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한국전력이 8년 만에 전기료를 인상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보수언론이 ‘탈원전’ 탓을 하고 나섰다. 탈원전 정책 때문에 원자력발전 생산량이 위축됐고 발전단가가 비싼 태양력·풍력 발전 비중이 늘어나면서 전기료가 인상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전기료 인상 원인은 연료비 상승이 꼽힌다. 이에 대해 한겨레는 “현 정부 들어 원전 설비와 발전량에서 ‘탈원전’이라고 할 만한 감축이 없었다”며 보수언론의 주장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한국전력은 오는 10월부터 전기료를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월평균 350kWh를 사용하는 4인 가구의 전기료는 월 최대 1,050원 오르게 된다. 전기료 인상은 LNG, 유연탄, 유류 가격 급등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연료비 가격과 전기료를 연동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실시한 바 있다.

한울원자력발전소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조선일보는 24일 사설 <8년 만의 전기료 인상, 탈원전 정책 아래선 이제 시작일 뿐>에서 “전기료 인상은 단기적으론 연료비 부담 증가에 따른 것이지만, 현 정부 출범 후 탈원전 정책이 전기료를 더 이상 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온 것이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원전의 전력 생산이 위축되면서 원가가 훨씬 비싼 태양광·풍력과 LNG 발전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며 “전기료는 탈원전을 고집하는 한 앞으로 계속 인상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 한 사람 고집만 쳐다보면서 국민 생활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썼다.

중앙일보는 사설 <전기료 인상…날아들기 시작한 탈원전 고지서>에서 “(전기료 인상의) 근본 원인이 탈원전 때문이란 건 모두가 안다”며 “정부가 탈원전의 모델로 삼은 독일은 전기료가 우리나라의 세 배에 달할 만큼 비싸다. 그래도 모자라 이웃 나라 프랑스에서 전기를 수입해 쓴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과학이 아니라 정치적 판단에서 시작된 탈원전을 지금이라도 멈춰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어마어마한 비용 청구서가 미래세대에게 날아들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전기료 상승은 탈원전 정책 때문이 아니다. 탈원전 정책 이후에도 원전 발전량은 일정 수준을 유지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원전 발전량 비율을 25%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원전 발전량 비중은 29%로 전년도 대비 3.1%p 증가했다. 올해 7월까지 원전 발전량 비중은 26.8%다. 원전 설비용량은 2016년 2만 3116W였지만 2019년 2만 3250W로 증가했다. 신한울 1호기·2호기, 신고리 5·6호기가 상업 운전을 시작하면 설비용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3일 해명자료를 내고 “전기요금 연료비 조정단가 조정은 연료비 연동제 도입 취지에 따라 연료비 상승분을 반영한 것으로 탈원전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산자부는 “원전 이용률은 70%대를 유지하고 있다”며 “올해 전체 전기요금은 작년보다 낮은 수준이다. 탄소중립·기후대응 비용은 이번 전기료 인상과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겨레는 사설 <전기요금 8년 만의 인상, ‘연료비 연동제’ 안착시켜야>에서 “이번 결정은 연료비 연동제를 정상화하는 첫발을 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연료비가 급등해도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못하면 한전의 적자가 누적될 수밖에 없다. 한전의 올 상반기 영업적자가 약 2조 원으로 불어난 것도 이런 이유 탓”이라고 밝혔다.

한겨레는 “일각에서는 이번 전기요금 인상을 ‘탈원전 청구서’라고 비난한다”면서 “그러나 현 정부 들어 원전 설비와 발전량에서 ‘탈원전’이라고 할 만한 감축이 없었기 때문에 이치에 맞지 않는다. 오히려 연료비 연동제는 탈원전 정책과 무관하게 합리적인 전기 소비 유도를 통해 온실가스를 줄이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만큼 이를 안착시키는 데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국내 전기료가 지나치게 낮았던 만큼 이번 기회에 전기료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8년 만의 전기료 인상, 전기료 체계 현실화 계기돼야>에서 “한국은 전기발전 연료를 수입하는 국가임에도 전기료는 세계적으로 싸다”면서 “2019년 가정용 전기료는 OECD 주요 26개국 중 가장 싸다. 정치적 논리에 따라 전기료의 정상화·현실화를 외면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보수 정당과 언론은 전기료 인상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 왜곡”이라며 “탈원전 정책은 향후 60년간의 장기적 계획으로 원전의 전력 생산량을 보면 아직 제대로 실행되지도 않았다. 연료비 구입단가가 신재생에너지보다 원자력이 싸다고 강조하지만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같은 안전 비용과 폐연료 관리비, 기후 위기 개선 비용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서다”라고 설명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