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명보 올림픽국가대표팀 감독 ⓒ 연합뉴스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해도 많은 의미와 성과를 확인했던 우승이었습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2012 태국 킹스컵 최종전 노르웨이와의 경기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펼친 끝에 3-0 완승을 거두고 종합 2승 1무로 우승에 성공했습니다. 한국 축구는 1998년 이후 처음 출전한 이 대회에서 10번째 우승을 거뒀습니다.

물론 이번 대회가 올림픽 최종예선, 본선을 위한 전력 담금질 차원에서 출전한 대회로 우승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제 대회 우승 타이틀은 젊은 선수들에게 충분히 큰 자산이 됐고, 자신감을 키우는데 큰 힘이 됐습니다. 홍명보 감독 역시 이번 대회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계속 전진할 수 있는 동력을 얻었습니다. 꾸준한 성장 과정을 밟고 있는 홍명보호의 성공을 조심스레 기대해볼 만 했을 정도로 만족스러웠습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대회에서 많은 수확 거둔 홍명보호

일단 이번 대회를 통해 홍명보호 올림픽팀이 얻은 것은 정말 많았습니다. 비시즌에 컨디션과 조직력을 끌어올려 실전 감각을 쌓았으며, 올림픽 최종예선 2연전을 앞두고서 상당한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특히 무한 엔트리 경쟁으로 선수들의 경기 경쟁력이 향상돼 주전, 비주전 가릴 것 없이 탄탄한 전력을 갖춘 것은 큰 성과였습니다.

또한 약간 간을 보는 수준이기는 했어도 유럽팀을 상대로 주눅 들지 않고 경기를 펼칠 수 있다는 또 다른 자신감도 확인했습니다. 더 큰 목표였던 본선을 생각했다면 이번 덴마크 1부리그 선발 선수들, 노르웨이 국내 리그 선수들로 구성된 국가대표급팀을 상대로 한 선전은 홍명보호에 좋은 자양분이 됐습니다. 큰 대회에서 유럽팀에 약하다는 징크스를 깰 수 있는 힘을 이번 킹스컵을 통해서 얻었습니다.

서로를 너무도 잘 아는 장점을 잘 살려낸 대회

홍명보호의 시작은 2009년 U-20(20세 이하) 월드컵 때였습니다. 일부 엔트리 변화가 있기는 했지만 4년 동안 만들고 가꾼 팀이었던 만큼 구성원 모두를 서로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감독은 선수의 장단점을, 선수는 서로 간의 특징을 알고 짜임새 있는 경기력을 펼칠 수 있습니다. 실전 감각이 떨어져 있고, 비시즌에 열린 대회였음에도 선수, 그리고 코칭스태프는 자신들이 갖고 있는 특징, 장점을 잘 살렸습니다.

그동안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이번 킹스컵을 통해 다시 떠오른 선수들이 많았던 건 큰 수확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측면 공격 자원인 김보경, 중앙 수비수 김영권은 그동안 올림픽팀과 국가대표팀을 오가며 많은 경험을 쌓기는 했지만 국가대표팀에서의 잦은 포지션 변경 탓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또 U-20 월드컵 스타 김민우는 개인적인 병과 부진한 경기력 때문에 한동안 관심에서 멀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장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홍명보 감독은 이를 최대한 살려내려 했고,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려 힘썼습니다. 결과적으로 선수들은 감독의 믿음에 부응하려 했고 만족할 만 한 경기력을 펼쳐 보이며 기대하게 했습니다.

서정진, 백성동, 김현성 등의 눈에 띄는 경기력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들은 빠르게 홍명보호에 적응해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며 엔트리 경쟁 뿐 아니라 주전 경쟁에서도 확실히 경쟁력 있는 면모를 보여줬습니다. 파괴력 넘치는 돌파 능력, 활발히 움직이며 공간을 만들어내면서 위협적인 슈팅으로 상대 골문을 노리는 면까지 흠잡을 데가 없었습니다. 모두 자신이 소화할 수 있는 주 포지션에서 자신 있는 플레이를 펼쳐 얻어낸 결과였습니다. 이들 외에도 다수 선수들이 자신의 주 포지션에 나서 자신의 장점을 마음껏 보여줄 수 있었던 덕에 유기적인 조직력과 잘 맞물려서 인상적인 경기를 펼칠 수 있었습니다.

꾸준한 전진, 더 큰 꿈을 기대케 하다

물론 이번 킹스컵에 홍명보호가 모든 면에서 완벽했다고 평할 수는 없습니다. 1, 2차전에서 보였던 일부 골 결정력 문제, 수비진 순간 집중 저하 문제 등도 눈에 띄기는 했습니다. 그래도 이 문제들은 팀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충분히 생길 수 있는 문제들입니다.

오히려 큰 틀에서 봤을 때 꾸준한 상승세 바람을 타면서 흔들림 없는 전진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이 주목할 만합니다. 이 기세를 그대로 이어가 더욱 탄탄한 전력을 갖추고, 선수들 역시 더 큰 자신감을 얻는다면 올림픽 본선 진출 조기 확정 뿐 아니라 본선에서도 좋은 성과를 낼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최종 목표인 런던올림픽 본선까지 앞으로 6개월이 지금보다 더 중요합니다. 하지만 큰 변수 없이 앞으로 잘 나아간다면 홍명보호의 성공적인 항해는 많은 축구팬들을 설레게 할 것이라 기대됩니다. 요란하지 않아도 흔들림 없는 전진으로 박수 받고 있는 홍명보호의 항해, 계속 주목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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