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손흥민이 없으면 토트넘은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두 번째 어시스트가 자책골로 기록되며 어시스트로 기록되지 않은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3연승 후 3연패란 롤러코스터를 타는 동안 토트넘은 최악의 상황이었다.

홈경기 최소 득점에 실점이 많아지는 상황은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더욱 런던 라이벌 팀들과 경기에서 연패를 당했다는 점에서도 비난의 수위는 높았다. 가장 중요한 라이벌전이었던 북런던 아스날과 경기는 최악이었다.

누누 감독에 대한 경질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을 정도로 최악의 경기였다. 전술도 전략도 존재하지 않은, 무슨 경기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경기력이었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의욕이 없어 보였고, 어떤 식으로 공격하고 방어할지에 대한 그 어떤 계산도 존재하지 않았다.

3연승 과정에서 무실점 경기를 이끌던 토트넘이 마치 다른 팀이라도 된 듯, 득점은 안 나오고 대량 실점하며 패하는 모습은 누가 봐도 이상할 수밖에 없었다. 공교롭게도 연패는 케인이 본격적으로 출전하기 시작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케인에 대한 분노 역시 커졌다.

달리는 손흥민 [AFP=연합뉴스]

토트넘으로서는 4연패는 당할 수 없다. 그렇게 무너지면 치고 올라가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로파 컨퍼런스에서 약팀을 상대로 5 득점을 한 것은 반전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는 최고였다. 손흥민, 케인, 모우라로 이어지는 쓰리톱을 후반전에 투입하자마자 3골을 연이어 넣으며 5-1 완승을 거뒀다.

이 경기에서 모우라도 그랬지만, 손흥민은 케인에게 어떻게든 골을 넣게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직접 골을 노릴 수도 있는 상황에서 케인이 올라오기를 기다려 골을 넣을 수 있도록 돕는 과정에서 그가 얼마나 이타적인 선수인지 알 수 있게 했다.

리그 경기에서도 케인이 골을 넣을 수 있도록 팀 전체가 도움을 줬다. 그렇게 아스톤 빌라와 경기를 가진 토트넘은 승리가 절실했다. 무조건 승리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선수들 역시 지난 경기와는 많이 달랐다. 누누 감독도 보다 공격적인 전술을 선택하며 공격 라인이 많이 뛸 수 있는 기회를 부여했다.

시작과 함께 아스톤 빌라의 공세가 거셌다. 강력한 공격으로 인해 토트넘 수비라인과 미들까지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기 때문이다. 손흥민까지 골대 근처로 내려와 수비 가담을 해야 할 정도로 공세가 거셌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를 뒤집은 것은 손흥민이었다.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의 골 어시스트한 뒤 기뻐하는 손흥민 [AP=연합뉴스]

토트넘의 공격을 아스톤 빌라는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많은 준비를 하고 경기에 임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경기력이었다. 좀처럼 공간을 만들지 못하는 상황에서 손흥민이 개인기로 상대 수비를 농락하는 장면들은 경기 내내 이어지며 팬들을 환호하게 만들었다.

기본적으로 공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은 채 수비를 따돌리는 동작은 이제 신의 경지라는 표현을 해도 좋을 정도로 능숙했다. 좁은 공간에서도 패스를 이어주는 능력도 탁월했다. 빠른 스피드에 드리블, 그리고 순간적인 방향 전환 등 수비수들에게는 악몽과 같은 선수가 손흥민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한 경기였다.

전반 23분 손흥민 스스로 끌고 나오며 슛을 쏘기도 했지만, 전담 수비수가 철저하게 막아내는 과정은 스미스 감독이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는지 깨닫게 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이용하는 이가 좋은 선수다. 손흥민은 자신을 압박하는 수비수들을 끌어 공간을 만들고, 그렇게 첫 골을 만들어냈다.

전반 27분 자신이 수비수들을 끌고 가운데 호이비에르에 공간을 내주며 수비 전담이 없음을 확인하고 완벽하게 패스하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그렇게 완벽한 기회를 잡은 호이비에르는 침착하게 슛을 했고 시즌 첫 골을 만들어냈다.

맷 타깃의 자책골에 기뻐하는 손흥민 [EPA=연합뉴스]

중앙에 호이비에르가 있었지만 아스톤 빌라 수비진은 모우라와 케인 등 다른 선수들에 집중했다. 이런 공백을 확실하게 파악하고, 패스를 넣은 손흥민의 넓은 시야는 최고였다. 손흥민으로서는 이번 시즌 첫 어시스트라는 점에서 반가웠다.

후반에는 손흥민은 골에 대한 욕심을 보였다. 기회가 오면 슛을 쐈다. 하지만 중간에 갑작스럽게 비가 쏟아지며 정교한 슛이 나오지는 않았다. 젖은 잔디에서 찬 공은 살짝 뜨면서 골과 연결되지 않는 장면들이 자주 나왔으니 말이다.

토트넘의 후반은 전반 초반처럼 아스톤 빌라의 압박으로 인해 위기가 반복되었다. 거대한 체구의 선수들이 전방에 포진하고 케시의 롱 드로잉으로 기회를 만들어가는 아스톤 빌라는 결국 크로스로 일을 냈다. 지난 시즌 아스톤 빌라 최다골을 넣었던 왓킨슨이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수비수들의 어수선한 모습이 다시 드러났다는 점에서 아쉬웠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토트넘 수비수들은 지난 경기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몸을 날리는 장면들이 많았다. 실제 위험한 순간을 몸으로 선방하는 경우들도 있었으니 말이다.

아스톤 빌라의 동점 상황은 오래가지 못했다. 4분 만에 손흥민은 엄청난 스피드로 왼쪽을 파고들며 급 방향 전환을 하며 흔들며 틈을 만들어 반대쪽에 있는 모우라를 향해 패스를 했다. 그저 발만 들이밀어도 골이 되는 완벽한 패스였다.

애스턴 빌라전 '킹 오브 더 매치'로 선정된 손흥민 [EPL 공식 홈페이지 캡처]

결국 이 골로 토트넘은 3연패를 끊고 4승째를 올리며 8위까지 올라서게 되었다. 손흥민은 2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듯했지만, 자책골로 판정 나면서 도움 하나는 사라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공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역전에 성공하고 홈팬들 앞에서 포효하며 응원을 유도하는 손흥민의 모습이 곧 토트넘이다.

욕심내지 않고 오직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손흥민에게 토트넘 팬들이 열광하는 것은 너무 당연했다. 오늘 경기에서도 케인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았다. 무디고 흐름을 제대로 타지 못하는 듯한 모습은 답답함으로 다가왔다.

은돔벨레 역시 몇몇 반짝이는 장면들이 나오기는 했지만, 이제 로 셀소가 선발로 나서는 것이 더 좋은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지난 연패 과정에서 보였던 많은 부분들이 조금씩 채워지며 승리를 거뒀다는 것은 A매치 이후 토트넘의 연승을 기대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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