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여성 살해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는 가운데 "언론이 범죄 사건을 범죄영화처럼 재구성해 보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3일 아내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40대 남성이 경찰에 구속됐으며 해당 사건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보도가 나왔다. 3일 한국경제 <이혼소송 중 아내와 말다툼...홧김에 ‘일본도’ 휘두른 40대 체포>에 살해 정황이 적시됐다면 5일 뉴스인사이드 <“싸움촬영해라”에 화나...장인 앞에서 일본도로 아내 살해>는 구체적으로 살해 정황을 묘사했다. 뉴스인사이드는 기사 본문에 없는 피해자 아버지의 발언을 제목으로 인용했다.

조선일보 관련 기사 인터넷판 캡처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언론인권센터는 범죄 도구인 ‘1m 일본도’와 ‘장인 앞에서’ 등 범죄 현장을 지나치게 강조하며 사건 당시를 떠오르게 하는 단서들을 필요 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는 했다.

언론인권센터는 언론이 피해자를 다루는 방식도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피해자의 유언을 제목에 사용해 안타까움을 강조하거나 피해자를 가정폭력을 참고 살아온 여성으로 비추는 등 ‘지나치게 단순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6일 조선일보 <남편 일본도에 숨진 아내의 마지막 말 “우리 애들 어떡해”>, MBN <남편 ‘1m’ 장검에 살해된 아내의 마지막 말...“우리 애들 어떡해”>, 아시아경제 <남편이 휘두른 ‘일본도’에 숨진 아내의 마지막 말...“우리 아이들 어떡해”> 등은 피해자 유언을 제목에 사용했다.

또한 해당 언론사들은 자신을 피해자 지인이라고 밝힌 커뮤니티 글을 사실 확인 없이 인용 보도했다. 특히 세계일보 <“남편, 내연녀 있었다더라”...일본도로 살해 당한 女 고교 절친의 폭로> 기사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내용 일부를 제목으로 뽑아 보도한 대표적인 사례다.

전자발찌를 끊고 여성을 살해한 강윤성 관련 보도는 더욱 심각하다. 강윤성은 지난달 26일 여성을 살해한 뒤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끊고 도주해 2차 범행을 저질렀다. 언론은 가해자의 정신·심리상태를 분석하며 ‘사이코패스’ 등 병명을 붙이기 시작했다.

YTN <죄책감 없는 공격성...강윤성, 사이코패스일까>, 뉴시스 <‘연쇄살인’ 강윤성, 툭하면 폭력 성향...사이코패스일까>, YTN <강윤성, 오늘 검찰 송치...사이코패스인가?>, 조선일보 <“강윤성, 사형선고 받아도 집행 안된다는 안도감 있을 것> 등이다.

뉴스1 관련 기사 캡처

전문가 분석을 넘어 피의자가 과거 출판한 에세이까지 주목했다. 뉴스1 <”한국의 빠삐용“...연쇄살인범 강윤성, 11년 전 감옥서 자기반성 에세이 출판> 기사가 대표적이다. 언론인권센터는 "강윤성의 과거 에세이에 담긴 개인사를 조명하는 보도는 범죄를 사회 구조의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인권센터는 “이번 범죄 사건들은 개인의 일탈이 아닌 재사회화 기관의 역할 부재, 수사기관의 미흡한 대처로 발생한 것이며 우리 사회가 모른 척 넘겨온 가정폭력으로 인한 것”이라며 “언론은 사건의 잔혹함과 폭력성을 말하기 전에 사회 구조적 원인에 대해 고민하고 지적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회 시스템과 국가기관의 역할 등이 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지 감시해야 하며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될 수 있게 시민들의 관심을 촉구시키는 언론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