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 팀 잔류, 2개 팀 강등으로 결론 난 K리그 승강제 때문에 축구계가 연초부터 들썩이고 있습니다. 당초 12개 팀 잔류, 4개 팀 강등으로 승강제를 추진하다 몇몇 팀의 반발로 단계적인 추진으로 결론이 나면서 "실망스럽다" "기대를 안 한 게 차라리 나았다"는 등의 비판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몇몇 여론, 언론은 "이제 K리그는 망할 것이다"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물론 필자도 어제 승강제 관련 칼럼에서 '어정쩡한 승강제'로 평하고 이번 결정에 대해 아쉽다고 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렇게 결정된 이상 앞으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 특히 2부리그 구성 문제에 온 힘을 쏟아야 K리그 승강제의 성패는 결국 결정날 것이라고 했습니다.

승강제 문제가 물론 많은 팬들이나 축구인들의 기대에 어긋난 면이 있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모든 부분들이 다 아쉬웠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번에 승강제 문제 논의를 하면서 K리그 발전에 꼭 필요한 여러 가지 안건들도 함께 논의됐는데 한동안 문제가 됐던 이른바 '독소 제도'들이 단계적으로 폐지 수순을 밟거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수정해가기로 방침을 정했습니다. 이는 분명히 칭찬받아 마땅하고 환영할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승강제 문제에 가려졌고, 오히려 이런 독소 제도 폐지가 당연한 일처럼 받아들여지다 보니 부각되지 못한 측면이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 K리그 (사진=김지한)
폐지 목소리 높았던 신인 드래프트, 결국 폐지됐다

이번에 승강제 논의와 더불어 아주 중요하게 다뤘어야 했던 문제는 바로 신인 드래프트였습니다. 이 신인 드래프트 제도는 2001년 폐지됐다 2006년에 경영악화 개선을 위한 자구책을 명목으로 부활해서 지금껏 신인 선수를 뽑는 유일한 창구로 활용돼 왔습니다. 그러나 선수들이 가고 싶은 구단에 가지 못하고, 우수한 선수가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없다는 게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이 때문에 2000년대 후반부터는 우수한 선수들이 대거 일본 J리그로 눈을 돌리는 일이 벌어졌고, 우수 인재 해외 유출이라는 곱지 않은 문제를 낳았습니다. 또 대학 선수들의 중도 이탈로 선수 개인 뿐 아니라 대학 축구 전반에 영향을 주는 문제로 대학 축구 측에서 꾸준하게 반대 목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이런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자 연맹 이사회는 이번 논의를 통해 드래프트 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결의했습니다. 당장에 폐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2013년도 신인 선수 선발은 자유 선발과 드래프트 방식을 혼용하기로 했고, 자유 선발 비율을 매년 한명씩 늘려 2016년도 신인 선수 선발(2015년 11월 예정)은 자유선발제만으로 신인 선수를 영입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습니다. 부익부 빈익빈을 낳는다고 해서 자유선발제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물론 있습니다. 그래도 리그 경쟁력 강화와 우수 선수 육성 등을 위해서라도 드래프트 폐지, 자유선발제 도입은 꼭 필요한 것이었고, 이를 관철시킨 것은 분명 잘한 일입니다.

진입 장벽 대폭 낮춘 노력, 돋보였다

승강제 문제와 결부시켜 논의됐던 프로 클럽 자격 요건, 특히 가입금과 축구발전기금 문제, 수익금 배분 등도 어느 정도 뚜렷하게 결론을 낸 것 역시 주목할 만한 일입니다. 내셔널리그 팀의 2부 가입 시에는 가입금 면제, 1부 승격 시에는 5억 원만 부과하기로 했고, 신생팀의 2부 가입, 1부 승격 역시 각각 5억 원 납부만으로 가입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는 현 K리그 팀 가입금 10억 원에서 한참 진일보한 것입니다.

또 1, 2부 리그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사업 수익금의 경우 1, 2부 각 3:1 비율로, 토토 수익금은 균등한 비율에 따라 지원금이 배분되며, 2부리그에 최초 강등된 팀은 첫 1회에 한해 1부리그와 동일한 수준의 사업 수익금을 배분받을 수 있게 됩니다. 가장 큰 문제였던 '20억 축구발전기금'은 사라지는 대신 미납한 팀에 한해 사업수익금 중 일정률을 감액해 미납기금과 상계처리하기로 하며, 연회비 개념을 도입, 1부 리그는 1억 5천만 원, 2부 리그는 5천만 원을 납부하기로 정했습니다. 전반적으로 놓고 보면 걸림돌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어도 장벽을 최대한 낮추어 1부 또는 2부 리그의 구성원으로 안착시키게 하려는 노력, 의지가 엿보입니다.

꼭 필요한 경영 투명화도 해결하려 했다

각 구단의 경영 투명화를 위해 장기적으로 논의하고 구체적인 사항을 마련하려 한 것도 눈에 띄는 일입니다. 선수 연봉 정보, 구단의 경영 지표까지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공개하기로 추진한 것은 그 중에서도 단연 주목할 부분입니다.

그동안 선수 연봉은 여러 가지 이유로 4대 프로 스포츠 가운데 유일하게 비공개 원칙을 고수해 왔습니다. 하지만 프로축구연맹조차 연봉 공개에 관한 관련 규정이 없고 이를 악용해 구단이 선수 연봉을 비공개하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선수 연봉, 경영 지표 공개를 통해 팀을 운영하는데 있어 걸림돌로 지적돼 온 운영비 대비 선수 인건비 비율을 50% 아래로 낮추는 문제까지 해결하려 한 것은 드래프트 폐지만큼이나 잘 한 일로 평가할 만합니다.

명문화 작업 필요, 갈 길은 멀어도 도약 계기 꼭 만들라

물론 추후 열릴 이사회를 통해 이번에 논의됐던 사항들을 완전한 규정으로 만들어 명문화하는 작업이 따라야 할 것입니다. 사실 이번에 논의된 사안들 자체가 오래 전부터 문제제기됐던 부분들이며, 이중 일부는 시기가 조금 늦은 면도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승강제 문제에 대한 면은 아쉽지만 그 외에 다른 문제들에 대해 이번 연맹 이사회, 총회를 통해서 명쾌한 답을 내놓은 것은 박수 받아 마땅합니다.

중대한 사안들을 한꺼번에 해결하려는 의지, 노력을 보여준 것만큼이나 앞으로 풀어내야 할 다른 문제들 역시 말끔하게 해결해서 프로 축구, 클럽 축구가 더욱 도약하는 계기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앞으로가 정말 더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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