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영국에서 유쾌한 소식이 날아왔습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선덜랜드에서 뛰고 있는 지동원이 2011-12 EPL 19라운드 맨체스터시티와의 경기에서 후반 종료 직전 극적인 결승골을 터트리며 선덜랜드의 팀 승리를 견인한 것입니다.

지동원은 후반 33분 교체 투입돼 활약하다 후반 종료 직전 속공 상황에서 동료 세세뇽과의 2대1 패스를 통해 상대 골키퍼 조 하트와 1대1 찬스를 맞았고 이를 침착하게 컨트롤해 조 하트를 제치고는 왼발로 가볍게 볼을 밀어넣으며 통쾌한 결승골을 만들었습니다. 이 골로 선덜랜드는 13위로 뛰어오른 반면 맨체스터 시티는 승점 쌓기에 실패하며 불안한 선두를 겨우 유지해내는 데 만족해야 했습니다.

▲ 지동원 (사진: 선덜랜드 홈페이지 캡쳐)
뭔가를 보여줘야 했던 지동원, 크게 한 건 터트리다

사실 지동원은 지난 9월 첼시와의 경기에서 데뷔골을 넣은 이후 불안한 행보를 이어오며 많은 이들의 우려를 자아냈습니다. 팀 성적은 곤두박질치는 데 공격수로서, 그것도 팀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할 조커로서 이렇다 할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다보니 책임감이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다보니 점점 경기력은 떨어지고, 이는 국가대표팀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물론 아직 어린 나이인 만큼 팀, 리그에 적응하는 단계에 있다고는 해도 나름 교체 출전을 통해서라도 꾸준하게 출전기회를 얻고 있던 입장이었기에 미진한 활약이 아쉬웠던 게 사실입니다.

급기야 자신을 영입했던 스티브 브루스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결국 물러나고 마틴 오닐 감독이 새 사령탑에 선임되면서 지동원의 입지가 어떻게 될지 주목됐습니다. 정식 감독에 취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혹 출전 기회를 더 안 주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짧은 기간 안에 뭔가를 보여야 했고, 기회가 주어졌을 때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었던 지동원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동원은 해냈습니다. 순위 싸움이 치열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했던 박싱 데이 기간에, 그것도 최강팀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지동원은 결승골을 뽑아냈습니다. 공격수는 골로서 이야기해야한다는 말을 그대로 실천해냈고, 원샷 원킬로 지동원은 새해 첫날, 첫 경기에서 귀중한 골을 뽑아냈습니다.

1골 이상의 중요한 가치를 지녔다

의미도 남달랐습니다. 이 골 덕에 선덜랜드는 확실한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고, 후반기 대도약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워낙 강렬한 인상을 남긴 골 덕에 지역팬들의 강력한 지지와 응원을 얻는 데도 성공했습니다. 선덜랜드 팬들은 경기 직후 지동원에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 지동원의 활약을 더 많이 보고 싶다는 반응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꾸준하게 교체 출전을 하면서 봐오다 중요한 순간에 크게 한 건을 터트린 만큼 지역팬들의 지동원에 대한 신뢰, 애정은 대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신예에 얼마나 기회를 줄지 관심을 모았던 마틴 오닐 감독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것은 큰 수확이었습니다. 데뷔골을 넣은 상대 첼시에 이어 리그 선두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중요한 순간에 골을 뽑아넣어 강팀 킬러라는 선덜랜드 안에서 자신만의 새로운 컬러를 입은 것도 성과였습니다. 지금까지 불안했다는 우려, 걱정을 한꺼번에 다 날려버린, 그래서 단순한 1골 이상의 큰 의미를 가져다 준 지동원의 '대박골'이었습니다.

어쨌든 이 골 하나가 지동원에게 EPL, 유럽 진출 첫해에 새로운 전환점을 가져다준 것만은 분명합니다. 이미 선배 박지성과 이청용이 중요한 순간에 넣은 골 하나로 롱런하고 팀의 간판으로 떠올랐던 전례가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도 지동원의 이 골 하나는 중요했습니다. 새벽에 잠을 확 깨게 했던 지동원의 이 짜릿한 골은 많은 이들이 유쾌하고, 활기찬 한 주의 시작을 맞이하게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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