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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지만 흥미로운 취재, '인터뷰'[서정환의 karma of the cinema] 조이씨네 편집장
서정환 조이씨네 편집장 | 승인 2008.04.03 14:10

인터뷰는 어렵지만 흥미로운 취재다. 사람과 사람이 처음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는 측면에서 아마도 소개팅을 떠올린다면 비슷한 느낌일 것 같다. 상대방에 대한 막연한 기대는 호기심과 두려움을 동반할 테고, 과연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어떤 행위를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막막함을 동반하기도 한다. 단지 차이점이 있다면 인터뷰는 목적을 동반하고 만난다는 것, 소개팅은 만난 후에 목적이 결정된다는 것 정도랄까.

"인간관계가 시작되는 최소 단위는 두 사람"이라던 오기환 감독은 공포영화 <두사람이다>를 만들었다. 그만큼 두 사람이 만났을 때 벌어지는 다양한 행위와 사건은 세상의 일면을 축소하여 보여주기에 효과적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영화 <인터뷰>도 인터뷰어와 인터뷰이라는 단출한 두 명의 대상을 통해 적확한 인간관계의 묘사를 시도하는데, 매우 흥미롭다.  

   
  ▲ 영화 '인터뷰'  
 
<인터뷰>는 국제적으로 가장 논쟁적인 영화감독 중 한 사람이었던 네덜란드 출신 감독 테오 반 고흐의 2003년 영화를 배우이자 감독인 스티브 부세미가 코미디 영화로 새롭게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테오 반 고흐는 네덜란드 아카데미 감독상을 네 차례나 수상했고, 13편의 걸작을 만들어낸 네덜란드의 국민 감독이다. 하지만 2004년 단편 <굴복>에서 이슬람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근본주의자들의 총격에 의해 사망하고 만다. 고흐의 사망 후, 제작자 브루스 와이스와 지지스 반 데 웨스털라켄은 그가 이미 만들었던 영화들 중 3편의 영화를 할리우드의 배우를 기용해 다시 만드는 프로젝트를 통해 고흐의 생전 숙원을 이뤄주기로 결심한다. <인터뷰>는 그 3부작 중 첫 번째다.

<인터뷰>는 미모의 할리우드 B급 영화 스타와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정치부 기자의 하룻밤 인터뷰를 그린다. 특종을 잡아 명예를 회복하려는 기자와 사생활의 노출을 최대한 막으며 자신을 홍보해야 하는 배우의 태생적 역학 관계는 그 설정만으로도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아파트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는 지루할 새 없는 유쾌한 상황극으로 이어지며 볼거리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가장 큰 힘은 오히려 기자를 쥐고 흔드는 미녀 배우의 뛰어난 언변과 돌발적인 행동이다.

기자들이 특종 또는 국민의 알권리라는 미명 아래 배우들을 온갖 비열한 행위로 들볶아온 동안, 배우들도 이에 대처하는 방법을 준비해왔다는 것. 드라마 <온에어>에서 오승아(김하늘 분)를 무시하던 기자가 취미가 독서라고 깐죽대다 크게 한 방 먹는 장면처럼, 그렇게 도식적이지는 않더라도 배우들도 기자를 상대하고 인터뷰에 임하는 손쉬운 방법들을 터득해왔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매체의 성격에 따라 다르지만, 기자가 배우를 혹은 배우가 기자를 서로 이용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배우는 자신의 활동을 홍보하기 위해 기자를 이용하고, 기자는 배우에게서 새로운 흥밋거리를 캐내기 위해 애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일들이 발생한다. 법정 공방까지 이어지며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 '원수'가 될 수 있지만, 마음 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친구'도 될 수 있다.

대부분 적당히 여지를 남기며 서로 필요한 것만 취하는 인터뷰들의 연속이지만, 그래도 필자는 최대한 진심으로 다가가고 진심으로 다가오기를 원하며 매번 인터뷰에 임하는 것도 사실이다. 가십(gossip)을 다루지 않는다는 매체의 특성 때문인지, 다른 매체의 평균 인터뷰 시간보다 긴 시간을 할애하여 이야기를 나눈 덕분인지, 생각보다 많은 배우들이 '오프 더 레코드(off the record)'를 조건으로 깊은 속내를 털어놓기도 한다. 비록 '오프 더 레코드'라면 무조건 쓰고 보는 기자들의 습성을 이용한 고도의 전략이라 할지라도. 물론 그렇게 본다면 '오프 더 레코드'를 곧이곧대로 지키는 기자 또한 배우 입장에서 어이없기는 마찬가지겠지만 말이다.

   
  ▲ 영화 '인터뷰'  
 
그래도 결국 진심은 통하는 법이라고 믿음을 다지는 수밖에 없다. 진심으로 대하면 진심으로 다가오는 배우들이 더 많은 것도 사실이고, 진심을 받아들이지 않고 벽을 세운 배우들에게는 그 벽을 넘지 않으면 그만이다. 물론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은 속내를 나에게만 털어놓는다면, 그것만큼 기분 좋은 일은 없다. 그렇다고 특종을 잡아 무슨 영화를 누릴지는 몰라도, 배우에게 맞아 이가 부러졌다고 고소하고 싶지도, 무고죄로 불구속 기소되고 싶은 맘은 결코 없다.

   
  ▲ 서정환 조이씨네 편집장  
 
기자와 배우로 대변됐지만, 보편적인 인간관계에서 드러나는 위선과 연민, 편견과 오해의 파편들은 <인터뷰>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현대상에 대한 빼어난 은유임에 분명하다. 기자라는 이유로 군림하려들지 않고, 철저한 사전 준비를 통해 배우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다가간다면 <인터뷰>처럼 기자가 배우에게 무지막지하게 당하고 돌아올 일은 없을 거다. 더욱 안타까운 건, <인터뷰>의 정치부 기자는 왜 자신이 편집장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별 볼일 없는 기자인지 평생 모르고 살아갈 거라는 사실이다. 기자도 배우도, 결국 인간이다.

서정환 조이씨네 편집장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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