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어려울 줄은 몰랐습니다. 선수 본인은 '많이 배우고 있다'고 하지만 경기 자체를 뛰지 못하고 있으니 마냥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입니다. 이제는 결단이 필요한 때입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명문팀 아스널에 소속돼 있는 박주영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조차 얻지 못하며 위기에 빠졌습니다. 박주영은 10일 새벽(한국시각), 영국 런던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리즈 유나이티드(2부리그)와의 2011-12 잉글랜드 FA컵 64강전에서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결국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며 공식경기 연속 결장 기록이 9경기로 늘었습니다.

▲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에서 뛰고 있는 박주영(AP=연합뉴스, 자료사진)
공교롭게 이날 아스널의 전설로 불리는 티에리 앙리가 결승골을 넣었다는 점에서 박주영 입장에서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미국에서 뛰다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의 강력한 요청으로 2개월 임대돼 들어온 앙리는 이날 후반 22분 교체 투입된 뒤 11분 뒤인 후반 33분에 선제 결승골을 터트리며 아스널 팬들을 흥분하게 했습니다. 앙리와 벵거 감독이 포옹을 한 골 세레모니는 그만큼 선수에 대한 감독의 신뢰가 두텁다는 것을 뜻했고, 그 믿음에 선수가 제대로 보답한 것이기에 의미가 남달랐습니다. '왕의 귀환'이라는 단어가 곳곳에서 나왔고, 벵거 감독은 "필요하면 앙리의 임대 기간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밝혀 사실상 2011-12 시즌이 끝날 때까지 앙리를 데리고 있겠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앙리 임대 영입이라는 큰 변수가 작용하면서 박주영은 매우 힘든 처지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그나마 1월 열리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으로 차출되는 선수들을 대체할 자원으로 박주영이 거론되기는 했지만 아스널에 상당한 족적을 남긴 앙리가 영입돼 곧바로 주축 자원으로 분류되면서 박주영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졌습니다. 최근 2군 리저브 경기에 나섰을 때마저 2군 팀 감독으로부터 혹평을 들었던 박주영은 어느 때보다 더 추운 겨울을 보내게 됐습니다.

결장 경기가 늘어나면서 이제는 박주영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어쨌든 결장 경기수가 늘면 늘수록 자신의 실전 기량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그만큼 가치도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컵대회, 챔피언스리그에는 출전했어도 입단한 지 5개월이 지나도록 프리미어리그 데뷔조차 하지 못한 것은 분명히 생각해봐야 할 대목입니다. 무작정 "좋은 팀에 있는 것만으로도 많이 배운다"는 생각보다는 약간 눈을 낮춰 제 기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곳으로 눈을 돌리는 게 박주영 입장에서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물론 임대돼 새로 뛸 팀을 찾는 것 역시 현재 상황에서 어려운 건 마찬가지지만 자신을 위해서라도 현실적으로 생각하고 이에 빠르게 대처해 변화를 꾀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박주영의 잇따른 결장은 본인에게나, 한국축구 전체적으로나 악재임에 분명합니다. '위기설'이 나온 것 자체는 싫어도 돌아가는 상황 역시 비관적인 것을 감안하면 박주영의 빠른 결단이 이제는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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