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K리그는 대변혁기를 앞두고 있습니다. 바로 유럽 선진국이나 이웃나라 일본, 중국 등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승강제가 도입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까지 상위권 순위 싸움이 치열하게 이어졌다면 올해부터는 상위권뿐 아니라 하위권 순위 싸움이 더욱 볼만해질 전망입니다. 자연스레 매 라운드가 전쟁처럼 치열한 경기들이 쏟아질 것이고, 그만큼 박진감 넘치는 경기, 리그 수준의 향상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 사진: 김지한
승강제 도입 전부터 불협화음 있어선 안 된다

승강제의 안정적인 도입을 위해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해 2012 시즌 운영 계획을 내놓으면서 '스플릿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16개 팀이 30라운드를 치른 후 상위 8개 팀, 하위 8개 팀이 나뉘어 우승과 강등을 가리는 14라운드를 추가로 더 펼치는 것입니다. 지난해, 스코틀랜드와 네덜란드, 일본 등 승강제 선진 사례를 답사했던 연맹은 스코틀랜드의 '스플릿 시스템'을 한시적으로 도입하고 승강제의 조기 안착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큰 뼈대는 어느 정도 갖춰졌지만 아직 모든 것이 완전하게 만들어진 것은 아닙니다. 2부리그 운영 문제, 1부리그로 올라오는 팀의 가입금 문제 등 해결해야 할 부분이 남아있습니다. 더욱이 팀 사정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K리그 시도민구단들이 강등팀 숫자, 금전적인 부분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 있어 연맹이 이를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할 경우 시작 전부터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모든 팀이 승강제의 기본적인 도입 취지에 공감하면서 연맹 차원에서는 각 팀 모두 경쟁력을 스스로 키울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도움을 주는 것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양보할 부분은 양보하되 평행선을 달릴 경우에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협조하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몇 가지 사안 때문에 시작 전부터 삐그덕대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합니다.

30살 생일에 맞이한 K리그 승강제

어쨌든 승강제가 K리그, 한국 축구에 큰 변화를 줄 것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틀만 잘 갖춰지고 조기에 정착한다면 축구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면서 K리그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임이 분명합니다. 오래 전부터 필요성은 인식했어도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미루고 미뤄왔던 승강제는 2012 시즌에 K리그, 나아가 한국 프로스포츠에 하나의 획기적인 일로 기억될 것입니다.

특히 K리그가 햇수로 30년을 맞이하는 시점에 승강제가 도입되는 것이어서 그 의미는 남다를 것입니다. 역사는 오래 됐지만 상대적으로 프로야구에 밀려왔던 K리그는 이번 승강제 도입을 통해 반전을 노릴 것입니다. 지난해 승부조작 사태라는 대형 악재 속에서도 300만 관중 돌파라는 성과를 냈던 K리그는 이 악재를 훌훌 털어내고 승강제 영향을 받아 새로운 르네상스를 기대할 것입니다.

▲ 사진: 김지한
원대한 목표를 갖고 나아가야 K리그가 더 발전할 수 있다

하지만 승강제 도입만으로 K리그가 발전할 것이라 단순하게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연맹도 그렇고, 각 구단들 모두 승강제 도입을 새로운 기회로 여기고, 그에 따른 발상의 전환, 확대도 필요합니다. 단기적으로는 승강제 조기 안착이라는 과제를 해결해야겠지만 좀 더 멀리 내다보고 운영하는 노력도 동반돼야 합니다. 이를테면 이미 아시아 최고로 평가받는 경기력 뿐 아니라 마케팅, 관중 등에서도 아시아 최고를 지향하고 세계적인 리그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플랜을 잘 짜야 할 것입니다.

AFC 챔피언스리그 등을 통해 K리그가 아시아 최고 경기력을 자랑하는 것은 이미 어느 정도 세계에 알려졌습니다. 문제는 현재 그 경기력 수준만큼이나 다른 인프라적인 부분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입니다. 오래 전부터 많은 팬들의 질타를 받고 있는 방송 중계 문제가 그 가운데서도 대표적인 케이스이며, 기타 행정력, 자금력, 외교력 등에서도 K리그가 이웃나라 일본, 중국 등에 밀리고 있는 부분은 분명히 승강제 도입으로 리그 질을 높이는 것과 동시에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들입니다.

그만큼 K리그 스스로 가치를 높여야 하며, 자금력을 키울 수 있는 노력 또한 동반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팀을 운영하는 각 구단 주체, 축구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앞서 언급한 문제들조차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승강제를 도입해도 무늬만 번지지르하고 속은 아무 것도 없는 '어중간한 리그'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승강제 도입을 하는 것만큼이나 꾸준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닦고 멀리 내다보는 자세도 아주 중요한 시점입니다.

지난해 큰 위기를 맞은 K리그였습니다만, 이미 세계 몇몇 리그 중에서는 위기를 기회로 만든 경험이 적지 않았습니다. 1985년 헤이젤 참사(유러피언컵 결승전 경기 도중 유벤투스와 리버풀 관중 사이에 벌어진 싸움으로 39명이 죽고 454명이 다친 세계 축구 역사상 최악의 참사) 이후 침체에 빠졌던 영국 클럽 축구는 1992년 프리미어리그 출범으로 새로운 전환점을 찾아 제1의 리그로 성장했고, 1990년대 후반 침체에 빠졌던 독일 분데스리가 역시 자생적인 변화 노력으로 2000년대 중반부터 부쩍 성장해 유럽 최다 관중을 자랑하는 리그로 떠올랐습니다. 새로운 대책만큼이나 원대한 포부, 의지가 뒷받침됐기에 해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새로운 틀을 갖추고 출발선에 설 K리그, 기왕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라면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자세를 갖췄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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