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열린 기자간담회를 준비한 '행사진행 시나리오'를 옮겨본다.
'위원장님께서 입장하는 것을 보고'
"위원장님께서 입장하고 계십니다"
'박수유도'
'위원장님께서 자리를 앉으시면'
"지금부터 방송통신위원회 출입기자 오찬간담회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럼, 먼저 위원장님의 인사말씀이 있겠습니다"
'위원장님 인사말씀 +박수'
"다음은 출입기자단 간사인신 모 언론사의 모 부장님의 건배 제의가 있겠습니다"
'건배 후 - 박수유도'
"그럼 즐거운 식사진행과 함께 궁금하신 점 한 두가지에 대해 질문을 받겠습니다. 질문을 하실 때는 소속사와 성함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이 행사진행 시나리오는 방송 큐시트를 연상시킬 정도로 자세한 상황진행을 묘사하고 있다. 또한 이 행사진행 시나리오는 최시중 방통위원장에 대한 '극진한' 예우를 유도하고 있어 최 위원장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대략 가늠케 한다. 대통령에 준하는 예우를 나타내기 위한 대변인실의 노력이 어느 정도인지 단적으로 드러난 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취재현장이라고 할 수 있는 기자간담회에서 여러 차례 박수가 유도되는 상황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타 정부부처의 기자간담회에서도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 유도 속에서 언론으로서 감시와 견제의 역할이 과연 가능할까도 궁금한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