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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만 "탈레반, 미국 무기 100조 획득" 오보 바로잡아연합뉴스·경향신문·매일경제는 조치 없어 …사실관계 확인 없이 외신 오번역
윤수현 기자 | 승인 2021.09.10 12:16

[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블랙호크 등 100조 원의 미국 무기가 탈레반 손에 들어갔다”고 보도한 조선일보가 10일 정정보도문을 게재했다. 조선일보는 외신기사를 인용 보도했으며 잘못된 번역으로 오보를 냈다. 연합뉴스·매일경제·경향신문·서울신문 등 같은 오보를 낸 언론사는 정정보도를 내지 않았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17일 브리핑에서 “모든 군사 물자가 어디로 갔는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이 가운데 상당수는 탈레반에 넘어갔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AP통신은 “20년 동안 830억 달러를 들여 조직하고, 훈련시킨 아프간 정부군이 순식간에 붕괴돼 미국이 공급한 화력을 탈레반이 장악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지난 20년 간 아프가니스탄에 들인 총 국방예산이 830억 달러라는 얘기다.

조선일보 10일 2면 기사 갈무리

하지만 조선일보·연합뉴스·매일경제·경향신문·서울신문 등은 탈레반이 100조 원 상당의 미국 무기를 획득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19일 <블랙호크 등 100조원 美무기 탈레반 손에··· 아프간 정부軍은 저항> 보도에서 “탈레반이 노획한 군사 물품은 미국이 아프간 정부군에 제공한 830억달러 상당의 무기라고 AP통신이 전했다”고 했다.

“국내 언론이 오보를 냈다”는 논란이 불거지자 조선일보는 10일 <[바로잡습니다] ‘탈레반이 美무기 100조원 획득’ 본지 보도 사실과 달라> 보도를 통해 오보를 인정하고 독자에게 사과했다. 조선일보는 “100조원’은 미국이 20년 동안 아프간 정부군에 제공한 군사 장비뿐만 아니라 훈련 및 급여 비용 등이 포함된 수치”라면서 “(조선일보 기사는) 사실과 다른 번역으로 정확하지 않은 보도였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국내 한 통신사와 상당수 다른 언론 매체도 유사하게 전했으며 미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면서 “이 사안에 대해 부정확한 보도를 한 데 대해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연합뉴스, 매일경제, 경향신문, 서울신문 등 다른 언론사는 정정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

조선일보는 해외 유력 언론이 팩트체크 기사를 냈을 때는 정정보도를 하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와 AP통신은 지난달 31일과 이번 달 1일 팩트체크 기사를 통해 관련 내용을 검증했다. AP통신은 “미국은 2001년부터 아프가니스탄을 개발하고 유지하기 위해 830억 달러를 지출했다”면서 “하지만 대부분은 장비에 사용되지 않았다. 또한 탈레반은 20년 동안 아프가니스탄에 공급된 모든 미국 장비를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탈레반이 공개한 카불의 CIA 공군기지 (사진=AFP 연합뉴스)

조선일보는 9일 국내 언론이 팩트체크에 나서자 정정보도를 했다. SBS는 <트럼프 "100조 무기가 탈레반에", 사실일까?> 보도에서 “무기와 운송장비에 들어간 비용이 2016년까지 29% 정도로 집계됐다”며 “828억 9천977만 달러의 30%를 계산하면, 250억 달러다. 30조 원 정도가 들어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썼다. SBS는 “온라인 자료 몇 개 뒤져봐도 충분히 검증할 수 있는 사실이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오늘은 <탈레반 100조 원대 미군 무기 획득? 또 외신 ‘오역’> 보도에서 “한국 언론이 인용한 AP통신의 원문 기사를 보면 인용 내용과 달리 ‘830억 달러 규모의 무기를 탈레반이 노획했다’는 대목은 등장하지 않는다”고 했다. 미디어오늘은 “국내 언론은 AP통신 보도를 오역해 인용한 대목과 미군 무기의 상당수가 탈레반에 넘어갔다는 제이크 설리번 보좌관의 해당 발언을 나란히 배치했다"며 "언론 간 인용이 이어지면서 백악관에서 무기 등 군사자산 액수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와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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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현 기자  melancho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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