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는 모름지기 운동에만 전념할 때 가장 빛난다고 합니다. 당연히 운동선수는 자신의 본분을 다하며 빛나는 활약을 펼쳐야 하겠죠. 그런데 '스포테인먼트(Sportainment-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의 합성어)'가 프로 스포츠에서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선수의 이미지 관리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운동을 잘 해야 할 뿐 아니라 대외적으로 얼마만큼 잘 보이느냐에 따라 그 선수의 가치도 오르내리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축구 선수들이 많이 아쉬웠던 건 사실이었습니다. 대중 매체를 통해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많은 팬을 보유하게 된 프로야구, 프로배구 등과 다르게 대중 매체에서의 축구 선수들의 자세는 상대적으로 닫혀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왔습니다. 물론 개성 넘치는 선수들도 정말 많고 이를 잘 아는 축구팬들은 나름대로 친근감을 표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 경계를 넘어 전(全)대중적으로 인지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국가대표팀에 들어있는 선수들 이름을 꿰차고 다녔던 10년 전과 다르게 지금은 국가대표에 어떤 선수들이 있는지도 잘 모르는 경우가 허다할 정도입니다.

충분히 흥미로웠던 1박 2일 출연

그런 상황에서 최근 KBS2 인기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에 전북 현대 이동국과 일본 J리그 감바 오사카 이근호가 출연한 것은 꽤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축구 선수들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 자체가 참 간만이었던 것도 인상적이었지만, 이들이 국민적으로 사랑받는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어떤 식으로 출연에 임하고 어떻게 한국 축구를 알릴지 주목됐기 때문입니다.

역시 '전문 예능인'이 아니다보니 어색해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인상적이었던 것은 휴식기였음에도 똑같은 '프로'답게 출연진들과 잘 어우러져 녹아드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 그리고 프로그램의 성격에 맞게 가감 없이 솔직한 면면을 보여주며 많은 사람들에게 축구 선수, 국가대표 공격수의 이미지를 드높이는 데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자신의 이미지가 망가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크게 개의치 않고 간간이 예능감을 과시하면서 자신 그리고 한국 축구를 조금이나마 알리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동국, 이근호의 출연은 충분히 박수쳐줄 만했습니다.

▲ KBS2 인기 예능프로그램 1박2일에 출연한 이동국, 이근호 (사진 캡쳐)
상대적으로 닫혀 있던 축구 선수들의 마인드

사실 약 10년 전만 해도 축구 선수들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간간이 있었습니다. 물론 그 중심에는 당시 K리그 흥행을 주도했던 신세대 스타들이 있었습니다. 바이킹을 타고 무서워하는 '테리우스' 안정환의 모습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에 남을 '레전드급' 예능 출연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또 김병지, 고종수, 이천수 등도 간간이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끼를 뽐낸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선수들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전반적으로 예능 프로 출연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됐습니다. 그 때문에 은퇴를 하고나서야 옛 현역 생활을 회고하는 정도가 대부분이었고, 현역 선수가 예능 프로에 나서는 것은 알게 모르게 금기시됐습니다. 마인드가 닫혀지다 보니 대중에 어필할 수 있는 자리는 축구장이 전부였고, 그래서 끼를 갖춘 선수가 있어도 대중적으로 알릴 수 있는 기회 자체를 얻지 못했습니다. 야구, 배구 등이 스포츠채널 전문 프로그램을 통해 선수들의 끼를 알게 되고 팬들과 더 가까이 다가가는 계기를 만들었을 때 축구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축구 전문 프로그램이 있었다 해도 선수들의 일상이나 색다른 면면을 보는 것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예능 출연으로 새로운 효과 기대한다

그런 가운데서 이동국, 이근호가 국민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에 나선 것은 꽤 신선했습니다. 그라운드에서만 보거나 일부 고정팬들만 알고 있던 이들의 솔직한 면면을 이제는 대중적으로 조금이나마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물론 단순히 이틀, 방송 분량으로는 3번 나왔다 해서 이들의 전부를 본 것은 아니었을 겁니다. 그래도 예능을 통해 자신 그리고 한국 축구를 색다르게 알리고 보여준 것 자체만으로도 이는 한국 축구, 그리고 K리그를 바라보는 시선을 더욱 긍정적으로 포장할 수 있는 기회이자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들에 잘 몰랐던 사람들이 앞으로 국가대표 경기나 K리그 경기에서 봐야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자연스레 한국 축구, K리그에도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효과를 가져다줄 수도 있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운동선수가 예능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기본적으로 자신의 본분을 다하고 '외도'를 하는 게 맞습니다. 그렇다고 '축구만 잘해서' '운동만 잘해서' 자신을 어필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특히 프로 스포츠 선수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자신의 기호, 선택에 달려있기는 하지만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분야를 조금이라도 색다르게 알리고 팬들과 더 가까이 다가가는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점에서 비춰보면 예능 프로그램에 한두 번 정도 나오는 것은 자신도 좋고 동료나 해당 종목의 전체적인 분위기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동국, 이근호의 1박 2일 출연은 긍정적이었고, 이들의 선택이 결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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