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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구제' 프레임도 못 건진 민주당의 언론중재법강행처리, 고의·중과실 추정 등 독소 조항 발목…"표현의 자유에 대한 중복규제 우선 해소하라"
윤수현 기자 | 승인 2021.08.19 21:36

[미디어스=윤수현 기자]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범여권 측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처리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고의·중과실 추정 요건이 추상적이어서 ‘독소조항’이 될 수 있다는 점 등이 문제로 꼽힌다. 언론 피해자 구제라는 취지는 사라지고 언론 옥죄기라는 비판의 각만 선명한 상황이다. 민주당이 의견 수렴이 아닌 강행 처리를 택해 프레임 선점에서 밀린 것으로 보인다.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현업언론단체는 19일 공동성명에서 “국민공청회 개최와 정의당이 제안한 국회 언론개혁특위 설치를 대안으로 제시했다”며 “민주당의 개정안 강행처리는 ‘언론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최대한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노골적인 의사표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종환 문체위원장 앞에서 항의하고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 (사진=연합뉴스)

이들은 “지난 4월부터 시민이 참여하는 공영방송 이사와 사장 추천 절차의 법 개정을 우선 처리해 줄 것을 요구해 왔다”며 “그러나 ‘공영방송을 시민에게 돌려드리겠다’는 당 차원의 약속은 철저한 기만극이었으며, 언론중재법 강행처리 과정에 현업 언론단체들은 들러리를 위한 미끼로 전락했다. 민주당은 언중법 개정의 명분으로 ‘시민 보호’를 내세우더니, ‘참여하고 결정할 시민’을 요구하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금이라도 법사위 및 본회의 처리 일정을 멈추고 국회 내 언론개혁 특위 구성과 사회적 합의 절차에 나서라”며 “언론중재법 개정에 앞서 형법상의 명예훼손과 사실 적시 명예훼손 처벌 조항을 삭제해 언론 및 표현의 자유에 대한 중복규제를 우선 해소하라. 언론에 대한 정치적 기득권 강화를 위한 모든 행위를 중단하고, 언론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이들은 민주당에 공영방송 국민참여 보장 등을 실현하기 위한 입법 절차 착수를 요구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논평에서 “민주당은 민주적 절차를 무력화한 채 의석수를 등에 업고 법안을 밀어붙였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법안 내용을 수정했다고 주장하지만 강행처리를 위한 요식행위였을 뿐이다. 법안이 바뀔 때마다 등장하는 독소조항은 의견수렴이 아니라 졸속입법의 결과임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언론연대는 “부당한 수단으로 언론을 옥죈다면, 표현의 자유가 숨 쉴 공간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며 “우리 사회는 이미 ‘사실적시 명예훼손’, ‘모욕죄’ 등 언론·표현을 과도하게 규제하는 법과 제도를 겹겹이 운영하고 있다. 열람차단이나 징벌적 손배제 도입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언론연대는 “공영방송 지배구조개선, 인터넷 표현의 자유 확대, 성평등 미디어의 실현, 미디어노동인권 강화 등을 뒷전으로 밀어둔 채 강행 처리한 게 이 법안이라니 한탄스럽다”며 “언론중재법 강행처리는 다수의 횡포이며 민주주의 후퇴일 뿐”이라고 규탄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원고가 입증책임을 지는 것을 문제로 꼽았다. 언론사가 고의·중과실에 대한 입증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민언련은 논평에서 “입증책임 완화를 분명하게 규정하여 시민 피해구제 효과를 높여야 한다고 국회에 거듭 촉구해왔다”며 “언론보도 사건의 특성상 언론사가 대부분 취재 및 사실관계 정보를 갖고 있는 증거의 편재현상이 일상적이다. 따라서 일반 시민이 피해자일 경우 고의 중과실에 의한 허위조작보도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책임은 언론이 지도록 하자는 제안”이라고 밝혔다.

민언련은 “어떤 보도가 허위조작보도라는 것을 피해자가 입증하게 된다면 행위자인 언론사는 고의 중과실이 없음을 입증하는 방식으로 입증책임을 배분하는 방식을 제안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며 “언론의 역할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는 요건을 열거하고 있는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에 대해 전면 수정을 요구했지만 일부만 수정됐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동연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언론중재법이 아니라 ‘언론중죄법’을 만들어 버린 민주당의 입법폭주를 규탄한다”며 “잘못된 언론보도로부터 시민 피해를 구제하고 언론의 공정성을 추구하는 것이 언론개혁의 기본 취지다. 그런데 모호하고 추상적인 고의·중과실 기준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겠다는 것으로 오히려 언론 전체를 때려잡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동연 대변인은 “앞으로 ‘삼성 X파일 사건’, ‘2007년 대선 BBK와 다스 사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같은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에 대한 언론보도는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공공재로서 언론의 기능이 위축되고 시민의 알 권리는 침해받을 수밖에 없다. 본회의 처리 전에 언론중재법을 전면 재검토하고, 언론개혁 과제를 사회적 합의로 처리할 수 있도록 ‘국회 언론개혁특위’ 구성하여 제대로 된 언론개혁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언론단체와 시민사회, 국제단체까지 나서서 언론중재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음에도 전혀 듣지 않았다"며 "의회민주주의를 무시하고, 언론자유를 말살한 그 대가를 민주당은 반드시 치르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비롯한 수십여 명의 국민의힘 의원들이 문체위 회의장에 들어와 피켓시위를 벌이고 상임위원장석에 찾아가 단체항의를 한 것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사라진 줄 알았던 국회 폭력이 국민의힘에 의해 재연됐다”며 “분명한 법적 조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한병도 부대표는 “(국민의힘의) 감염병예방법과 국회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이 명백하다”며 “방역 수칙에 따라 상임위원만 참석이 가능함에도 단체로 몰려와 밀집된 상황에서 구호를 외쳤다. 법적 조치를 하기 위한 자료를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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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현 기자  melancho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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