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광고판매대행(미디어렙) 법안에 대한 이견으로 내부 갈등을 빚던 MBC노조가 그 동안 유지해 오던 본부 체계를 사실상 해체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1996년 단일 노조로 출범한 MBC노조는 전국언론노동조합 내에서도 여럿 차례 언론 공공성 투쟁에 앞장서는 등 한국 언론사에 기여할 역할이 큰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MBC노조는 서울지부와 19개 지역지부로 구성돼 있는 단일 노조다. MBC노조는 과거 1996년 10월10일 단일 노조 체계를 만들면서 “개별 노조의 벽을 허물고 강력한 연대를 구축해 방송민주화운동의 새 지평을 열자”고 선언한 바 있다.

서울과 지역을 아우르는 MBC노조 본부 체계가 흔들리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미디어렙에 대한 이견 때문이었다. 또, 지역MBC 통폐합에 대한 서울과 지역의 온도 차이도 한 몫을 했다. 최근 들어 더욱 곪은 갈등을 수습하기에는 양 쪽의 의견 차이가 너무 커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 2010년 4월14일, MBC노조가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미디어스
당초 서울MBC노조는 미디어렙 법안에 대해 1공1민 입장을 밝히면서도 MBC만 공영미디어렙에 묶이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이와 함께, SBS의 자사 미디어렙에 반대했으며 종합편성채널도 미디어렙으로 묶여야 한다는 입장 또한 밝힌 바 있다. 이와는 달리, 지역MBC노조는 MBC가 자사 미디어렙을 가질 경우, 기존 연계판매를 통해 얻게 되던 안정적인 재정 구조가 흔들리면 방송의 공공성이 무너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 서울 노조와 입장을 달리하면서 언론노조, 지역방송, 종교방송과 함께 한 목소리를 냈다.

서울과 지역 사이의 미디어렙에 대한 이견이 커지면서 MBC본부 체계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난 달, 미디어렙과 관련해 MBC본부 이름으로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이 발표된 것에 대해 지역MBC노조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또, 지역 노조는 MBC가 추진하는 강릉-삼척, 청주-충주 지역MBC 통폐합 찬반투표와 관련해 개표 방식의 문제를 제기하는 성명을 본부 이름으로 내어줄 것을 요구했지만 서울 노조에서 이를 거부해 갈등이 깊어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MBC노조들은 18일 오후, “지난 10일 열린 서울지부 대의원대회에서 본부 체계 해체가 의결됐다”는 이야기를 뒤늦게 듣게 됐다. 당초 지역 지부장들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던 상황에서 정영하 MBC본부장 등을 만나 최근 서울MBC노조가 하고 있는 김재철 퇴진 투쟁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 등을 지역에 내려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결국 이 과정에서 본부 체계 해체에 대한 안건이 이미 의결되었다는 사실을 접했다.

이에 대해 서울MBC노조 관계자는 “(서울지부) 대의원대회에서 왜 본부 체계를 유지하느냐는 의견이 빗발쳤다. 본부 체계 해체가 의결된 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미디어렙에 대한 서울 구성원들의 분노가 많이 반영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서울MBC노조의 방침에 대해 지역MBC노조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당초 지역MBC 노조들은 16일 대전에서 회의를 열어 현MBC본부 체계에 대한 문제를 장시간 논의하면서도 “본부 체계를 유지하되 정상화 하기 위해 노력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그렇기에 미디어렙에 대한 서울과 지역의 온도 차이, 이견을 감안하더라도 이 같은 조치는 황당하다는 것.

한 지역MBC 관계자는 “정상적인 과정이라면 본부 체계 해체에 대해 지역 지부에게 알려줬어야 하지만 ‘파업 동력’을 이유로 열흘 넘게 알려주지 않았다”며 “언론노조 투쟁의 역사 가운데 절반 이상이 MBC 투쟁으로 이뤄진 역사인데 MBC노조가 미디어렙 이라는 재원과 수익 문제로 갈라지게 돼 곤혹스럽다”고 밝혔다.

MBC노조는 오는 26일 오후 7시 전국대의원대회를 열어 본부 체계 해체에 대한 논의를 할 예정이다. 이날 대의원대회에서 재적 대의원의 과반수 이상이 참석한 가운데 2/3 이상이 안건에 찬성하면, MBC본부 체계 해체는 공식화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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