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 이영광 객원기자] 이명박 정권에서 해직됐던 우장균 기자가 지난 9월 23일 YTN 14대 사장으로 취임했다.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 기자로 YTN에 입사한 우 사장은 개국 앵커와 노조위원장을 지냈고 2008년 낙하산 사장에 반대하다 해직됐다. 그 후 한국기자협회장을 역임했고 2014년 11월 대법원판결로 복직, 2019년 총괄상무를 맡았다.

9월 23일 열린 취임식에서 우장균 사장은 “사심 없이 100년 YTN 초석을 만드는 데 공헌하겠다"고 밝혔다. 우 사장이 생각하는 YTN 미래 비전을 듣기 위해 취임 일주일이 지난 9월 29일 서울 상암 YTN 사옥에서 우 사장을 만났다. 다음은 우 사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복직하실 때 인사드렸는데 시간이 빨리 흘렀네요. 취임 후 일주일 어떻게 보내셨나요?

“추석 연휴 끝나고 목요일(9월 23일) 취임식을 했고요. 딱 일주일 지냈죠. 주변에서 여러분들이 축하 메시지를 주셨는데 일일이 다 답장을 해드리지 못했지만, 감사의 표시를 하고요. 무엇보다도 YTN 현황 파악하느라 그 전에 상무로 있을 때보다 지난 일주일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게 지냈습니다.”

2008년 해직, 2014년에 복직해서 7년 후 사장이 되셨습니다. 감회가 새로울 것 같은데, 어떠세요?

“제가 취임사를 준비하면서 지금 질문하신 부분을 많이 생각했습니다. 취임사의 첫 일성으로 ‘존경하고 사랑하는 사원 여러분, 미안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저희가 해고돼서 내부 구성원분들도 고통을 받았다고 해서 제가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분들은 제가 해직 기자로 있을 때, 안에서 투쟁했건 투쟁을 하지 못했건 동료 6명의 해직자를 걱정하면서 많은 아픔을 겪으셨을 거라 생각이 들어요. 해직 기자의 맏형격으로서, 사장이 된 지금 공정방송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분이거나 파업에 참여하지 못한 분 모두 피해자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공정방송 투쟁을 저해하려고 했던 당시 주요 간부들이나 사측, 그리고 정권이라고 할까요. 그런 검은 세력만이 가해자라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말씀드렸는데, 다 아시다시피 6년 동안 우리 구성원들 동료들로부터 그리고 시민들까지 희망 펀드로 도와주셔서 상당 기간 해직자들이 월급을 받았고요. 짧게는 6년, 많게는 10년 가까이 저희가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생활할 수 있도록 사원 여러분들 시민분들이 도와주셨습니다. 6년 만에 복직하고 그 후로부터 7년 후 사장이 됐을 때 그런 미안하고 고마운 감정이 가장 앞선 것 같습니다.”

인터뷰 중인 우장균 YTN 신임 사장 (사진제공=YTN)

해직 기자가 사장이 된 부분에 대해 불편하게 보는 시각도 있는데?

“내부에서 그 부분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분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에 진보와 보수 진영논리가 있고, 우리 회사에도 상대적으로 진보적으로 생각하는 분과 상대적으로 보수적으로 생각하는 분이 당연히 있다고 생각하고요. 보수적으로 생각하는 분들은 해직 기자 출신이 사장 돼서 그 자체가 못마땅한 분들이 있을 수 있고, 아니면 해직자가 투쟁이나 제대로 할 수 있지 회사경영을 과연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우려하시는 분들도 있을 거라 봅니다. 그런 우려에 대해 제가 충분히 살펴보고요. 그런 분들의 우려가 기우가 될 수 있도록 제가 임기 동안 잘해야죠.”

사장 취임 이후 40명에 가까운 사원 대표를 만나신 걸로 아는데 요구는 뭐였나요?

“공채 기수가 21기까지 와있는데요. 21기까지 대표분들, 양쪽 노조의 대표분들, 그리고 연봉직, 호봉직, 일반직의 대표분들 등 40명 가까운 분들인데요. 그분들은 한마디로 말하면 본인들이 열심히 일한 만큼, 일한 대가인 임금을 충분히 받기를 원하고요. 또 언론사니까 언론사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임금 인상과 관련 있습니다만, 본인들의 취재 현장에서의 문제, 야근할 때의 문제, 후생 복지와 관련된 부분들이 있거든요. 그런 부분들에 있어서 개선사항을 건의했어요.

다 돈이 필요한 거죠. 제가 최선을 다해서 돈을 많이 벌겠다고 했어요. 호봉직이 어느 정도 월급을 받고 일반직이 월급을 덜 받는데요. 한꺼번에 호봉직 기준으로 100% 맞추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런 부분을 좁혀가는 방향으로 가자고 했어요. 구성원 한명 한명 100% 만족시켜 드릴 수도 없고, 다 임금 협상을 할 수도 없는 것 아니겠어요. 두 군데 노조위원장, 기자협회장이나 각 직능단체 대표분들이 전체적으로 합의를 하는 거예요. 물론 이 전제는 영업이익을 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영업이익 범위 내에서 권위를 부여받은 사원 대표분들이 합의해준다면 저는 거기에 언제든지 따를 준비가 되어있고요. 그에 앞서서 돈이 얼마든 가치를 마련하는 데 사장으로서 일선에서 제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어떻게요?

“우리가 방송사다 보니까 주요 매출이 방송 광고, IPTV나 SO의 수신료에서 나옵니다. 그리고 남산타워 등 건물이 있어요. 이 건물도 9층까지만 쓰니까 나머지 층에서 받는 임대료 수익이 있어요. 그 파이를 키워야죠. 코로나 이후 시청률이 굉장히 높아졌거든요. JTBC가 우리보다 시청률이 떨어져요. 그런데 JTBC는 우리보다 광고 수익이 더 많아요. 우리가 효율이 좀 떨어지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분들에게 YTN을 잘 홍보해서 YTN에 광고하면 그분들도 이익이 된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직접 만나 설명해 드려서 영업이익을 낼 수 있도록 해야죠.”

공정방송, 진실방송, 재난안전방송을 강조하셨는데 이유가 있나요?

“근대국가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이 중요하지 않습니까. 인간의 존엄성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새가 좌우의 날개로 날 듯이 자유와 평등이라고 하는 두 가지 가치 속에 민주주의와 인간의 존엄성이 구현되는 것처럼 공정방송, 진실방송, 재난안전방송은 뉴스 보도채널이 해야 할 기본적인 정명이자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중 약간 특이한 점은 재난안전방송인데요. 고성 산불이 났을 때 재난안전방송 주관방송사인 KBS는 다른 방송을 하느라고 못한 거에요. 고성 주민분들, 고성에 친인척이 계신 분들, 고성에 관광으로 아들딸이 갔던 분들이 걱정하고 계실 때 YTN을 보고 대비를 할 수 있도록 한 거예요. 심지어 행안부, 소방에 계신 분들도 YTN 방송을 본 것이죠. YTN은 지난 25년 동안 뉴스전문채널로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해서 공헌해왔고, 앞으로도 계속적으로 국민과 함께하는 방송이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YTN에 오보가 가끔 나오잖아요. 진실방송 강조를 하셨는데 오보에 대한 생각은?

“24시간 생방송을 해서 항상 실수가 나올 수 있죠. 그렇다고 하더라도 25년 된 YTN이 사소한 실수를 저지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사소한 실수를 100% 근절하겠다고 제가 장담은 못 하겠지만 줄일 수 있도록 해야죠. 취임사에도 썼지만, 50대 연륜 있는 기자들이 팩트체크 에디터가 돼서 오보를 줄일 수 있도록 팩트체크 시스템을 더 강화할 생각입니다. 사소한 오보는 YTN의 품격을 위해서도 줄여나가야죠.”

공정방송을 강조하셨잖아요. 공정방송과 기계적 중립은 개념이 대비될 수도 있는데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신문방송학을 전공하는 분들과 생각은 다를 수 있습니다만, 저는 기계적인 중립을 지켜야 하는 부분은 정치적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지금 같은 대선 국면에서 여야가 있지 않습니까.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대통령을 원하건, 보수적인 대통령을 원하건 기자들마다 다 생각이 다릅니다만 YTN에서는 동일 시간의 원칙이라든지 같은 시간을 주는 거예요. 여당 대통령 후보에게 10분을 준다면 야당 대통령 후보도 10분을 주고, 소위 말하는 기계적 중립이 정치적인 영역에서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머지 공정방송은 예를 들면 이런 거죠. 요즘은 그렇게 잘 없지만, 농민들이 못 살겠다고 시위하고 있어요. 노동자들이 시위하고 있죠. 어쨌건, 노동자들이 자본가보다 힘이 없지 않습니까. 우리가 사회적 약자 편을 드는 보도를 하는 부분에 있어서 전경련 분들이나 보수적인 분들이 ‘왜 말이 다르냐 왜 거기서는 공정방송 안 하냐’고 했을 때 그것은 공정방송의 영역이 아니고, 힘없는 분들에게 더 기회를 드리는 것이 공정방송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YTN의 새로운 먹거리에 대한 고민은?

“조금 있으면 예순 살이 되는 제게 뭐가 있겠습니까. 조만간 YTN 구성원 전체를 대상으로 일종의 아이디어 공모를 할 겁니다. 1등상 대상은 1,000만~2,000만 원 줄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25살 신참 새내기 기자라 하더라도 공모에서 대상을 받으면 상금뿐만이 아니고 소사장이 되는 거죠. 구성원들에게 아이디어를 얻어서 과감하게 투자하고, 그분들이 신명 나게 회사를 위해서 새로운 사업을 하도록 뒷받침하는 겁니다. 꼭 언론에만 국한되는 일은 아닙니다.

우리가 몇 년 전부터 은행 빚이 없습니다. 그리고 통장에 현재 500억이 있지만, 내년에는 1,000억이 넘을 가능성도 있거든요. 투자를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100년 YTN 초석은 신중하게 하고자 합니다. 기자들은 저널리스트처럼 다양하게 볼 수 있습니다만 전문가는 아니잖아요. 그래서 IT 전문가라든지 이런 전문가분들에게 최종 결선작 5작이 선정되면 프레젠테이션을 하게 하려고 합니다. 거기서 대상이 나온다면 그분한테 YTN 100년 초석을 만드는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데 과감하게 투자할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중인 우장균 YTN 신임 사장 (사진제공=YTN)

인사가 중요하잖아요. 인사의 기준이 있을까요?

“인사의 기준은 일할 수 있는 분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거고요. 다만, 신호 노조위원장도 탕평이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탕평은 사장이 최종 CEO로서 지난 3년도, 예를 들면 파업에 참여한 사람들,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 비슷하게 모두 국실장 주요 인사를 했었거든요. 보수적인 분 중에서도 능력 있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 분들은 이미 제가 개인적인 소통을 했습니다. 그런 분들이 회사를 위해서 궁극적으로 나라 발전에도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해야죠. 투쟁만 하고 능력 없는 분들이 자리를 차지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외압을 막아내겠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하실 건지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세요.

“자본 권력인 광고주분들한테 YTN의 장점을 호소하는 일은 게을리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우리한테 광고한다는 이유만으로 온당치 않은 관계를 이어갈 생각은 추호도 없고요. 정치 권력 그것이 국회 권력이 될 수도 있고 청와대 권력이 될 수도 있는데, 저는 2008년 10월에 해고됐을 때 청와대 출입 기자였습니다. 대한민국의 절대 권력이고 최고의 권력은 청와대 권력 아닙니까. 제가 대통령 춘추관에 있었는데 근거리 몇백 미터 안에 있는 이명박 대통령한테 나쁜 말로 하면 개긴 거죠. 역대 청와대 기자가 몇 명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청와대 기자 일진이 해고된 경우는 없어요. 아마도 전무후무한 일인데 이런 경험으로 인해서 저는 절대 권력에 두려움이 없습니다. 정치 권력, 자본 권력 등에 어떤 두려움도 없기 때문에 거센 외압이 있다면 제가 막아내겠습니다.”

앞으로 계획에 대해 한 말씀 해주세요.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일할 생각입니다. 외부에 있는 제 후배분이 ‘선배는 사심이 없기 때문에 일을 잘하실 거라 믿는다’는 말을 해요. 나를 과대평가한 거 같지만 저렇게 보는 분들도 있죠. 사심이 100% 없는 사람이 어딨겠습니까. 저 또한 사심이 있을 수는 있는데, 저에 대한 기대가 있으니 저를 키워준 YTN에서 100년 초석을 만드는 데 사심 없이 일한다면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제가 죽고 100년 뒤에 ‘100년 전 우장균이라는 해직기자 출신이 사장이 돼서 그때 지금의 YTN 초석을 마련했던 것 같다’라는 평가를 후세가 해주면 좋죠.

저는 역사주의자입니다. 역사가 발전한다는 것을 믿습니다. 인간의 자유 의지가 계속 확대되면서 발전했다는 거예요. 물론 사닥다리를 올라가기는 힘들어요. 그러나 사닥다리 올라가는 데 공헌하는 YTN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고, 100년 뒤에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하는 YTN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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