양상은 조금 다르다. ‘관권선거’라는 단어를 제목에서 아예 찾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동아 ‘은평 방문’ 시끌 … 조선 ‘야당 반발’, 중앙은 ‘논란’

물론 이들 세 신문은 이 대통령의 은평 뉴타운 방문 소식을 다루면서 기사에서는 ‘관권선거’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하지만 제목에서는 모두 관권선거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가령 이런 식이다.

이 대통령 ‘은평 방문’ 시끌 (동아일보 4월7일자 8면)
‘MB 은평 뉴타운 방문’에 야 반발 (조선일보 같은 날짜 5면)
MB ‘은평 뉴타운 방문’ 논란 (중앙일보 같은 날짜 8면)

세 신문의 제목만 보면 이명박 대통령의 은평 뉴타운 방문과 관련해 야당이 반발하면서 ‘시끌’하거나 ‘논란’이 이는 정도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 하지만 정작 이렇게 사안을 ‘축소’한 중앙일보도 사설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을 이렇게 비판한다.

“투표일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대통령의 행동은 불필요한 오해를 살 가능성이 있는 것이었다. 대통령이 시장 시절 의욕적으로 추진한 사업의 현장을 확인하는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선거일 이후에 해도 되는 것이지 구태여 선거 전에 해서 여론의 의심과 야권의 반발을 부를 필요가 어디에 있는가. 더군다나 대통령의 방문 하루 전 선관위가 공무원의 중립 의무 협조를 요청한 일도 있었다.”

▲ 중앙일보 4월7일자 사설.
중앙이 사설에서 지적한 내용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관권선거 논란’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들 세 신문은 ‘관권선거’라는 단어를 제목에서 사용하길 꺼리고 있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제목에서만 꺼리는 게 아니라 전국 각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관권선거 논란’에 대해 다루는 것 자체를 ‘꺼리는’ 양상이다.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지만, '대통령 선거 개입 논란'과 '관권선거 논란' 그리고 '선거중립 의무위반 논란'은 같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조중동이 모르는(?) 것 같아서 해주는 충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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