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여자 프로배구 2021년 신인 드래프트가 끝났다. 올 시즌 첫 출발하는 광주 AI 페퍼스(이하 페퍼스)는 신생팀 우선지명권 6장으로 7명의 선수를 선발했다. 팀마다 한 명씩을 받는 과정에서 페퍼스는 현대를 제외하고 다섯 팀에서 한 명씩을 선택하고 외국인 선수를 영입했다.

코보컵에 출전하지 못한 것은 외국인 선수 포함, 8명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6명의 선수들을 우선 지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드래프트는 페퍼스에는 중요하다. 올 시즌만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페퍼스가 여자배구에 정착할 수 있을지 여부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 드래프트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었던 대구여고 3인방은 모두 선택받았다. 박사랑이 전체 1순위, 서채원이 페퍼스에 1라운드 3순위, 정윤주가 2라운드 3순위로 흥국생명으로 향했다. 페퍼스가 대구여고 3인방을 모두 택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결과는 달랐다.

페퍼스가 윙 스파이커로 2명만 선택한 것은 아쉽다. 페퍼스에서 아웃사이드 히터는 4명이다. 아포짓 자원이 3명(이중 미들 브로커와 아웃사이드 히터 가능자 포함)이다. 아포짓은 외국인 선수 몫이라는 점에서 시즌 중 아포짓 자원이 과연 아웃사이드 히터 역할도 해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여자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지명된 대구여고 세터 박사랑.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연합뉴스]

이현과 구솔이라는 세터가 있음에도 페퍼스는 대구여고 세터 박사랑을 1순위로 뽑았다. 이는 상징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현은 칼텍스에서 특별지명받았고, 선명여고 전성기를 이끌었던 구솔은 인삼공사에서 부상으로 1년 만에 실업팀으로 간 후 다시 페퍼스의 선택을 받았다.

세터 자원은 좋다. 구솔이 부상만 없다면 미들 브로커 역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장신이라는 점에서 페퍼스로서는 구솔이 부상에서 벗어나 제 실력을 보여주기를 간절히 바랄 수밖에 없어 보인다. 페퍼스는 좋은 선수들을 잘 선택했다.

다만, 중앙여고 이예솔을 놓친 것은 아쉽다. 도로공사가 하혜진 선수를 내주고 4순위 픽을 얻어 185cm 미들 브로커 자원인 이예솔을 차지하게 되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도로공사로서는 득이 되는 선택이 될 수 있어 보인다.

180cm 이상의 선수들이 올 시즌 드래프트에서는 3명뿐이다. 다른 학년에 비해 우수한 선수가 보이지 않는단 평가를 받았던 만큼 주목 받을 수 있는 선수들이 그만큼 적었다는 의미다. 아웃사이드 히터인 이선우가 184cm였다는 점은 중요하다.

미들 브로커 자원도 185cm밖에 되지 않고, 아웃사이드 히터들이 모두 170cm라는 점에서 높이가 중요할 수밖에 없는 배구에서 얼마나 버텨내고 이겨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물론 국내 최고의 아웃사이드 히터인 이소영 선수도 175cm라는 점에서 어떤 능력을 갖추고 키워나갈 수 있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실업팀 수원시청에서 드래프트에 참가한 리베로 문슬기와 세터 이윤정이 모두 페퍼스와 도로공사의 선택을 받았다. 리베로 자원이 없는 페퍼스로서는 문슬기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도로공사의 경우 이고은의 뒤를 받쳐줄 노련한 선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좋은 선택으로 다가온다.

아웃사이드 히터 숫자가 부족한 현대는 이현지(목포여상)와 김가영(한봄고)을 2라운드와 5라운드에서 선택했다. 황민경과 고예림이 있지만, 전아리는 출전수가 절대 부족하다. 황연주가 아웃사이드 히터로도 뛸 수 있는 아포짓이기는 하지만 이 자리가 부족했다는 점에서 현대의 선택은 당연해 보였다. 김가영의 경우 리베로 자원이기도 하다.

2021-2022 한국배구연맹 여자 신인드래프트 결과 [한국배구연맹 제공=연합뉴스]

칼텍스는 2라운드 5, 6 순위로 세화여고 2명을 모두 선택했다. 180cm 차유정이 아웃사이드 히터와 미들 브로커가 가능하다. 칼텍스는 미들 브로커가 가능한 두 선수를 선택했다는 것은 미래 자원으로 판단했다고 보인다. 김주희가 177cm로 미들 브로커로서는 너무 작다는 점에서 포지션 변경을 할 가능성도 크다.

흥국생명은 대구여고 3인방 중 하나인 정윤주를 2라운드 3순위로 뽑았다. 아웃사이드 히터 자원인 정윤주에 이어, 3라운드 1순위 강릉여고 박수연을 선택하며 부족한 포지션을 채웠다. 최윤이, 박현주, 김미연이 전부인 상황에서 두 선수들이 얼마나 빨리 적응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게 다가온다.

수련선수로 180cm 미들 브로커 중앙여고 전현경을 선택했다. 동기이자 같은 포지션인 이예솔이 1 라운더였던 점을 생각해보면, 1 시즌 적응기를 통해 성장 가능성을 확인해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180cm의 키는 배구에서는 중요하니 말이다.

기업은행은 2라운드에서 양유경을 선택했다. 아웃사이드 히터이지만 176cm라는 점이 아쉽기는 하다. 표승주, 김주향, 육서영이란 좋은 자원이 있다. 여기에 박민지와 실업팀에서 부른 최수빈까지 가세한 포지션에 작은 키의 양유경을 선택한 것은 의외이지만, 미래 자원을 생각해보면 나쁘지 않다.

인삼공사는 구슬 뽑기에서 페퍼스를 제외하고 가장 빠른 선택권을 가졌다. 그리고 인삼공사는 183cm의 한봄고 이수지를 선택했다. 미들 브로커 자원이 좋은 인삼공사가 유일하게 선택한 이가 미들 브로커라는 사실은 의외로 다가올 수도 있다.

하지만 이영택 감독은 노장인 한송이 이후를 생각했다. 한송이를 제외하면 미들 브로커들은 모두 어리다. 박은진, 나현수, 정호영 등 쟁쟁한 자원들이 버티고 있다. 여기에 한봄고 이수지까지 가세해 성장한다면 미들 브로커 강팀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 국가대표인 박은진만이 아니라, 정호영과 나현수 모두 미래의 국가대표 자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인삼공사를 단단하게 해준다. 가장 기대가 큰 인삼공사는 자원이 잘 갖춰져 있다. 아웃사이드 히터 자원 6명 모두 탄탄하다.

이소영과 박혜민이 가세했고, 지난 시즌 신인상을 받은 이선우는 더욱 강해져 복귀했다. 고의정과 이예솔, 고민지 모두 충분히 능력이 확인된 아웃사이드 히터 자원이라는 점에서 인삼공사가 미들 브로커 하나만 선택한 것도 당연해 보인다.

다만, 리베로 오지영이 칼텍스로 가면서 문제가 생겼음에로 리베로 자원을 선택하지 않은 것은 의외일 수는 있다. 하지만 오지영 공백을 신인이 채울 수는 없다. 내년 시즌 더 좋은 리베로 자원이 있다면 선택지를 바꿔도 된다.

기존 리베로 자원인 노란이 1순위로 나서고, 포지션을 바꾼 채선아와 서유경이 교체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 상황에서 가장 작은 키가 184cm인 미들 브로커 라인은 벽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부상 이후 미들 브로커로서 본격적인 시즌을 보내게 될 정호영이 기대만큼 성장해 준다면 인삼공사의 미래는 밝다.

경기도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KOVO컵 여자부 결승 경기에서 GS칼텍스 꺾고 우승을 차지한 현대건설 선수들이 시상식에서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페퍼스가 7명을 선택했다. 실업팀 2명을 포함해 43명이 드래프트에 참석했지만, 수련선수 2명을 포함해 구단의 선택을 받은 선수는 총 19명이다. 페퍼스를 제외하면 6개 구단에서 12명을 선택했다. 올 시즌도 그만큼 좋은 선수들이 적었다는 의미다. 내년 시즌 드래프트에 나서는 목포여상 어르헝이 어디로 갈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키를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스포츠 종목이 배구라는 점에서 189cm 이상이 단 3명이라는 점도 아쉽다. 페퍼스가 일곱 명의 선수를 선택하며 겨우 팀을 꾸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고교 선수들의 경우 소년체전 출전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시즌을 정상적으로 치러낼 수 있을지 의문이기도 하다.

10월 시작될 여자배구 V-리그는 흥미롭다. 칼텍스의 2연패에 대한 관심과 함께, 컵대회 우승으로 지난 시즌 부진을 씻겠다는 각오를 보인 현대, 그리고 각각 나름의 장점을 보여준 팀들의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흥미로울 듯하다. 물론 신생구단 페퍼스라는 변수가 어떤 식으로 작용할지도 궁금하다.

30경기를 하던 팀들이 페퍼스의 가입으로 36경기를 치러야 한다. 그만큼 체력적인 문제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팀이 얼마나 잘 구성되었는지가 우승을 위한 가장 중요한 이유가 된다는 점에서 남은 기간 각 팀들이 얼마나 팀을 잘 정비하고 시즌을 맞이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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