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축구를 빛낸 선수는 많았습니다. 1월 아시안컵에서 득점왕을 차지하고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진출한 구자철, 잉글랜드 명문 아스널로 이적한 박주영 등이 머리 속에 곧바로 떠오릅니다. 1월 아시안컵 직후 대표팀에서 은퇴하고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여전히 변함없는 활약을 펼치고 있는 박지성도 있습니다. 물론 올해 도움왕을 차지해 K리그 최초로 MVP(최우수선수상), 신인상, 득점상, 도움상을 모두 휩쓴 이동국의 부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왼발의 달인' 염기훈, 철벽 수비를 자랑하는 곽태휘도 주목할 만 한 활약을 펼쳤던 선수들이었습니다. 모두 2011년 활약이 대단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2011년 한 해 최고의 선수를 꼽으라고 한다면 K리그, 한국 축구의 '기적 아이콘'이 된 신영록(제주 유나이티드)을 꼽고 싶습니다. 그는 충분히 그럴 자격을 갖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의 찬사를 들을 만 했습니다. 올해 한국 축구의 새로운 희망이자 중심이었습니다.

사투 끝에 기적같이 일어난 신영록

▲ 신영록 (사진: 김지한)
신영록은 5월 8일 대구 FC와의 리그 홈경기 도중 심장 부정맥에 의한 심장마비로 쓰러져 의식을 잃었습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축구장에서 갑작스레 쓰러져 목숨을 잃는 경우가 있었다고는 해도 워낙 강인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던 신영록이었기에 많은 이들은 크게 걱정하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좀처럼 깨어나지 못했고, 이 기간은 50여일이나 지속됐습니다. 길고 긴 ‘진짜 사투’를 벌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때부터 신영록을 향한 많은 팬들의 응원, 격려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신영록의 현 소속팀인 제주를 비롯해 전 소속팀인 수원 뿐 아니라 16개 모든 팀의 서포터들이 신영록을 응원하는 플래카드를 걸거나 격려메시지를 적어 직접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기적 같은 일이 벌어져 꼭 다시 그라운드에 나타나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동료들과 감독들 역시 신영록에게 꼭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랐고, 심지어 타 종목에서도 신영록의 쾌유를 비는 목소리가 나타났습니다. ‘신영록 살리기’에 많은 이들의 응원이 쏟아진 것이었습니다.

그 응원과 격려가 하늘을 감동시켜서 였을까요. 생존할 가능성이 10%도 안 된다는 절망적인 우려를 딛고 신영록은 50여일 만에 당당하게 깨어났습니다. 그리고 박경훈 제주 감독 앞에서 '강인한 모습,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며 우리 앞에 다시 선보였습니다. 그야말로 기적과 같은 일이었고,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기적의 아이콘, 그라운드에서 뛰는 꿈을 꾸다

의식을 되찾은 후에도 신영록은 매일매일 기적을 써내려갔습니다. 만에 하나 조금이라도 잘못 되면 언제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신영록은 꿋꿋하게 버텼고, 당당하게 일어나려 피나는 노력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다시 일어나 걷기 시작했고, 어눌하기는 하지만 스스로 의사소통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워낙 빠르게 호전되다보니 의료진도 놀라고 주위 사람도 놀랐습니다. 결국 쓰러져 입원한 지 4개월 여 만에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가 됐고, 이제는 집에서 병원을 오가며 통원치료를 받는 수준으로 회복됐습니다. 말 그대로 기적과 같은 일들을 잇따라 보여주며 신영록은 ‘기적의 아이콘’으로 통하기 시작했습니다.

당당하게 일어선 그는 사랑하는 선배, 친구 등이 있는 제주를 찾아 환하게 웃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지지하고 응원했던 팬들을 위해 경기장도 잇따라 찾았습니다. 쓰러진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을 것이라는 걱정이 있었지만 푸른 축구장에서 그는 결코 웃음을 잃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꼭 그라운드에서 뛰고 싶은 강한 욕구도 드러냈습니다. "다 나아서 기분 좋아요. 골을 넣고 싶어요. 세레모니. 감사드리고 열심히 하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요"라는 그의 말이 그의 심경을 대변합니다.

이달 초, 신영록은 또 한 번 감동적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K리그 시상식에 시상자로 나서 자신을 구하는데 큰 역할을 한 김장열 제주 트레이너에게 공로패를 직접 준 것입니다. 말이 어눌하고, 숨이 차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는 끝까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했고 마지막까지 큰 실수 한 번 없이 시상자로서의 역할을 다 했습니다. 그런 모습에 현장에 있던 많은 사람들은 박수를 보냈고,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그렇게 신영록은 처음부터 끝까지 많은 이들을 웃게 했고, 또 울렸습니다.

어려움 속 기적을 보인 우리들의 영록바, 내년도 기적을 써라

사실 올해 한국 축구는 어려운 일들이 많았습니다. 승부조작 사태, 국가대표팀 감독 경질 사태 등 굵직한 안 좋은 일들이 쏟아지면서 한국 축구를 바라보는 시선도 금세 식어버렸습니다. 그런 가운데서 신영록마저 쓰러졌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더욱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어려운 시기에 쓰러졌던 만큼 꼭 일어나기를 기원하는 마음도 더욱 간절했던 것 같습니다.

그것이 오히려 축구팬, 축구인들을 더 뭉치게 했고, 온갖 어려움에서도 사람들이 꾸준하게 경기장을 찾는 계기로 이어졌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신영록은 당당하게 일어섰고, 하루가 다르게 놀라운 회복을 지금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적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신영록은 31일 종로 보신각 제야의 종 타종행사에 나서 2012년 새해를 여는 의미 있는 미션을 수행하게 됩니다. 2011년 한해 보여줬던 희망 그대로 2012년에 더 큰 희망과 꿈이 이뤄져 신영록이 그라운드에 서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봅니다. 아울러 신영록이 직접 울리는 희망의 종소리처럼 2012년에도 보다 많은 사람들이 기적과 행복, 꿈을 이루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2011년 한 해 가장 빛났던 선수 자격이 충분한 '우리들의 영록바' 신영록의 또 다른 기적을 응원합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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