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진주․창원MBC를 통폐합 한 데 이어, 강릉-삼척MBC, 청주-충주MBC의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는 MBC가 구성원들의 반대에도 통폐합 찬반투표를 강행했으나 낮은 투표 참여로 개표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지역MBC는 MBC에 통폐합 중단을 거듭 촉구하고 나섰다.

현재 MBC는 광역화라는 이름으로 지역MBC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MBC는 19일 통폐합 대상이 된 강릉-삼척MBC, 청주-충주MBC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통폐합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그러나 이날 투표에 해당 방송사 노조원들은 참여하지 않았다. 김재철 MBC 사장의 제안을 계기로 노사 모두 동의해 시작된 찬반투표였지만 개표 방식을 놓고 MBC와 지역 구성원들이 이견을 보이면서 지역 MBC 구성원들은 투표 참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 2011년 4월 결의대회에서 정영하 언론노조 MBC 본부장이 지역MBC 통폐합에 대해 반대 입장을 말하고 있다. ⓒ미디어스
통폐합 찬반투표의 배경을 살펴보면 지난해 9월23일 노조의 김재철 사장 퇴진 투쟁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이뤄진 단체협약 체결이 그 시작점에 있다. 당시 MBC는 지역 현안과 관련해 △광역화를 의견수렴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하지 않으며 △광역화 관련 사항을 다루기 위해 한시 협의체를 구성 운영한다고 합의했다.

이후 광역화 협의체가 구성됐고, 광역화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김재철 사장은 당초 “찬반투표를 통해 구성원 의견을 수렴해 어느 한 회사라도 동의하지 않으면 통합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찬반투표에 대한 입장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MBC쪽은 통폐합 대상이 되는 두 개의 방송사 투표함을 한 데 모아 통합 개표를 하자고 주장했고, 지역MBC 구성원들은 각 방송사 별로 개표가 진행돼야 한다고 맞서면서 투표를 전면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결국 MBC는 19일 통폐합에 대한 찬반 투표를 일방적으로 강행했으나 정족수 미달로 개표를 포기했다. 구체적으로, 강릉MBC는 투표 대상 42명 가운데 13명이, 삼척MBC는 투표 대상 46명 가운데 10명이 투표에 각각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주MBC의 경우 투표 대상 63명 가운데 32명이, 충주MBC의 경우 51명 가운데 21명이 각각 참여했다. 투표에 참여한 이들 대부분은 간부, 비노조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재철, 구성원 의사 수용해 통폐합 포기하라”

이와 관련해, 강릉-삼척MBC, 청주-충주MBC 구성원들은 성명을 내어 MBC를 향해 “강제 통폐합을 즉각 중단하고, 찬반투표에서 나타난 구성원들의 의사를 겸허히 수용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강릉․삼척․청주․충주MBC지부는 20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투표는 명백히 구성원의 자유의지에 반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졌고 당초 노동조합과의 합의를 어기고 강행됐다”며 “회사 쪽이 노사가 합의했던 부분을 어기고 진행하면서 최소한의 정당성마저 상실했다. 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광역화 추진이 중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이제 구성원의 뜻은 분명해졌다. 구성원들은 노사합의를 위반하고 진행된 투표를 거부해 분명히 뜻을 밝혔다”며 “회사 쪽은 저조한 투표율에 전전긍긍하며 ‘노조의 불참은 아무런 상관없다. 표심에 나타난 결과에 따라 광역화를 진행하겠다는 것이 본사의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투표율은 절반에도 못 미쳤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김재철 사장을 향해 “이제 투표거부와 저조한 투표율에 담긴 구성원들의 뜻을 겸허히 수용하고 당장 광역화 추진 중단을 선언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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