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지독한 치정과 복수가 드라마 전면에 드리우기 시작했다. 이런 통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드라마이지만 이 드라마에 관심이 가는 것은 원작소설의 힘과 <그냥 사랑하는 사이> 유보라 작가에 대한 믿음 때문일 것이다.

초록 코트를 입은 여자의 등장으로 잔잔해 보였던 희주의 삶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왜 그런지 의아했던 희주는 그 초록 코트의 실체를 알아가며 불안이 더욱 커진다. 그리고 그를 떼어내기 위한 여러 고민을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가깝고 잔인하게 다가오는 해원에 대한 분노까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단단하게 구축해놨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세상에 이제는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자가 등장했다. 이는 위협일 수밖에 없다. 희주는 자신의 세상에 들어오려는 해원을 막아야 했다. 해원이 어떤 목적으로 자신 앞에 등장했는지, 그리고 그가 무슨 짓을 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아일랜드 병원에 누워있던 신원미상의 남자를 찾아갔던, 희주의 남편 현성은 갑작스럽게 그 남자가 사라졌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 남자를 병원에서 퇴원시킨 이는 아내인 한나라고 한다. 한나라는 이름을 되뇌는 현성은 왜 그 남자를 찾아갔을까? 그 남자 이름이 서우재라는 것을 보고를 통해 알게 되었다는 것은 알고 찾아간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JTBC 새 수목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

현성은 아일랜드까지 찾아가 무엇을 확인해야만 했던 것일까? 현성은 희주의 과거를 추적하는 와중에 우재를 알고 있었던 것일까? 모호함 속에 미스터리한 인물이 되어가는 현성의 행동은 그래서 흥미롭게 다가온다.

해원은 어디서나 존재하는 듯 보일 정도다. 우연에 가까운 만남이지만 희주의 아들 호수와도 만났다. 할머니에게 아이스크림을 졸라 얻어내 신나게 뛰다 해원의 초록 코트에 묻히고 말았다. 아무런 말도 없이 가려던 호수를 잡고 잘못을 지적하고 사과를 받는 해원은 나쁜 사람이 아니다.

아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가르치고 스스로 깨닫게 만드는 것은 어른의 몫이라는 점에서 호수의 할머니보다 해원이 더 어른답다. 그렇게 새로운 아이스크림을 사주고 사라진 해원과 그를 '공룡 아줌마'라고 지칭하는 호수의 관계는 앞으로도 이어질까?

성당에 들른 해원은 희주의 동생인 선우와 마주친다. 우연일까? 필연일까? 그렇게 죄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던 이들은 함께 점심까지 먹게 되었다. 선우와 점심을 같이 먹자고 살갑게 다가온 중년의 여성을 뿌리치고 말이다. 고해성사를 하고 나온 선우가 그 여성에게 뭔지 모를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그에게 비밀이 존재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선우와 식당에 있는 상황에서 희주가 전화를 해왔고, 의도적으로 그곳으로 불렀다. 물론 식사를 같이하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희주는 차안에서 해원이 자신의 동생까지 만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분개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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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고 있으니 다 그만둬" 희주가 그토록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해원이 딸 리사를 폭행하다 귓속말로 건넨 말이 바로 이것이다. 해원의 말에 따르면 리사가 실기 시험을 돈으로 거래했다고 한다. 전학 와 단짝 친구가 된 주영의 재능을 돈으로 사는 리사에게 그 짓을 그만두라고 했다고 말했다.

당연하게도 리사는 해원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갑자기 친구 주영과 만난 후 귀가 안 들린다며 고통스러워하는 리사의 행동 역시 이상할 수밖에 없다. 현성이 주영을 만나 이야기를 해보지만 딱히 이상한 부분이 없었다. 주영이란 아이가 리사에게 협박을 한다거나 뭔가 이상한 짓을 할 아이로 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주영이는 해원과 톡을 주고받으며 소통하는 사이다. 해원이 뭔가를 요구하고, 주영은 이를 따랐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하지만 친구 사이의 기본을 가르쳐줬다는 점에서 주영을 어긋나게 만드는 인물로 보이지 않는다.

희주는 유일하게 자신의 속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친구 동미를 찾았다. 간호조무사 시절을 함께 보낸, 자신의 어두운 면까지 모두 봤던 친구라는 점에서 희주는 동미가 편안하다. 낚시터에서 지내는 동미에게 무섭지 않냐는 말에 동미는 "나는 사람이 더 무서워"라는 말로 대꾸한다.

집에서는 함부로 마시기도 어려운 믹스커피를 아무렇지 않게 타먹는 이들은 그런 관계다. 믹스커피를 마시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저 그 맛에 반했다는 희주의 발언 속에 과거의 힘겨운 시간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리고 친구의 사람이 더 무섭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뒤늦게 알게 된다는 점에서도 동미를 만난 것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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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주가 동미를 찾은 것은 해원의 과거를 깨기 위함이었다. 동미가 과거 잠깐 만났던 이가 형사였다. 그를 통해 흔적을 찾아보려는 희주는 과연 무엇이 알고 싶은 것일까? 동미가 사귀었던 형사가 해원 동네에 술집을 연 상호는 아닌지 궁금하기도 하다.

해원에게도 엄마가 존재한다. 비록 자신을 17살에 낳고 할아버지 손에 키워지긴 했지만 엄마다. 그리고 매번 사랑에 빠지고 그렇게 우는 엄마를 바라보는 해원은 답답하기도 하다. 그런 엄마와 상호의 술집을 찾은 그들은 과연 어떤 식으로 확장되고 희주의 삶과 연결될지도 궁금해진다.

희주와 해원이 처음 만났던 그때는 행복했다. 그림을 배우는 희주와 가르치는 해원은 바로 친해졌고, 그렇게 그들은 나이를 떠나 친한 친구처럼 지내게 되었다. 가난하지만 열정적이고 순수하며 해맑았던 해원은 자신과 다른 삶을 사는 희주와 함께 있는 것이 행복했다.

독일로 유학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해원을 위해 희주는 녹색 코트를 사줬다. 비싼 옷은 사준다고 해도 입지 않겠다는 해원을 위한 배려로 타협을 본 선물이었다. 그런 해원이 지금까지 그 옷을 입고 자신 앞에 등장한 것은 그래서 우연일 수 없다.

해원이 교감 딸의 추천으로 단기 기간제 교사로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해당 학교로 직접 찾아간 희주는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다. 해원은 정교사가 될 수 있었고, 교감 딸은 태림 여중 기간제로 가야하는 상황에서 해원은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태림 여중을 선택했다고 한다.

정교사가 될 수 있는 기회마저 버리고, 단기 기간제 교사를 하기 위해 태림 여중을 선택한 것은 철저하게 희주에게 접근하기 위한 행동이었다. 그렇게 딸인 리사를 압박했고, 희주의 기억 속에 자신이 존재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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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유학을 가기 전 결혼을 서둘렀던 해원은 선배이자 조소를 하는 우재와 결혼식 사진을 단출하게라도 찍고 싶었다. 그렇게 희주의 배려로 결혼사진을 찍는 날 이상한 상황이 드러났다. 우울해 보이는 우재와 그런 그를 바라보는 희주의 모습이 이상하다.

둘만의 사진을 찍는 자리에 해원이 함께 사진을 찍자는 제안을 했고, 희주가 사준 녹색 코트를 입고 사진을 찍는 해원 옆에서 우재는 좀 더 가까이 오라며 희주의 손을 잡았다. 해원은 모르고 있었던 비밀은 그 안에 모두 담겨 있었다.

현성은 우재를 병원에서 퇴원시킨 한나라는 인물이 배우자이고, CCTV 영상에 찍힌 모습으로 해원임을 알아차렸다. 이들의 관계는 과연 무엇일까? 리사를 유학 보내고, 헛헛한 마음에 시작한 미술은 그렇게 희주에게 다른 남자와 외도하는 상황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희주의 외도가 해원의 사람을 어떻게 망가트렸느냐가 중요하다. 자신이 사랑하고 믿었던 사람들의 배신 앞에서 해원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왜 지금 이 시점, 이런 모습으로 등장한 것일까? 해원은 엄마와 대화 중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상황도 언급되었다.

죽음까지 생각할 정도로 고통스러웠던 해원이 스스로를 파멸시키지 않고, 희주를 파괴하는 선택을 했을 수도 있다. 우재는 무슨 일로 병원에 입원한 것인지도 아직 명확하지 않다. 병원 신세를 지는 우재가 희주와 연결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들의 지독한 악연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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