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2020 도쿄올림픽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상황, KBS1TV <다큐 인사이트-다큐멘터리 국가대표>가 여성 스포인의 이야기를 담았다. 김연경, 박세리, 지소연, 남현희, 김온아, 정유인 등 여성 스포츠 선수들이 걸어온 길을 개인의 영광만이 아니라, 한국 여성 스포츠의 역사로 담아내고 풀어냈다는 점은 흥미로웠다.

대한민국 배구의 상징이 된 김연경을 시작으로 엄청난 근육으로 여자 마동석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했던 정유인의 이야기까지 풀어내는 과정은 흥미로웠다. 김연경이 어떻게 최고의 선수가 되었는지, 그런 성취 드라마도 흥미로웠지만 그보다 중요하게 조명한 것은 영향력이었다.

KBS1TV <다큐 인사이트-다큐멘터리 국가대표>

김연경은 시끄러운 선수로 알려져 있다. 그저 웃어넘기거나 침묵으로 동조하지 않고, 김연경은 배구협회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듯 싸우는 일도 많았다. 해외 진출을 하면서도 소속팀, 연맹 등과 마찰을 빚으며 어렵게 해외 진출을 이루기도 했다.

김연경은 당대 최고의 선수다. 세계 최고의 선수라는 사실은 기록으로 이미 증명되었다. 한국 선수에게 세계 최고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다는 사실은 대단하게 다가온다.

과거 남자 배구는 남자 농구와 함께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다. 상대적으로 여자 배구에 대한 관심은 적었다. 중계도 남자 배구가 끝나고 여자 배구가 편성되는 방식으로 어쩔 수 없이 구색 맞추기처럼 여자 스포츠도 함께한다는 식이었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여자 배구는 동메달을 따기도 했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4강에 올랐고, 2020 도쿄 올림픽에서도 4강 신화를 쐈다. 남자 배구와 비교해보면 비교 자체가 안 될 정도로 여자 배구는 대단한 업적을 쌓아가고 있다.

태극기를 단 여성들의 성취는 화려하고 위대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왜 여성 스포츠 스타들은 그에 합당한 처우를 받지 못하는 것일까?

여자 골프가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와 달리, 국내에서는 남자보다 여자 골프 대회가 더 많고 상금도 많다. 외국 기자들은 이런 사실에 놀라기도 한다고 한다. 그만큼 여자 골프의 경쟁력이 최소한 국내에서는 남자를 앞서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KBS1TV <다큐 인사이트-다큐멘터리 국가대표>

지소연 선수도 개척자로 불릴 수 있는 존재다. 만 15세에 국가대표가 되었고, 골까지 기록했다. 그리고 FIFA 주관하는 대회에서 대한민국 역사상 첫 메달을 따낸 존재이기도 하다. U-20 월드컵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그리고 U-17 월드컵에서는 우승도 한 한국 여자축구다.

이런 기세를 이어갈 수 있도록 국가와 협회의 지원이 이어졌다면, 현재 대한민국 여자 축구는 세계적인 수준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아시아권에서도 우승권과는 멀어진 상태다. 중국과 일본, 심지어 북한에게도 밀리는 전력이라는 점에서 안타깝기만 하다.

지소연은 WSL에 첫 진출한 선수이기도 하다. 첼시의 여성팀인 첼시 위민에 진출했지만, 그가 간 첼시 위민팀은 첼시 남성 팀과는 차이가 너무 컸다. TV로만 보던 첼시 홈구장은 입단을 위한 사진 촬영용이었다. 여성 팀 구장은 허름하고 인조 잔디였다. 훈련도 일주일에 세 번일 정도로 열악했다고 한다.

축구 종주국인 영국에서도 여자 축구의 여건이 이 정도란 사실이 놀라울 정도다. 하지만 그렇게 지소연은 첼시 위민에 합류하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2015년 지소연은 MVP를 차지하는 등 첼시의 전설이 되었다. 단순히 개인의 성취에 머물지 않고 여성 축구에 대한 지원을 요구하고 그렇게 선수단 자체가 변하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도 지소연은 위대하다.

박세리가 만약 당시 US오픈에서 우승하지 못했다면? 한국 여성 골프의 전성기는 오지 않았을지 모른다. 척박한 환경에서 20살 박세리는 미국에 진출해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국내에 박세리 키즈들이 늘어나며, 현재 전 세계 골프계를 평정한 한국 여자 골프의 전성기를 만들 수 있었다.

KBS1TV <다큐 인사이트-다큐멘터리 국가대표>

축구는 남녀 임금 차가 10배나 난다. 골프 역시 6배 정도의 차이다. 배구의 샐러리캡은 대외적 성적과 상관없이 남자들을 위해서만 열려있다. 그럼에도 테니스는 남녀 상금이 동일하다. 이는 전설인 빌리 진이 이를 언급하고 바꿨기에 가능한 성취였다.

미국 여자 축구의 전설인 메건 라피노는 월드컵 우승을 하고 남녀 임금 문제를 언급했다.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현장에서 관중들은 '이퀄 페이 Equal Pay'를 외쳤다. 왜 동일한 일을 하는데 임금은 차이가 나느냐는 지극히 상식적인 질문이다.

금메달을 따고 세계적인 스타가 나와도 대한민국에서 왜 여성 지도자는 소수일까? 이는 심각한 수준으로 고민해야 하는 문제다.

1948년 런던 올림픽 투원반에 나선 박봉식 선수. 그는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올림픽 출전자다. 이후 수많은 여성들이 올림픽에 나섰고, 엄청난 성과를 이뤄냈다. 하계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의 3관왕을 이룬 이도 여성 궁사인 안산이다.

KBS1TV <다큐 인사이트-다큐멘터리 국가대표>

세상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움직임에 맞춰 격렬한 논쟁도 벌어지며, 조금씩 옳은 방향과 방법을 찾고자 하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125년 올림픽 역사상 출전 선수의 성비가 비슷해진 건 2020 도쿄올림픽에서다. 여성 선수가 49% 출전했다는 것은 단순히 올림픽의 이야기만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 프로그램의 메시지가 무엇인지 명확하다.

역사는 투쟁한 이의 몫이다. 숨죽이고 외면하면 변하지 않는다. 능력은 남녀 구분해서 따질 수 없다. 자신이 이룬 성취만큼 합당한 임금을 받는 것에서부터 평등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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