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네거티브 중단 선언이라는데, 과연 네거티브 이슈가 없어질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의 비전을 포지티브하게 내놓는 것보다는 남을 깎아내리는 게 득표 활동에 도움이 되는 게 냉정한 현실이다. 특히 추격자 입장에서는 네거티브 전략이 절실하다. 네거티브를 방어하다 보면 또다른 네거티브가 불가피한 것 역시 현실이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보면 이낙연 전 대표의 추격세는 다소 완화되는 분위기인 듯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네거티브 중단 선언은 대세론이 다시 점화될 조건이 갖춰진 영향일 것이다. 1위 후보의 지위가 안정적일 때는 네거티브에 무대응하다가, 2위 후보의 추격이 거세지니 네거티브에 손을 대고, 다시 상황이 안정되니 네거티브 중단 선언을 하는 모습은 보기에 썩 좋지 않다. 다만 어쨌든 ‘중단 선언’을 했다는 것에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일단 환영 입장을 냈지만 신경전을 계속 이어갈 태도다. 사과 주장에 경선불복론까지 불씨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 퇴각은 쉽지 않다. 앞으로 TV토론 일정이 더 남아있기 때문에 네거티브 공방은 어떤 형태로든 지속될 것이다.

다만 양상에 있어선 변화의 조짐이 보이는데, 양측의 네거티브 공방이 오히려 본선 경쟁력에 영향을 미쳐 정권재창출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여론이 커졌다는 점이 그렇다.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네거티브 공방으로 이득을 본 쪽은 없다는 점이 확인된다. 여당 후보들의 비호감만 키운 것이다.

여당 경선의 네거티브 논란은 주로 친문과 호남 표심을 겨냥한 형태로 돌출됐다. 17년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의 처신이 논란이 되거나 ‘백제 발언’ 등이 도마에 오른 이유가 이것이다. 이런 걸 갖고 대립하는 것 자체가 본선 경쟁력을 저해하는 일이다. 그렇잖아도 현 정권의 대표적 비판 포인트는 사람이든 정책이든 ‘끼리끼리’라는 것에 방점이 찍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더 문제는 이런 논쟁이 더 이상 경선이라는 내적 논리에 비추어 봐서도 수용되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가령 문흥식 전 5.18 구속부상자회장과 찍은 사진을 두고 양측이 대립한 게 그렇다. 조폭 출신이 맞네 마네를 떠나 중요한 것은 이 문제가 관련자들에겐 역사적 아픔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런 식의 공방을 호남 유권자들은 어떻게 볼까? 더 나아가서, 친문 표심이란 과연 17년 행적을 두고 흔들 수 있는 대상일까? 당 내외에서 이재명 이낙연 두 후보에게 비판이 쏟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앞에도 썼듯, 네거티브 중단 선언을 계기로 두 후보가 머쓱하게 뒷머리를 한 번씩 긁고는 선의의 경쟁을 펼쳐가게 될 거라고 본다면 오산이다. 이제 쟁점은 네거티브 자체보다는 네거티브 공방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로 옮겨질 것이다. 싸움을 뜯어 말리면 누가 먼저 때렸는지를 놓고 새로운 논쟁을 시작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재명 지사의 ‘네거티브 중단 선언’은 이 국면을 여는 신호탄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앞뒤 맥락이 뭐든 간에 유권자들은 ‘선언’을 했다는 것 자체를 평가할 것이다. 그 점에서 이재명 지사는 좋은 선택을 했다. ‘선언’에 맞는 실천을 해보려는 노력이 뒤따르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경선 불복’ 얘기는 서로 꺼내지 않는 것이 좋다. 이낙연 전 대표도 이번 대선을 끝으로 정계은퇴를 하는 게 아닌 이상 아름다운 승복이라는 좋은 그림을 만들고 정권재창출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하지만 경선 불복 논란은 이 그림의 맥락을 망칠 수 있다. 1위 후보인 이재명 지사에게도 좋을 게 없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8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 국면은 여당의 자중지란보다는 오히려 야권의 분열상이 유권자들에 더 큰 실망을 안기고 있는 것 같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간의 갈등은 황당하다. 당 대표와 새로 입당한 유력 대권주자가 갈등할 이유가 전혀 없는데도 상황은 그야말로 악화일로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당의 대표로서 이준석 대표의 책임을 먼저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패싱’ 논란이 벌어졌더라도 이준석 대표가 중심을 잘 잡았어야 했다. 정권교체를 위해선 대권주자들끼리 아웅다웅할 게 아니라 당의 단결이 필요하다는 점을 눈물로 호소했어야 한다. 이준석 대표가 큰 고려 없이 목소리를 높이는 바람에 마치 당 대표가 당내 기반을 확보하지 못한 대권주자에게 ‘갑질’을 하는 모양새가 된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갑질이 맞든 아니든 그런 모습으로 비춰지면 그런 사람이 되는 게 정치다.

오히려 이준석 대표가 자기 공간을 넓히려면 갑질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꼰대질’을 당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 이준석 대표 쪽에서 보면 윤석열 전 총장 쪽의 행태는 꼰대질에 해당할 것이다. 지지율이 높다는 이유로 돌고래니 멸치니 하면서 사실상의 특별대우를 요구해서야 되겠는가? 하태경 의원이 다른 주자들은 시간이 많아서 행사에 참여했겠느냐고 볼멘소리를 한 바와 같이, 윤석열 전 총장 식의 대응이 과연 공정과 상식에 걸맞은 것인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전 총장은 왜 이러는 걸까? 이준석 대표가 공정하지 않다는 불신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측면이 있다. 권성동, 정진석 의원 등은 대표 선거 때도 윤석열 전 총장이 접촉한 인사들인데 이들은 당시에도 이준석 대표 편은 아니었다. 정치참여 선언도 하지 않은 윤석열 전 총장이 그 시점에 국민의힘 인사들을 접촉한 건 좋은 수라고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그런 건 유승민 전 의원을 미는 거 아니냐는 소문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이준석 대표의 탄생이 자신의 대권 가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준석 대표는 이미 탄생했으므로 윤석열 전 총장도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준석 대표가 공정하든 말든 그로 상징되는 젊은 세대의 열망을 손에 쥘 생각을 먼저 했어야 했다. ‘치맥 회동’과 같은 그림이 계속됐어야 한다는 거다. 그러나 이준석 대표를 견제하고 현역 의원들을 줄 세우며 ‘땅따먹기’ 같은 상황을 연출한 덕에 이제는 불가능해진 듯하다.

이런 구도가 강화되는 배경에는 윤석열 전 총장 본인의 문제보다도 캠프에 합류한 중진들의 대선 이후 구상이 작용하는 면도 있다고 본다. 대선 이후 누가 당의 주도권을 쥘 것인가? 윤석열 카드로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당연히 당도 공신들이 장악할 것이다. 반면 패배한다면 직접적 책임은 당사자인 후보와 선거를 승리로 이끌지 못한 대표가 져야 할 것이다. 지난 대표 경선에서 통한의 일격을 맞은 당의 원래 주류 입장에선 어떤 경우든 이준석 대표를 흔들어 놓는 게 대선 이후 설욕전(?)에 유리하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나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나 양쪽 모두 당의 변화를 가능케 할 외부에서 온 변수 역할이 아니라 개혁의 대상이었던 당의 원래 기성 구조와 손을 잡는 선택을 하고 있다. 이 덕에 중도를 겨냥했어야 할 새로 합류한 후보들이 우클릭의 선봉장이 되는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 압도적 정권교체라더니, 애초에 그럴 수 있는 조건 자체가 없었던 거다. 누구를 탓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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