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인턴기자] MBC <뉴스데스크>가 편향적이라는 자성이 나왔다. 최근 MBC는 ‘도쿄올림픽 자막 사고’, ‘경찰 사칭 취재’, ‘예능 프로그램 왕따 논란’ 등으로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민주언론실천위원회(이하 민실위)는 17일 <우리는 순항하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민실위는 해당 보고서에서 “조국 사태 이후 우리 뉴스는 ‘편향적’이라는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민실위는 “기자 개개인 그리고 보도국 전체가 공유하고 있는 정서가 특정 입장과 가치를 추구한다고 하더라도 ‘공영방송’의 뉴스가 특정 집단을 옹호하는 방향으로 비쳐선 안 된다”며 “특히 이슈별 취사선택에 ‘패턴’이 보이고, 사안을 다루는 방식이 일관되지 않는다면 편향성 논란은 반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MBC 뉴스데스크 화면 캡처

민실위는 편향성 사례로 지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재판 보도를 꼽았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달 21일 김경수 전 지사 유죄확정 보도를 뉴스 후반부인 15, 16번째 순서로 배치했다. 반면 KBS <뉴스9>, SBS <8뉴스>는 뉴스 초반부에 4꼭지로 다뤘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해 11월 김 전 지사의 ‘2심 판결’ 당시 초반부에 ‘유죄 판단 이유’, ‘김 지사 반발’, ‘정치적 파장’ 등 세 꼭지로 전했다.

민실위는 “(김 전 지사 대법원 판결 보도가) 내용도 타사와 비교해 소극적이었다”며 “타사가 징역 2년의 유죄가 확정된 이유와 핵심 쟁점인 공모 관계에 대한 분석, 반전을 거듭했던 댓글 조작 사건이 4년여 만에 여권 유력 정치인의 낙마로 결론 난 과정을 자세히 보도했지만, 우리는 대법원 판결 분석에 그쳤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의 심각성은 해당 문제 제기가 외부에서 먼저 지적됐다는 점”이라며 “보도국의 공식 논의 기구인 편집회의에서 보도 이후 공식적으로 이에 관해 논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 취재기자는 민실위에 “김경수 재판 보도가 톱 블록이 아닌 게 매우 창피하다. 타사들이 모두 비웃는다”며 “특정 뉴스의 가치를 수많은 언론사와 현저히 다르게 판단했다면 전문성이 부족하거나 편향된 시각이 개입됐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는 데 반박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민실위는 ‘백신 예약사이트 먹통’을 다룬 리포트에 대해 방역 당국 대처의 안이함을 지적하기보다 당국의 입장 전달에 주력했다고 비판했다. 민실위는 “지난달 4차례 연속 백신 접종 예약사이트가 먹통 되는 동안 혼선을 빚은 예약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았다”며 “반면 타사는 방역 당국 대처의 안이함을 비판하며 구체적인 개선책 마련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민실위는 MBC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차별화된 뉴스를 내걸었지만 아이템 선택에 있어 명확한 기준이 없다고 지적했다. 민실위는 지난달 15일 한명숙 전 총리 담당 검사들이 재소자들을 상대로 허위 진술을 강요한 아이템이 당일 <뉴스데스크> 진행 도중 갑자기 빠진 것과 20일 옵티머스 1심 판결 기사가 당일 오후 <뉴스데스크> 큐시트에서 소위 그림 좋은 사건‧사고 기사로 대체된 것을 예로 들었다. 민실위는 “우리만의 뉴스를 보여주자던 아이템 대신 토론과 합의 없이 구성원들에게 소위 그림이 되는 사건‧사고 기사가 우리 뉴스의 방향인 것처럼 비치게 해서는 안 된다”며 “뉴스 방향에 대한 생산적 토론이 필요한 대목”이라고 말했다.

민실위는 인력난과 조직 문화가 만든 보도국의 위기를 신입 직원 채용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실위는 “핵심 보직을 맡은 시니어 기자가 줄줄이 휴직하고, 구성원들은 공부‧적성 등 여러 이유로 하나둘 보도국 밖으로 나가고 있다”며 “지금은 어떻게 탈출(?)했냐며 부러운(?) 눈빛을 보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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