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눈물팀이 남극을 찾은 것은 자연의 신비와 경이를 전하고자 하는 단순한 이유가 아니다. 그랬다면 눈물이란 말이 타이틀에 어울리지 않는다. 그간 눈물 팀이 지나온 곳은 극지 아니면 오지였다. 그 말들이 의미하듯이 인간의 손이 닿지 않아야 할 천혜의 자연은 끔찍할 정도로 훼손되어 가고 있었다. 그것을 위협하고 파괴하는 것은 언제나 인간이었듯이 이번 남극에서도 인간의 야만적 환경파괴의 역사를 확인하게 된다.

남극의 눈물 2부를 잘 보다가 끝부분에 가서 분노를 느껴야 했던 이유는 인간이 말살한 남극 동물의 수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큰 분노를 안겨준 것은 아직도 허울 좋은 구실을 붙여 남극 고래를 포획하고 있는 야만적이고, 뻔뻔한 일본 포경선 때문이었다. 남극이 인류에 의해 발견된 이후 고작 30년 만에 물개는 150만 마리, 고래 역시 100만 마리에 달하는 학살을 당했다.

고래와 물개 등 남극 동물들이 멸종위기에 처하자 1986년 세계포경위원회는 포경을 금지했다. 그러나 이 합의에도 허점은 있었다. 과학적 목적의 포획은 허용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고래고기를 유난히 좋아하는 일본은 이 합의의 맹점을 이용해 여전히 남극 고래들을 포획하고 있었다. 환경단체들에게 현장이 발각되더라도 그저 과학적 목적이라고 우긴다면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다. 아직도 남극에서는 연간 천 마리 정도의 고래가 포획되고 있다고 한다.

특히 고래 사냥 방법이 어미 고래의 모정을 이용하는 잔인하고, 악랄한 것이라 고래사냥이 결코 낭만이 아닌 가장 비인간적인 살육임을 알 수 있었다. 포경선은 먼저 비교적 잡기 쉬운 새끼를 먼저 잡는다고 한다. 그러면 어미 고래는 새끼 곁을 떠나지 못하고 맴돌게 되는데, 그때 포경선의 무지막지한 작살에 희생당하는 것이다.

일본 국민들이 포경선이 저지르는 이런 잔혹하고도 비정한 사냥 방법을 알고도 고래고기를 즐기는지 의문이다. 한 민족의 입맛은 그들만의 문화이기에 그 자체를 두고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기아선상에 선 나라도 아니고 세계 정상의 경제대국 일본이 단지 자국민의 식도락 기호를 위해서 지구촌 모두의 합의를 깨고 교묘하게 고래를 포획하고 있는 장면은 한일 간의 특수한 관계를 떠나서 분노케 하기에 충분했다.

일본의 뻔뻔하고 야만적인 고래 사냥을 목격하면서 프롤로그에서 논란이 됐던 욱일승천기에 대한 실마리가 풀렸다. 남극은 생태계의 보고인 동시에 지하자원의 마지막 미개척지이다. 그래서 남극에는 각국의 연구팀들이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일본의 불법 포경의 경우처럼 순수해야 할 과학연구팀에 해상자위대의 군기를 걸고 출정하는 일본에 대한 비판적 내용을 담아낸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전편을 고루 배분해야 하는 프롤로그에서는 충분한 배경 설명을 하기에는 지면이 부족했고, 자막과 내레이션에도 약간의 실수가 있어 시청자로부터 오해를 사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 자세한 내용은 4부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남극의 눈물 2부 <바다의 노래를 들어라>는 1부에서 황제펭귄의 눈물겨운 부정을 조명했던 서정성에서 조금은 벗어나 종족 번식을 위해 목숨 걸고 사투를 벌이는 꼬끼리해표, 물개 등을 다뤘다. 수컷들은 더 많은 암놈과 짝짓기를 하기 위해 죽을 각오로 다른 수컷과 싸움을 하는데, 승부가 나더라도 누가 승자이고 패자인지를 구분 짓기 힘들 정도로 혈투를 벌이는 모습을 보면 용감한 자가 미인을 얻는다는 인간의 속담은 이들에게 양보해야 할 것 같았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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