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모 가쓰히로의 걸작 사이버펑크 애니메이션 <아키라>가 영화화 작업에 들어갔다는 소식은 몇 차례 전해 드렸습니다. 할리우드에서 진행 중인 실사판 <아키라>는 몇몇 감독이 오르내리던 끝에 <오펀: 천사의 비밀, 언노운> 등을 연출한 하우메 콜렛 세라에게 돌아갔습니다. 출연배우는 초창기에 키아누 리브스, 브래드 피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이 카네다 역으로 물망에 올랐으나, 최종적으로 <트론: 새로운 시작>의 가렛 헤드룬드가 맡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른 역의 후보로는 루머가 숱하게 나도는 가운데, 돌연 <아키라>의 영화화 계획이 전면 보류되고 말았습니다.

'할리우드 리포터'의 보도에 따르면 <아키라>의 영화화를 진행하고 있던 워너 브러더스의 뱅쿠버 스튜디오가 예산책정 및 캐스팅 단계에서 문을 닫았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워너 측에서 <아키라>에 들어갈 돈에 대해 우려와 의구심을 품었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서 정확히 얼마가 투입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정도의 제작비를 쏟아부을 가치가 있는지 워너에서 확신을 못하고 있는 거죠. 아니, 확신을 못하는 게 아니라 아예 가능한 저렴하게 찍으려고 하는 모양입니다.

워너는 이미 <아키라>의 예산을 대폭 축소시킨 전력이 있습니다. 하우메 콜렛 세라 이전에 <아키라>의 감독으로 내정됐던 앨버트 휴즈의 청사진은 1억 5천만 불짜리로 보였습니다. 워너는 이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바람에 견해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끝에 앨버트 휴즈가 물러났습니다. 이후에 하우메 콜렛 세라가 <아키라>를 넘겨받았고, 그에게는 제작비로 약 절반 수준에 불과한 9천만 불을 제시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이것조차 많다고 여겨 보류된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배우들 외에 로버트 패틴슨, 앤드류 가필드, 제임스 맥어보이 등도 후보에 올랐다가 제외된 것 역시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그렇다면 워너 브러더스는 <아키라>의 제작비로 얼마가 적당하다고 보는 걸까요? '할리우드 리포터'의 얘기로는 고작 6천~7천만 불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렛 헤드룬와 함께 크리스틴 스튜어트, 켄 와타나베, 헬레나 본헴 카터가 출연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런 영화(?)에 9천만 불이나 투자하는 것을 회의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거죠. 이로 인해 하우메 콜렛 세라와 제작자 등은 <아키라>의 예산을 더 줄일 수 있도록 시나리오 수정 작업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이해는 합니다. 제작사로서는 저비용 고효율을 꿈꾸는 게 당연하겠죠. 그런데 말입니다. 저로서는 왜 워너가 굳이 <아키라>를 영화화하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것도 예산까지 계속 줄이도록 애쓰면서 말입니다. 애니메이션을 보신 분들이라면 다 아실 겁니다. <아키라>가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절대 저 정도의 예산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최소한 제대로 만들 의지가 있고, 비주얼에서 원작에 충실한 영화를 계획한다면 그렇습니다. 처음에 영화화 소식을 듣고 우려했던 것 중의 하나도 이것이었는데, 지금에 와서 보니 워너의 관계자가 원작을 보긴 한 건지 의심스럽네요.

<아키라>는 몇 년 동안 수차례나 엎어질 위기에 처했다가 작년에 본격적으로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진짜 제작될 모양이라고 생각했지만 역시나 또 벽에 부딪히고 말았습니다. 과연 결말이 어떻게 날지 두고 보도록 하죠.

단신 1) 나탈리 포트만이 워쇼스키 남매가 차기작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Jupiter Ascending>에 출연할 수도 있습니다. SF인 이 영화는 향후에 시리즈로 제작될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 L.A. Times -

단신 2) 헨리 주스트와 아리엘 슐만이 3편에 이어 <파라노말 액티비티 4>도 연출합니다. 올레! - Bloody Disgusting -


영화가 삶의 전부이며 운이 좋아 유럽여행기 두 권을 출판했다. 하지만 작가라는 호칭은 질색이다. 그보다는 좋아하고 관심 있는 모든 분야에 대해 주절거리는 수다쟁이가 더 잘 어울린다.
*블로그 : http://blog.naver.com/nofeet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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