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MBC 연예대상은 아무도 놀라지 못할 억지 이변이 연출되었다. 시상을 불과 이틀 앞두고 대상에 대한 바뀐 기준을 기습 발표할 때부터 이미 다 짐작했던 결과였다. 사람이 아닌 작품에 대상을 주기로 갑작스레 변경된 MBC 연예대상은 나는 가수다에게 돌아갔다. 마지막 연예대상 발표는 이번 시상에서 가장 지루하고도 짜증스러운 순간이었다.
감정을 억누르고 냉정하게 평가한다면 2011년은 분명 나는 가수다의 해였다. 가요계뿐만 아니라 연예, 사회, 정치에 패러디 붐을 몰고 온 나는 가수다의 영향력은 올 한 해 가장 빛나는 것이었다. 비록 1년도 못 돼서 정점을 찍고 하락하는 조로현상을 보이고 있지만 나가수의 브랜드 가치를 깎아내릴 사람은 없다. 그러나 나가수는 연예대상을 수상함으로써 오히려 그 가치를 잃었다고 할 수 있다.
최우수상을 수상한 박미선이 인정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MBC 연예대상은 지루하고 무미건조했다. 무대가 좁을 정도로 도가 넘치는 상을 남발했다. 그러나 차고 넘쳤던 상이지만 무한도전에게 돌아간 상은 없다. 베스트 커플 1,2위를 차지한 것이 유일한데, 그것도 시청자 투표가 아니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베스트 커플상을 받은 박명수의 소감은 꽤나 의미심장했다.
시청자투표라는 점을 감안하면 MBC가 자진해서 무한도전에 배정한 상은 하나도 없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물론 유재석이 최우수상을 받기는 했지만 이는 빈손보다 못한 어르고 뺨치기에 불과했다. 유재석이 착하다고 해서 머리가 모자란 것은 아니다. 이번 시상에 대한 의미를 모를 리 없는 유재석의 표정은 복잡해 보였다. 그런 유재석의 시상소감은 평년과 달랐다. 아니 다른 누구와도 달랐다. 마치 박명수의 소감에 이어지는 것 같았다.
MBC가 유재석에게 최우수상을 준 것은 무한도전은 싫어도 국민MC 유재석을 차마 외면하지 못한 것이겠지만 이는 배려가 아니라 오히려 유재석을 곤란케 만드는 것이다. 올해 레슬링과 조정 그리고 독도특집까지 엄청난 감동을 선사한 무한도전의 다른 멤버들이 철저히 소외된 시상식에서 자기 홀로 상 받는 모양새가 결코 좋을 리 없다. 무한도전에 홀대받는 분위기에 나 홀로 받는 최우수상은 유재석을 두 번 죽이는 잔인한 편애에 불과했다.
시청자가 원했던 것은 억지 상도 아니고, 유재석만 주라는 것 역시 아니다. 무한도전에 대한 왜곡되지 않은 평가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시청자의 뜻을 알려고도 하지 않는 요즘의 MBC는 만나면 반가운 친구가 아니다. 만나기 싫은 옛날 친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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