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베일에 가려졌던 한가인이 어제 본격적으로 등장했습니다.
보슬비가 내리는 산중에서 드라마답게 우연히 조우한 연우와 훤은 서로에게 알 수 없는 끌림을 느꼈지만 서로를 인지할 수가 없었지요, 한 사람은 잃어버린 기억 탓에 어렴풋한 옛 추억을 신기가 발동한 것으로 여겼고, 다른 한 사람은 있을 수 없는 현실 탓에 자신의 미망을 푸념해야 했지요.

하지만 소격서도사의 말처럼 두 사람의 인연은 하늘에 닿아있나 봅니다. 우연히 왕을 본 순간 연우는 영문을 알 수 없는 눈물을 흘렸고, 누구의 것인지 확실치 않은 기억의 편린들에 혼란스러워했지요. 훤 역시 여전히 연우의 망령에 집착하는 자신을 책망하다가, 몸져눕게 되자, 우연히 만났던 그 여인에 대한 생각이 더욱 절실해지지요. '지금까지 살아있다면 분명 그런 얼굴이었으리라, 다시 한 번 만나서 확인해 보고 싶다'며 자신이 가장 신뢰하는 '운'을 그녀에게로 보냅니다.

신모는 강력하게 연우를 보호하고자 하지만 연우의 운명은 시시각각 궁으로 향해지고 있습니다. 이제 곧 두 사람은 어쩔 수 없는 운명의 끈에 이끌려 서로의 앞에 마주 서게 되겠지요.

아역들의 빼어난 연기와 매력적인 비주얼 덕분에 시작부터 인기 몰이에 성공했던 '해를 품은 달'인데요, 하지만 아역배우의 열연은 성인연기자에겐 부담일수 밖에 없었고 이런 나이에도 애절함의 극단을 보여줬던 훤역의 여진구와 연우역의 김유정으로 인해 성인연기자인 김수현과 한가인은 본격적인 연기를 펼치기도 전부터 우려의 소리를 들어야 했습니다.

지난 6회부터 방송을 탄 김수현은 탄탄히 다져온 연기력을 바탕으로, 가슴 속에 깊은 상처를 안고 사는 섬세하고 외로운 왕의 역할을 무난히 해내고 있습니다.
반면 6회 당시 얼굴만 잠시 비췄던 한가인에 대해선 여전히 우려가 잦아들지 않았는데요, 하지만 어제 한가인의 연기는 나름의 캐릭터를 잘 소화해 냈습니다. 세상 물정 모르는 고운 얼굴의 아씨 같지만, 어려운 이를 굽어 살피는 성품은, 유독 동그랗던 얼굴과 맑은 눈동자의 연우를 자연스레 이어받았지요.

다시 말해, 김수현은 훤다웠고, 한가인은 연우다웠지요. 그런데 이 두 사람이 마주하니 그림이 어색해지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김수현이 너무 동안인 것이 아쉬웠지요. 어여쁘고 나름 앳돼 보이는 한가인의 인상도 김수현 앞에서는 그 앳됨이 무색해져버렸습니다. 김수현과 한가인이 각자 연기를 펼칠 때는 각자의 캐릭터속에 온전히 담겼지만, 함께 하자 엇나간 셈이지요.

왕은 권력을 장악한 외척 앞에서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한숨짓다가도 '한 나라의 임금이 나 정도 생기기가 어디 쉬운 줄 아느냐'며 퓨전 사극다운 위트를 날리기도 하는데요, 그런데 김수현이 뱉는 농담은 진중한 위트보다는 귀여움이 두드러지지요. 입술선이 진하고 말할 때 입을 오므리며 말하는 스타일이 그를 더욱 어려보이게 만듭니다. 한가인과 함께 자리한 김수현은 그래서 더욱 어려보입니다. 이러한 불협화음은 한가인하고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중전과 함께 할 때도 비슷하지요. 중전 역시 기품 있는 풍모로 중전의 무게감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조곤조곤한 말투와 의중을 숨긴 채 만연한 미소를 짓는 중전 보경은, 아역시절부터 한 곳만을 바라봤지만 결코 누리지 못해온 외로운 여인의 슬픔이 어려 있습니다. 하지만 중전에게서 가식과 작위를 느끼고 있는 왕은 그녀를 조롱하고 비웃는데요, 그런데 김수현의 동안 탓에 분위기는 자칫 왕의 어리광에 머물고 마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합니다.

성인연기자가 전면에 나서면서, 시청자들은 6살 차이나는 김수현과 한가인 커플에 과연 몰입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를 가져왔습니다. 김수현에 비해 한가인이 너무 나이 들어 보일까 하는 생각이었지요. 그런데 다른 여타 배역들까지 아울러 본다면 오히려 외모의 부조화는 '나홀로 동안'인 김수현에게서 비롯되지 않나 싶습니다. 이는 부원군을 위시한 외척들과의 장면에서도 드러나지요.

김수현, 그는 출중한 연기력을 가졌지만, 어쩔 수 없는 '동안'은 더 많은 세월을 필요로 하는 것 같습니다.

연예블로그 (http://willism.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사람속에서 살지만, 더불어 소통하고 있는지 늘 의심스러웠다. 당장 배우자와도 그러했는지 반성한다. 그래서 시작한 블로그다. 모두 쉽게 접하고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것에서 시작했다. 가장 가까운 사람과의 소통을 시작으로 더 넓은 소통을 할 수 있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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