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에서 활약한 외국인 선수는 지난 1983년 출범 이래로 약 500여명 정도 됐습니다.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선수 제도를 도입해 꽤 많은 선수들이 'K리그 드림'을 꿈꿔왔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주로 활약했던 축구와 스타일이 다르다는 이유로, 또 때로는 한국문화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이유로 대다수의 선수들이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최근 몇 년 사이에 K리그에서의 활약을 통해 새롭게 재평가 받아 가치를 높이고 롱런하는 외국인 선수들도 점차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 덕에 외국인 선수들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고, 덩달아 K리그의 경기 수준도 높아졌습니다. 아예 프랜차이즈 스타처럼 커가는 외국인 선수들도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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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FC 서울은 베테랑 중앙 수비수 아디와 재계약에 성공했습니다. 2006년부터 FC 서울에서 줄곧 활약해왔던 아디는 한국 나이로 37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FC 서울과의 의리를 존중하며 2012 시즌에도 K리그 무대에서 활약하게 됐습니다. 서울에는 아디와 함께 오랜 K리그 경력을 자랑하는 데얀도 함께 활약하고 있습니다. 데얀은 2007 시즌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한 뒤 2008년부터 FC 서울의 간판 골잡이로 활약하며 햇수로 6년째 K리그 무대에서 누비고 있습니다. 어느새 그도 오랜 경력을 자랑하는 외국인 K리거가 됐습니다.

지난해 전북 우승 주역이었던 에닝요는 "K리그에서, 전북맨으로 은퇴하고 싶다"고 밝힌 선수입니다. 2003년 수원에서 몸담았다 2007년부터 2년간 대구 FC에서, 그리고 2009년부터 현재까지 전북 현대에서 활약했던 에닝요는 지난해 전북과 3년 재계약을 하며 햇수로 10년 가까이 K리그에서 활약하게 됐습니다. 에닝요보다 한발 더 나아간 선수도 있는데 2004년부터 한해도 빠짐없이 K리그 무대에서 활약한 라돈치치는 한국인 귀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신의손(사리체프), 이성남(데니스), 이싸빅(싸빅) 등이 귀화 외국인 선수로 활약했는데 라돈치치의 귀화 추진도 이어지면서 많은 팬들의 지지를 얻고 있습니다.

K리그와 깊은 인연을 맺는 외국인 선수들이 많아지면서 그만큼 기억에 남을 만 한 외국인 선수도 많아졌습니다. 과거 피아퐁, 라데, 신의손, 샤샤 정도가 기억에 남는다면 이제는 한 시즌에만 여러 명의 외국인 선수들 이름이 금방 입에서 나올 정도로 친숙해진 선수들이 많아졌습니다.

이참에 K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K리그를 세계적으로 알리는데 기여하면서 은퇴까지 하는 모습도 봤으면 하는 기분 좋은 상상도 해봄직 합니다. 지금까지 맹활약했던 K리그 외국인 선수 가운데 K리그 무대에서 은퇴까지 한 선수는 귀화 선수 신의손 정도가 유일합니다. 대부분 K리그 무대에서의 활약을 통해 다른 리그로 이적하거나 고향으로 돌아가 은퇴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K리그 분위기도 많이 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프랜차이즈 스타'급으로 크는 외국인 선수가 더 많아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문화가 잘 갖춰졌을 때 그만큼 K리그를 바라보는 대외적인 시선도 좋아질 뿐 아니라 더 좋은 외국인 선수들의 러시가 이어지는 계기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적응하기 힘들다는 K리그 무대에서 롱런하고 팀에 기여한 선수들은 분명히 그에 합당한 대우와 응원을 보내주는 것이 마땅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외국인 선수들의 K리그 롱런은 아주 의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좀 더 좋은 활약을 펼치고 그럼으로써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며 은퇴까지 하는 외국인 스타를 더 많이 볼 수 있는 K리그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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