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새해를 여는 첫 달에 열리는 첫 국제대회, 빅터 코리아오픈 배드민턴 슈퍼시리즈 프리미어대회 2012년 대회가 8일 서울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남녀 단복식, 혼합복식 등 5개 종목 결승전을 끝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지난해부터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이 대회별로 등급을 매겨 전영오픈, 중국오픈, 인도네시아오픈, 덴마크오픈과 더불어 프리미어 대회로 치러지고 있는 코리아오픈은 올림픽, 세계선수권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권위를 인정받으면서 총상금이 100만 달러(12억 원)로 가장 많아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 배드민턴 대회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런던올림픽을 6개월 앞두고 열린 대회여서 그 의미가 어느 때보다 남달랐습니다. 물론 3월에 전영오픈이 열리기는 하지만 올림픽이 열리는 해에 갖는 첫 국제 대회인 만큼 대회에 나선 세계 톱랭커들의 마음가짐은 달랐습니다. 매년 세계적인 배드민턴 선수들이 출전해 많은 관중이 차는 대회로 유명하지만 올해는 암표상까지 등장할 정도로 그 열기가 어느 때보다 높았습니다.

▲ 결승전에 꽉 들어찬 관중. 높은 열기를 실감했다. 남자 복식 결승전에 나선 이용대-정재성
경기 시작 전부터 관심 뜨거웠던 남자 복식 결승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이 가장 기대하는 선수는 바로 남자 복식 간판 정재성-이용대(이상 삼성전기) 조입니다. 현재 세계랭킹 2위로 한국 선수들 가운데 가장 높은데다 국제대회 경험도 많아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히고 있습니다. 한때 국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을 정도로 환상의 호흡을 과시하고 있는 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불의의 일격을 당해 아쉽게 메달의 인연을 맺지 못했습니다. 서른 줄에 접어든 정재성이 런던올림픽을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할 뜻을 내비친 상황이라 어느 때보다 독한 마음을 먹고 준비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이 두 선수가 함께 나선 마지막 코리아오픈 역시 남달랐을 것입니다.

공교롭게 정재성-이용대 조가 맞붙은 선수는 국제대회 준결승, 결승에서 자주 만났던 상대인 세계 1위 중국의 차이윈-후하이펑 조였습니다. 상대 전적에서는 10승 9패로 약간 앞서 있을 정도로 팽팽한 두 선수의 결승 맞대결에 관중들의 관심은 시작 전부터 후끈했습니다.

치열한 접전, 그러나 막판 집중력 저하에 패하다

1세트는 정재성-이용대 조가 주도했습니다. 최근 코리아오픈에서 연속 우승을 차지했던 만큼 두 선수의 우승 의지는 대단했습니다. 그 때문이었는지 중반까지 치열하게 끌고 가다 막판에 집중력을 발휘하며 21-18로 비교적 쉽게 경기를 따냈습니다. 하지만 2세트에서 정-이 조는 상대의 연속 공격과 후하이펑의 강한 스매시에 고전하며 17-21로 세트를 내줬습니다.

운명의 3세트. 절대 세트를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 때문이었는지 정재성-이용대 조는 공격이 잇따라 성공을 거두며 16-11, 5점 차까지 스코어를 벌렸습니다. 3회 연속 우승이 눈앞에 다가온 상황. 하지만 이때부터 차이윈-후하이펑 조의 연속 공격 역시 만만치 않게 성공을 거두기 시작했습니다. 어느새 스코어를 야금야금 따라붙더니 19-19로 동점을 이뤘습니다. 막판 집중력, 체력이 필요했지만 기세가 오를 대로 오른 차이윈-후하이펑을 꺾지는 못했습니다. 결국 연속적으로 점수를 내주며 19-21로 졌고 세트스코어 1-2로 역전패하며 아쉽게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역대 전적은 10승 10패로 동률을 이뤘습니다.

체력적인 부담, 그래도 최선 다했던 이용대-하정은

이날 이용대는 남자 복식 결승을 끝내고 2시간 후에 혼합 복식 결승에도 나섰습니다. 남자 복식과 혼합 복식에 모두 나서다보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파트너 하정은(대교눈높이) 역시 1시간 여 전에 여자 복식 결승을 치른 터라 체력적으로 부담이 있었습니다. 반면 상대팀 중국의 수첸-마진은 이 경기가 첫 경기였습니다. 홈에서 치른 대회였지만 조건은 불리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도 이용대-하정은 조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도 세계랭킹 12위로, 세계 6위인 수첸-마진 조에 밀려있습니다. 그럼에도 이-하 조는 끝까지 따라붙었고, 2세트에서는 뒤집기에 성공하며 21-19로 따내 승부를 3세트까지 몰고 갔습니다. 체력적으로 부담이 큰 상황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3세트에서는 무기력하게 패하고 말았지만 마지막까지 혼신의 힘을 다 한 두 선수에 관중들은 끝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응원을 펼쳤습니다.

▲ 경기를 치른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경기를 치른 이용대, 하정은(좌), 결국 중국의 수첸-마진 조가 우승을 차지하며 끝났다(우)
'6년 만의 무관' 그래도 희망은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단 한 개 종목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습니다. 이는 지난 2006년 대회 이후 6년 만의 일이라고 합니다. 올림픽을 앞두고 치른 대회에서 거둔 성적이기에 아쉬움은 클 수 있습니다. 많은 관중들이 들어찬 상황에서 우승 하나 건지지 못했던 건 두고두고 안타까웠을 것입니다.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아쉬움보다는 희망이 많았습니다. 우승은 못했어도 한국은 이번 대회에 남자 복식, 여자 복식, 혼합 복식에 모두 결승 진출팀을 배출시켜 '복식 강국'다운 면모를 과시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결성된 이용대-하정은 조가 프리미어대회 첫 결승에 오른 것은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또 여자 단식에서 배연주(KGC 인삼공사)가 준결승까지 올라 새 희망을 보였습니다. 올림픽을 목표로 준비하는 과정에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렇게 성과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 가진 인터뷰에서 이용대는 "목표는 항상 올림픽 금메달이다. 올림픽만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다. 올림픽 때는 잘 할 것"이라면서 이번 대회 준우승에 대한 아쉬움을 떨쳐내고 강한 의지를 밝혔습니다. 아쉽게 타이틀을 빼앗긴 남자 복식에 대해선 "남은 기간 동안 경험을 쌓고 순간 대처 능력을 키워서 큰 경기에서 좋은 경기하겠다"는 말을 잊지 않았습니다.

수준 높은 관중문화, 최고를 향해 가는 코리아오픈의 힘

선수들의 경기력도 긍정적이었지만 매년 경기 수준이나 열기가 점점 더 올라가는 것도 희망적이었습니다. 지난 2009년 대회 이후 매년 이 대회를 찾았지만 해가 갈수록 대회 질이 올라간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입니다.

특히 관중들의 매너 있는 관전 수준은 경기를 벌이는 선수들을 신명나게 하고, 감탄을 자아내게 했습니다. 이날 경기를 맡은 한 외국 심판진은 "관중 분위기가 너무 놀랍다. 대단했다"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기도 했습니다. 우리들에게 생활 스포츠로 이미 뿌리 깊게 자리잡혀 있는 배드민턴이 '엘리트 스포츠'로도 큰 인기몰이를 하는 계기를 만들어낸 이번 코리아오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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