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좋으면 기분도 좋은 법입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2012년 첫 경기를 기분 좋은 승리로 장식하며 산뜻한 출발을 보였습니다.

올림픽팀은 15일 밤(한국시각), 태국 방콕에서 열린 2012 킹스컵 1차전 태국 국가대표팀과의 경기에서 전반 김동섭(광주 FC)의 선제골과 후반 서정진(전북 현대), 김현성(FC 서울)의 연속골에 힘입어 3-1 완승을 거뒀습니다. 이로써 올림픽팀은 런던올림픽 최종예선 중동 원정 2연전을 앞두고 가진 첫 실전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두며 기세를 올렸습니다. 14년 만에 킹스컵에 나서 통산 10번째 우승에도 도전할 수 있게 됐습니다.

▲ 15일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킹스컵 개막전에서 서정진(오른쪽)이 태국을 상대로 팀의 두 번째 골을 넣은 후 기뻐하고 있다. 왼쪽은 백성동. ⓒ연합뉴스
분위기 주도하며 기분 좋게 챙긴 승리

모든 것이 완벽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큰 틀에서 놓고 봤을 때 깔끔한 경기를 펼쳤던 한 판이었습니다. 선수들 대부분 휴식기를 갖다 간만에 실전을 치렀던 탓에 경기 초반 무거운 몸놀림을 보였지만 적절한 타이밍에 골을 넣어 분위기를 가져오고 끝까지 흐름을 이어간 것이 보기 좋았습니다. 환경적인 적응도 그랬고 경기 중간 어려움이 따르기도 했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고, 주어진 기회를 완벽하게 살려내면서 3골을 넣고 이긴 것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선수들 역시 간만에 가진 실전에서 완승을 거둬 자신감을 쌓고 다음 경기를 준비할 수 있게 됐습니다.

특히 몸놀림이 조금 가벼워진 후반 만족스러운 경기력을 보인 것이 보기 좋았습니다. 기습적으로 동점골을 내주며 자칫 태국 쪽으로 분위기가 넘어갈 뻔 했지만 교체돼 들어간 서정진, 백성동, 김현성 등이 활력을 불어넣고 이에 기존 선수들이 힘을 내면서 전체적으로 경기를 주도해 나갔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서정진, 김현성이 순도 높은 골 감각을 과시하며 태국 분위기를 완전히 꺾어버렸고, 이를 끝까지 잘 지켜내며 완벽한 승리를 챙길 수 있었습니다. 경기 결과나 내용 모두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줬던 후반전이었습니다.

사실 이번 대회를 홍명보 감독은 2월 런던올림픽 최종예선 2연전을 대비한 경기로 규정하고 크게 전력을 다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습니다. 그렇기는 해도 첫 스타트를 끊는 경기였던 만큼 가능성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약간의 부담감은 있었습니다. 여기에 주축선수들 중 몇몇이 지난해 11월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 레바논전 패배에 함께 했던 경험이 있어 정신적인 면에서 뭔가 달라진 면모를 보였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온갖 우려 속에서도 홍명보호 올림픽팀은 모든 부담감을 떨쳐내면서 기분 좋은 승리를 만들어냈고, 큰 문제없이 다음 행보를 이어가게 됐습니다.

▲ 올림픽축구대표팀이 개최국 태국을 상대로 3-1 승리를 거둔 후 서로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전 경험과 경쟁, 두 가지 효과를 기대케 한 선수 실험

일단 다양한 선수 교체를 통해 선수들에 실전 경험을 쌓게 하면서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하고 궁극적으로 경쟁을 유도하는 것 역시 전체적인 경기력 향상에도 좋은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번 태국전에서 홍명보 감독은 주전 골키퍼로 이범영 대신 김승규를 출전시켰으며, 수비진에서도 홍정호(제주 유나이티드), 오재석(강원 FC) 대신 김기희(대구 FC), 정동호(가이나렛 돗토리)를 선발 출장시켜 선수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가능한 많은 선수를 테스트해 최종예선, 그리고 이후 본선에 나설 선수를 가려보려는 홍명보 감독의 의도는 선수들에 경쟁심을 유발시켜 적당한 긴장감을 형성하고 이를 통해 전반적인 전력 상승을 이끌어주는 측면에서 기대를 모았습니다. 남은 2경기에서도 이 같은 실험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이는 홍명보호의 발전적인 행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전반 초중반 답답했던 경기 흐름, 수비진의 집중력 저하 등의 문제점이 드러나기는 했어도 이를 커버할 만큼 괜찮은 경기력을 펼치며 기분 좋은 승리를 따낸 것은 어쨌든 고무적이었습니다. 기분 좋은 첫 승을 통해 덴마크, 노르웨이 등 만만치 않은 팀들을 상대해서도 탄탄한 경기력을 보여주는 홍명보호 올림픽팀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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