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청부 고발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캠프와 보수언론 등에서 '텔레그램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손준성(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보냄' 표시를 문제삼아 '의혹 보도'에 의혹이 있다는 프레임이다.

6일 동아일보는 기사<"檢서 고발장 건넨 증거" vs "사용자 이름 조작 가능">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측근이 야당에 여권 정치인 등의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 보도와 관련해 핵심 근거인 텔레그램 메시지 캡처의 진위를 두고 법조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 9월 6일 <“檢서 고발장 건넨 증거” vs “사용자 이름 조작 가능”>

동아일보는 "손 검사를 잘 아는 법조계 관계자들은 텔레그램 일반방 메시지가 조작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며 "텔레그램 사용자가 자신의 이름을 임의로 변경한 뒤 타인에게 이미지 파일을 보내면 해당 파일에 변경된 이름이 표시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동아일보는 "텔레그램 비밀대화를 이용할 경우 'OOO 보냄'은 표시되지 않는다"면서 "텔레그램 특성상 대화방에서 '손준성 보냄'이 있다고 해서 해당되는 실제 인물이 보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검찰 출신 법조인 발언을 전했다.

같은 날 중앙일보는 기사 <윤측 "고발장 조작 가능성"… 여권선 수세 몰린 윤의 사주 의심>에서 '손준성'과 '보냄'의 글씨체가 다르다며 조작 가능성을 제기한 윤석열 캠프 측 입장을 전했다. 중앙일보는 "손 검사도 고발장 전달 사실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김경진 대외협력특보 등 윤석열 캠프는 이번 의혹 자체를 '여권 정치공작'이라고 규정했다. 텔레그램 메시지·파일 전달 시 발신자의 이름은 보낸 사람 휴대전화에서 임의로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조작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실제 텔레그램에서 사진파일을 전달해보면 발송자 이름과 '보냄'의 글씨체가 다르게 표시된다.

지난해 4월 3일 김웅 국민의힘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송파 갑 국회의원 후보)과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가 나눈 텔레그램 대화 내용. 고발장과 실명 판결문, 증거자료로 사용할 페이스북 캡처 사진 위에 '전달된 메시지', '손준성 보냄'이라고 적혀있다. (사진=뉴스버스)

또한 이러한 주장이 성립하려면 누군가가 1년여 전 총선을 앞두고 검찰총장 직속 간부인 손준성 검사의 이름을 도용해 '실명 판결문' 등을 첨부한 고발장을 텔레그램으로 전달해야 한다. 김 특보는 지난 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누가' 그런 조작을 했냐는 질문에 "그건 모를 일"이라고 답했다. 이어 김 특보는 이른바 '검수완박'을 주장하는 '세력'들이 조작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캠프의 '여권 정치공작' 주장과 관련해 뉴스버스 이진동 발행인은 제보자의 신원이 "지금 국민의힘 측 사람인 것은 맞다"고 밝혔다. 제보자가 국민의힘 인사로 확인될 경우 '여권 정치공작'을 내세운 윤석열 캠프 주장은 무너지게 된다.

한국일보는 사설 <'고발 사주 의혹'…김웅·손준성부터 조사해야>에서 "손준성 검사와 김웅 의원이 주고받은 이메일이나 SNS 등 정보통신 수단만 조사하면 고발장을 주고받은 사실을 금세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판결문 열람 기록을 조사하면 손 검사가 신라젠 사건 관계자들의 실명이 담긴 판결문을 김 의원에게 넘겼는지 여부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일보는 "사실 규명에 앞서 의혹을 기정사실화하는 여권의 무리한 공세도 문제지만, 솔직한 해명 대신 입증 책임을 언론에 돌린 윤 전 총장의 대응은 더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6일 뉴스버스와 한겨레 등은 국민의힘 김웅 의원과 손준성 검사로 추정되는 인물이 텔레그램을 통해 고발장 등 관련 이미지를 주고받은 사실을 공개했다. 뉴스버스는 "출처 노출 위험을 피하기 위해 문서 파일로 전달하지 않고, 문서를 사진으로 찍어 사진 묶음 파일로 보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웅 의원은 당 관계자에게 파일을 전달한 뒤 대화방 삭제(방 폭파)를 지시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윤 전 총장과 국민의힘에 당부한다. 지금은 '공방' 대신 '진실'이 필요한 시간"이라며 "섣부르게 '정치 공작' 프레임을 앞세워 진상 규명을 회피하거나 수사에 소극적·방어적인 태도로 일관해선 국민 불신만 키울 뿐이란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의 면담을 위해 당 대표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향신문은 기사 <윤석열 덮친 '고발 사주' 의혹 이번 위기는 다르다>에서 "공격은 당 안팎을 가리지 않고 쏟아지지만 지원군은 적다. 지지율은 정체 상태"라며 "위기 돌파 여부에 따라 야권 대선구도 전체가 출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향신문은 윤석열 전 총장이 이번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됐다는 점에서 앞서 가족에 대한 도덕성 논란이 제기된 것과는 차이가 있다며 "질적으로 다른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서울신문은 사설에서 "의혹이 사실이라면 검찰권을 사유화(私有化)해 부당하게 행사했다는 비판은 물론 검찰이 조직 보호를 위해 야당을 활용했다는 것인데, 이는 검찰 바로 세우기 차원에서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손준성 검사는 뉴스버스 보도 이후 첫 공식입장을 내어 "제가 고발장을 작성하거나 첨부자료를 김웅 의원에게 송부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님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손준성 검사는 "향후 근거없는 의혹 제기와 이로 인한 명예훼손 등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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