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내 IPTV 3사 등 유료방송 플랫폼과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간 콘텐츠 거래 수익배분 비율이 해외와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는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IPTV 3사와 CJ ENM의 콘텐츠 사용료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플랫폼 사업자가 현재보다 사용료를 10~20% 더 지불해야 한다는 구체적 수치까지 제시됐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시청자를 설득해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즉 이용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방송광고시장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차별화된 서비스 등을 통해 ARPU를 상승시키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8일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 주최로 열린 '유료방송시장 콘텐츠 거래 합리화 방안' 정책세미나 (사진=홍익표 의원실)

8일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 주최로 열린 '유료방송시장 콘텐츠 거래 합리화 방안' 정책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김용희 오픈루트 전문위원은 해외 20개 국가 44개 플랫폼 사업자와 16개 국가 41개 콘텐츠 사업자들의 사업 환경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 국내 IPTV 3사가 지상파를 포함해 실시간 채널 전체에 지급한 콘텐츠 사용료 지급비율은 33% 수준으로 ▲미국 62.20% ▲영국 83.6% ▲뉴질랜드 58.78% ▲인도네시아 50.20% 등과 비교해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IPTV 3사의 콘텐츠 사용료 지급비율은 케이블TV(SO)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기준 IPTV는 24.9%, SO는 61.3% 수준을 기록했다.

또한 국내 PP의 수익성이 해외에 비해 낮은 반면 IPTV 수익성은PP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오픈루트 조사 결과 2020년 기준 한국 PP사업자들의 사업수익성(EBITDA 마진율)은 9.00% 기록했다. 한국과 GDP(국내총생산) 규모가 비슷한 멕시코(18.42%), 러시아(21.36%), 호주(18.40%), 스페인(16.69%), 캐나다(30.93%), 이탈리아(34.93%)와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국내 IPTV 사업자들의 사업수익성은 20.19%로 국내 PP에 비해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한국 유료방송시장은 ARPU 대비 콘텐츠 사업자 투자 회수율이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오픈루트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ARPU 대비 투자 회수율은 36.7%로 미국 103%, 캐나다 95%, 인도 85%, 호주 49%, 스페인 45% 등보다 낮다.

(오픈루트 '유료방송 콘텐츠 거래 시장 분석과 제언' 발제자료)

김용희 전문위원은 콘텐츠 사업자들의 투자회수율 저하 문제는 콘텐츠 사업자의 투자재원 확보 실패와 콘텐츠 품질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 유료방송 콘텐츠 사용료를 10~20% 상향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전문위원은 현행 IPTV 사업자의 콘텐츠 수익 배분 비율을 SO 수준으로 상향평준화 해야한다고 말해 사실상 IPTV 3사의 콘텐츠 사용료 인상 필요성을 제기했다. 또 김용희 전문위원은 유료방송 ARPU 정상화를 위해 ‘콘텐츠 제작원가 기반의 유료방송 이용요금 신고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IPTV 사업자측은 PP의 제작비 상승을 콘텐츠 사용료 분쟁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즉각 반박에 나섰다. 김혁 SK브로드밴드 미디어플랫폼 부장은 "콘텐츠 제값받기의 원인 중 하나는 제작비의 급격한 상승이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자세히 보면 작가·주연배우 등의 급격한 몸값상승이 대부분"이라며 "이 상황이 과연 합리적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김혁 본부장은 "제작시장이 커진 것을 플랫폼이 뒷받침해야 하는 상황이 고려되지 않고 있다"며 "제작비가 과연 왜 상승하는 것인지, '스튜디오' 등 또다른 산업을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시장이 소화할 수 있는 적정한 규모인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혁 본부장은 "홈쇼핑 수수료, PP수신료, 지상파·종편 프로그램 사용로 모든 부분에서 자료를 공개할 생각이 있다"며 "어떻게 벌고 나누는지, 마케팅·인프라·서비스 비용은 얼마인지 공개할 생각이 있다. 객관적으로 서로 보고 얘기할 라운드테이블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왼쪽부터)김혁 SK브로드밴드 미디어플랫폼 본부장, 서장원 CJ ENM 전략지원실장, 한석현 서울 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팀장 (사진=유튜브 '홍익표TV' 방송화면 갈무리)

반면 서장원 CJ ENM 전략지원실장은 "미국의 5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며 "글로벌 경쟁력 대비 비싼 건 아니다. 재원을 충당할 구조가 안 되어 있을 뿐"이라고 맞받았다.

서장원 실장은 "글로벌 OTT가 들어오면서 제작비가 가파르게 올라가는 환경이다. 그걸 따라가지 못하면 제작을 못한다"며 "넷플릭스, 디즈니에 제작사가 가게 되면 저작권을 전부 팔아야 해 잠재력은 사라진다. 파이를 키우려면 좋은 콘텐츠를 대우해서 제작을 활발하게 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석현 서울 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팀장은 결국 ARPU를 높이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며 유료방송업계가 채널 다양성 보장과 서비스 차별화 등으로 시청자를 설득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 팀장은 "광고가 다시 유료방송이든 지상파든 방송쪽으로 돌아오기는 어렵다. 결국 콘텐츠 대가 분쟁의 근원적 문제는 시장 재원부족과 낮은 ARPU"라며 "시청자가 돈을 더 내주면 협상에도 여유가 생기고, 갈등빈도나 양상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어 한 팀장은 "시청자 설득이 중요하다. 방송의 가치, 유료방송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감, 시청자가 느끼는 용이함 등을 제시할 수 없다면 ARPU를 높이기 어렵다"며 "차별성 없는 채널 배치, 대동소이한 상품군들 가지고 시청자에게 '선택해달라' 설득할 수 없다. 이런 근원적인 문제들을 집중적으로 얘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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