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K리그 승강제가 결국 '14+2'안 수용으로 내년부터 도입됩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16일 오전 이사회와 오후 정기총회를 통해 점진적 승강제 도입안을 확정, 발표했습니다.

당초 12개 팀 1부 잔류, 4개 팀 2부 강등을 뜻하는 이른바 '12+4' 원안을 관철시키려 했던 연맹은 시, 도민 구단의 강력한 반발로 14개 팀 1부 잔류, 2개 팀 2부 강등안인 '14+2'로 내년 승강제를 시작한 뒤 2014년에 12개 팀 잔류, 2개 팀 2부 강등하는 '12+2+2' 수정안을 점진적으로 도입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2025년까지 1,2부 각 16개 팀씩 운영하는 것으로 목표를 정했고, 현재 내셔널리그와 챌린저스리그(K3)와의 승강제 문제는 축구협회, 내셔널리그 주체인 한국실업축구연맹 측과 지속적으로 협의하기로 했습니다.

▲ K리그 우승 트로피 (사진: 김지한)
개운치 않은 뒷맛 남긴 승강제 수정안

당초 '12+4'에서 '14+2' 안으로 후퇴하면서 K리그 운영 주체인 프로축구연맹과 각 구단은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습니다. 클럽 축구 발전과 국제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꼭 필요했던 승강제가 몇몇 구단의 꼼수로 하나마나한 승강제가 됐다는 것입니다. 이미 몇 주 전부터 시, 도민 6개 구단은 "기업 구단의 일방적인 논리에 의해 승강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12+4'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결국 연맹이 당초에 내놓았던 개혁안은 폐기됐고, 무늬만 승강제인 어정쩡한 개혁안으로 리그가 운영되게 됐습니다. AFC(아시아축구연맹) 기준에 따라 프로 구단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주 상무가 내년 시즌 2부리그 강등이 확실하다면 단 한 팀만 2부로 강등되는 조금은 개운치 않은 승강제가 됐습니다.

원안 대신 수정안이 통과되면서 애초부터 논의됐던 것들이 모두 원점으로 돌아간 것도 문제입니다. 프로축구연맹이 1년 동안 선진국을 돌아다니며 새 모델을 찾고, 공청회도 여는 등 나름대로 많은 공을 들여 내놓은 원안이었습니다. 그러나 시즌 중간에 한마디도 없다 불과 며칠 사이에 몇몇 구단의 입김으로 급작스레 바뀌면서 이와 관련해 논의됐던 사항들이 뒤집혔습니다. 결과적으로 원점부터 새롭게 승강제 발전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얘깁니다. 여기에다 14+2 안이 그대로 시행된다 해도 강등팀이 생겼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 대책 등이 뚜렷하지 않아 또다시 뒤집어질 여지를 남겨둔 것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2부리그 지원책, 하지만 갈 길은 멀다

어쨌든 승강제 도입안이 통과됐고, 기대보다 많은 의심, 우려를 낳으며 새 제도를 도입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이렇게 된 이상 이제부터는 2부 리그 운영 방안, 그리고 확실한 장기 플랜을 세우는 데 집중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특히 이번 '14+2' 안 통과로 결과적으로는 2부 리그를 어떻게 꾸리느냐에 따라 승강제 성패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계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단 연맹은 2013 시즌에 1부 리그에 남아있는 14개 팀을 가칭 프리미어 K리그, 강등팀 두 팀과 내셔널리그 팀, 신생팀, 1부리그 B팀(2군), 경찰청 등 6-10개 팀으로 구성된 2부 리그 K리그를 운영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내셔널리그에서 올라오는 팀은 가입금을 면제해주고, 신생팀에게는 5억 원의 가입금을 받기로 해 현행 K리그 차단 가입금 10억 원보다 문턱을 낮추겠다는 뜻도 밝혔습니다. 스포츠 토토 지원금 역시 1,2부 리그가 균등하게 배분하기로 방침을 정했습니다.

그러나 역시 문제는 많습니다. 원안에 비해 추상적인 내용이 많습니다. 당초 원안대로였다면 2013년에 곧바로 강등팀 4개 팀과 내셔널리그 3개 팀, 경찰청 등 총 8개 팀으로 2부 리그를 꾸릴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수정안으로 신생팀, 1부리그 B팀이라는 임시방편의 수단을 동원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습니다. 기본적인 참가 팀 옵션이 많아지다 보니 신경 쓸 일도 더 많아졌습니다.

설령 이대로 운영한다 해도 곳곳에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다수의 팀이 1부 리그에 올라서지 못하는 한계도 있습니다. 강등이 예상되는 상주 상무를 비롯해 경찰청, 1부리그 B팀은 프로 팀 조건 충족 미비로 사실상 2부 리그에 머물러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될 경우 현행 내셔널리그와 큰 차이가 없는 문제점을 지니게 됩니다. 해당 문제가 발생했을 때, 승강제 틀 안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해결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또 6개 팀으로 2부 리그 한 시즌을 운영한다 했을 때 같은 팀과의 경기수가 늘어나 흥미가 떨어지는 문제도 있습니다. "내셔널리그와 인터리그도 고려한다"고 밝혔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에 불과합니다.

여기에 과거 승강제를 추진했다 실패했던 사례처럼 2부에서 1부로 올라오는 과정에 발생하는 진입 장벽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아직까지 찾지 못한 것도 문제입니다. 승강제 문제에 있어 또 다른 큰 이슈가 될 수 있는 축구발전기금 문제를 비롯해 승격 지원금 등 금전적인 문제에 대한 부분이 이번 승강제 발표안에는 빠져있습니다. 승강제 모델을 확실하게 정한 뒤에 제도적인 부분을 구단, 타 리그와 협의해 나가겠다는 의도로 해석되지만 이 문제에 대해 K리그, 내셔널리그 간에 오래 전부터 평행선을 달려왔던 것을 감안하면 당장 지금부터라도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 2011 K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 전북 현대 (사진=김지한)
때늦은 아쉬움, 지금부터라도 2부리그에 전력투구하라

기본적으로 승강제 논의를 하면서 2부 리그 운영에 대한 논의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부터 우려와 걱정이 앞섭니다. 프로축구연맹은 지금까지 1부리그에 주로 초점을 맞춰 몇 팀을 운영할지, 어떻게 운영할지 고민해 왔습니다. 그러나 2부리그 운영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틀조차 아직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내셔널리그 측과 협의를 했다고 했지만 이번에 내놓은 안에 확실하게 몇 팀이 나설지는 내세우지 못했습니다. 2부리그 팀이 자생력을 갖춰 1부리그 못지않은 팀으로 유지되려면 이번에 최소한의 방침 정도는 내놓았어야 했는데 그런 부분이 없다보니 당장 논의 자체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당장 1년 뒤에 2부리그를 운영해야 하는데 이러다 리그 자체가 졸속, 파행의 수순을 밟는 것은 아닌지 염려될 정도입니다.

승강제가 잘 되려면 기본적으로 1부리그 못지않게 튼튼한 2부리그를 갖춰야 합니다. 단순한 지원책 뿐 아니라 1부리그 수준의 동등한 관심과 탄탄한 환경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기본적인 논의 자체가 없었다보니 "2부리그로 강등되면 해체된다"는 논리가 형성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어떻게 보면 시,도민 구단들의 반발 역시 여기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는데 이는 승강제 뿌리를 뒤흔드는 결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승강제 모델 구축만큼이나 2부 리그에 대한 고민도 꾸준하게 했으면 하는 때늦은 후회, 아쉬움도 생긴 셈이 됐습니다.

한국 프로 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도입되는 승강제인 만큼 여러 가지 부분에서 높은 산을 넘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뚜렷한 대책 하나 없이 산을 넘어서려고만 한다면 결과적으로 목표에 도달하기도 전에 완등에 실패하고 말 것입니다. 승강제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가운데 하나인 2부 리그 문제 역시 확실한 비전과 활성화 방안 하나 뚜렷하게 내놓지 못하고 흐지부지하게 끌기만 한다면 승강제는 이전처럼 또다시 좌초하고 말 것입니다. 발전이나 좌초냐 운명의 갈림길에 선 K리그 모든 구성원들의 2부리그 운영, 발전에 대한 진정성 있는 자세가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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