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진민정 칼럼] 과거, 뉴스 기사는 쉽게 사라지는 상품이었다. 신문은 한 번 읽고 나면 생선을 포장하거나 야채나 과일 껍질을 한데 모으거나 창문을 청소하는 데 사용되곤 했다. 정보는 잊히기 쉬운 상품이었고, 대중의 망각 능력은 신문 산업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였다. 오보가 있더라도 정정 보도를 내는 일은 흔치 않았다. 양파 껍질과 더불어 기사의 오류 역시 쓰레기통으로 사라지곤 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문제가 있어도 쉽게 묻혔던 그 세계는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의 무한한 기억 능력에 의해 침범당했다. 뉴스 기사는 온라인에 아카이브로 축적되면서 이제는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영구적으로 접근 가능한 상품으로 변화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와 더불어 2020년 봄, 가디언의 편집자들은 팬데믹 시대에 아카이브가 잠재적인 위험 요소일 수 있다는 판단하에 새로운 편집 규칙을 마련한다.

그 이전까지 가디언이 기사 수정을 허용하는 데에는 예외적인 상황이 필요했다. 명백한 오류가 있거나 혹은 수정을 해야만 하는 법원의 결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가디언은 시대의 증인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기사를 있는 그대로 두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18일 오전 서울역 앞에 마련된 중구 임시선별검사소 앞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지어 서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팬데믹은 이 규칙을 허물고 말았다. 팬데믹 초기에 실렸던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마스크 착용의 효과’를 의심하는 기사처럼 몇몇 기사들이 그 의미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가디언은 “공공 안전”을 위한 새로운 규칙을 마련했다. 즉, 코로나19 관련 기사들을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이를 독자에게 명시적으로 알린다는 것이다. 뉴스 기사는 표시된 날짜의 지식 정보에 해당한다. 하여 가디언은 기사 말미에 다음과 같이 표기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전례 없는 특성과 바이러스의 계속되는 진화로 인해 이 기사는 최신 상황을 반영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되고 있습니다. 이 버전 또는 이전 버전의 기사에 대한 중대한 수정 사항은 가디언의 편집 정책에 따라 지속적으로 독자에게 전달될 것입니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는 변경 사항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동시에 시민의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아울러 가디언은 최대한 빠른 업데이트를 위해 새로운 작업 방식을 도입했다. 과거에는 원본 기사의 작성자가 자신이 쓴 기사를 업데이트하는 방식이었으나, 코로나19처럼 시간을 다투는 중대한 사안의 경우에는 이 방식이 한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돼 편집국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즉시 직접 설명을 추가하거나 기사를 업데이트하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다만 특정 백신의 임상시험 진행 상황처럼 몇 주 동안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된 콘텐츠가 완전히 쓸모없어지는 경우, 가디언은 기사 바로 윗부분에 텍스트와 그래픽이 더 이상 업데이트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삽입하고 있다.

또한 가디언은 독자의 혼란을 예방하기 위해 새로운 도구를 마련했다. 즉 발행된 지 한 달 이상 지난 기사의 경우, 기사 앞부분에 게시 날짜를 표시하는 노란색 배너를 추가한 것이다. 1년 이상 지난 기사 역시 게시년도를 SNS 공유 버튼 옆에 추가했다. 기사 공유 전에 그 기사가 최신 뉴스가 아니라는 점을 독자에게 상기시키기 위함이다.

물론 모든 언론이 가디언처럼 최대한 신속하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기레기’ 오명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코로나19 보도에서만이라도 최소한의 규칙은 지켜야 하지 않을까. 지속적인 기사 업데이트까진 힘들더라도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류가 발견되면 그 즉시 수정한다거나, 적어도 공공안전과 관련된 팩트는 정치적 프레임에 가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에 대해 언론이 신뢰할 만한 보도를 제공하지 않으면 거짓 정보와 루머가 확산하기 쉽고, 결국 이는 시민사회의 혼란과 불안을 가중시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 진민정 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칼럼은 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 '언론인권통신' 제 918호에 게재됐으며 동의를 구해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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