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프로야구는 국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프로 스포츠다. 그렇다 보니 선수들이 실력과 상관없이 막대한 부를 쌓는 리그로 꼽히기도 한다.

10개 구단이 되면서 선수 부족으로 인해 말도 안 되는 연봉 인상이 이어졌다. 몇 년 전부터 리그의 수준 하락이 이어지며 많은 이들의 우려가 나왔었다. 그럼에도 선수 연봉만 치솟는 상황에 의문이 제기됐다.

올림픽 경기에서 한국이 4위를 차지한 것은 출전 국가가 6개국이기 때문에 가능한 순위였단 평가도 나온다. 더 많았다면 그 순위는 내려갔을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실력차가 컸다.

미국은 메이저 40인 로스터를 제외한 선수들이 출전했다. 일본은 올스타들이 출전했다. 이들과 대결에서 실력차가 나는 것은 당연했다. 한국 야구는 미국의 마이너리그 더블 A 수준이라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과거 한국 프로야구 수준을 더블 A 수준이라고 평가하는 미국의 전문가들에게 많은 이들은 분노했다. 그때는 메이저에서 뛰는 그리고 뛸 수 있는 스타급 선수들이 존재했기 때문에 이들의 평가에 반박할 수 있었다. 올림픽과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등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며 반박할 명분이라는 것이 존재했다.

7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동메달 결정전이 한국의 6대10 패배로 끝났다. 동메달 획득이 좌절된 한국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한국 야구의 경쟁력은 떨어지기 시작했다. 학교 야구가 줄어들고 경기력 자체도 낮아지며 당연하게 프로야구의 수준도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야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인기가 높으니 기업들은 돈을 쓰고, 이를 근거로 선수들은 실력과 상관없이 높은 연봉을 받았다. 일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연봉이 낮다고 하지만, 100억대 FA 선수들이 이제는 당연하다는 듯 나오는 것은 실력에 비해 과도한 금액이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실력은 마이너리그 더블 A 수준인데, 한국 선수들이 받는 연봉은 메이저 급이니 말이다.

구조적인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스트라이크 존이 국제적인 틀과 다르다는 이야기는 제법 오래되었다. 이런 문제만이 아니라, 급격하게 떨어지는 수준을 어떻게 끌어올릴 수 있는지에 대한 대안도 없다.

선수협은 가진 자들의 놀이터로 전락한 지 오래다. 2군 선수들에 대한 대안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올림픽을 앞두고 호텔에서 술판을 벌인 사건과 관련해서도 선수협은 그저 형식적인 사과에 그쳤다. 선수들을 위한 협의체이기는 하지만, 그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그건 존재 가치가 없단 의미다.

고인이 된 최동원 선수가 사비를 들이며 각고의 노력으로 만들어낸 것이 바로 선수협이다. 낮은 연봉에 제대로 된 처우도 받지 못하는 선수들을 위한 노력이었다. 최고 투수인 최동원은 굳이 선수협을 만들기 위해 구단주와 대립할 이유도 없었다.

최동원 선수는 오직 선수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 롯데의 전설이었던 최동원은 선수협 문제로 인해 강제로 퇴출되었다. 한국 야구사의 전설 중의 전설인 최동원이 현재의 한국 야구계를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야구대표팀 김경문 감독이 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야구가 어느 날 갑자기 추락한 것은 아니다. 최근 몇 년 동안 프로야구의 재미도 반감했다. 단순히 감염병 문제만이 아니라, 프로야구의 질적인 하락이 만든 결과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이 문제였다.

올 시즌이 열리기 직전 SK가 신세계에 구단을 넘겼다. SK가 야구단을 매각한 것은 그저 우연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동안 야구단 운영은 적자다. 이를 알고도 운영을 한 이유는 경제 논리 때문이었다. 지역 연고를 근간으로 홍보를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프로야구단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이런 효용성이 낮다면 대기업들이 굳이 야구단을 가지고 있을 이유는 없어진다.

현대가 그랬고, 이제 SK도 야구단을 버렸다. 단순히 SK 내부의 문제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언제라도 모기업이 야구단을 매각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이런 분위기는 이미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는 점에서 불안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현재 야구는 프로리그에서 가장 인기 높은 스포츠로 여겨지고 있지만, 이미 많은 이들이 야구를 떠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도쿄 올림픽은 한국 야구의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야구에 대한 집념도 보이지 않았고, 실력도 우물 안 개구리일 뿐이라는 사실을 확인해준 셈이다.

야구의 세계화는 점점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고, 미국과 일본만이 그나마 경쟁력을 갖추고 있을 뿐 한국 야구는 이들과 점점 멀어지고 있음을 보여준 대회였다.

지난 7일 도미니카공화국와의 도쿄올림픽 야구 동메달 결정전에 출전한 강백호가 껌을 씹으며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KBS 방송화면 캡처]

베이징 올림픽 이후 13년 만에 도쿄에서 야구가 정식 종목으로 부활했다. 그리고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는 정식 종목에서 제외됐다. 이후 올림픽에서도 이어질 것이라 보는 이는 없다. 굳이 몇몇 국가에서만 하는 야구를 정식 종목으로 채택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야구가 올림픽에서 영구퇴출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진다는 의미다.

야구는 분명 위기다. 학교 야구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10개의 프로야구단은 엄청난 비용을 사용하고 있다. FA면 100억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선수들의 실력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따지면 너무 형편없다는 사실이 올림픽에서 다시 확인되었다.

한국 프로야구는 최대 위기다. 대만 프로야구가 승부조작으로 몰락한 것과 다르지만, 드라마틱하게 눈에 보이지 않을 뿐 한국 프로야구도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이번 올림픽은 그 붕괴가 더 가속화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 사례이다.

제로에서 현재의 문제가 무엇인지 제대로 분석하고 어떻게 하는 것이 한국 야구의 미래를 위한 길인지 철저하게 고민해 반등의 기회를 찾아야 한다. 결국 한국에서 야구가 사라지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야구인들은 가져야 할 것이다. 더는 국민 스포츠가 아님을 자각해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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