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은 <나는 꼼수다>의 해였다.

MB 내곡동 투기 의혹, 나경원 1억 피부 관리 및 재판 청탁 의혹, 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의혹은 기존 시사 보도프로그램을 통해 보도될 법한 사안들이었지만, 나꼼수를 통해 알려졌고, 나꼼수를 통해 확산됐다. 적어도 올 한 해, 기존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꼼수가 언론의 역할을 충실히 감당했다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을 정도다.

그래서인지 KBS, MBC, SBS 구성원들은 “올 한 해 나꼼수를 키워준 건 방송3사”라는 자조 섞인 농담을 하기도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주관하는 민주언론상을 나꼼수가 수상한 것은 분명 나꼼수의 선전을 의미하지만, 반대로 올 한 해 한국의 언론이 얼마나 무능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했다.

<미디어스>는 세밑을 맞아 언론을 돌아보고 마무리하는 기획 인터뷰를 준비하고자 했다. 하지만 특히 올해만큼은 두드러진 활약을 보인 언론인이 없었다. 이렇다 할, 움직임도 성과도 없었다. 이에 <미디어스>는 한 해 동안 언론의 역할에 충실했던 나꼼수의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목사 아들 돼지”로 더 익숙한, 나꼼수 멤버 김용민 PD를 만나기 위해 27일 오후 5시 국민대 국제관을 찾았다. “제가 없더라도 쫄지마~” 깔깔대는 정봉주 전 의원의 웃음소리가 공간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날 김용민 PD가 열심히 작업하던 정 전 의원의 깔때기가 담긴 ‘정봉주 징역 1년 확정 기념 호외’는 27일 밤 공개됐다.

▲ 김용민 PD ⓒ미디어스
먼저, 김용민 PD에게 ‘올 한 해 나꼼수의 가장 큰 성과’를 물었다. 그러자 “각하의 재산 증식에 제동을 걸었다”는 자신있는 답변이 돌아왔다.

“각하의 재산 증식에 제동을 걸었다. 내곡동도 그렇고, 경준이(김경준) 추방도 못하고, 얼마나 고생이 많으시나. 각하의 탐욕에 제동을 걸고, 각하에게 빅엿을 드린 거다. 그분의 오로지 일생 소원은 재벌이 되는 것인데, 그분에게 가혹한 형벌은 재산 몰수다. 앞으로도 나꼼수가 할 일은 진보 운동의 구심체? 이런 것은 분수에 맞지 않는 거고, 정말 우리가 꼭 해야 할 일은 부당한 재산 증식을 방지하는 게 아닌가 싶다. 꼼수를 부릴 수 없도록 하는 게 우리의 존립 목적이다.”(하하)

거셌던 나꼼수 열풍의 이유도 함께 물어봤다. 그러자 그는 “이 시대에 대한 울분의 표출을 나꼼수에 대한 지지로 보여준 것이지 (멤버) 개개인의 인기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때로는 각하 걱정이 될 때도 있다. 열화와 같은 분노를 사고 있는 이 양반이 살 길이 없겠다 싶다. 퇴임 이후 운신의 폭이 상당히 없겠구나 싶다”고 말했다.

나꼼수 열풍에 따른 후폭풍도 있었다. 조중동 뿐 아니라 스스로 ‘보수’를 자처하는 사람들까지 나서 “나꼼수가 사람들을 선동하고 있다” “무책임한 폭로만을 하고 있다”는 비난을 일제히 쏟아냈다.

이와 관련해, 김용민 PD는 “(나꼼수를 듣는 분들은) 우리를 선택했지, 우리에게 계몽당한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우리를 욕할 게 아니다. 언론과 정당이 국민의 마음을 얻는 데 실패한 것이다. 조중동, 특히 한나라당은 나꼼수 탓을 하기 전에 본인들이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것부터 반성해야 한다고 본다. 얼마나 오만한지 돌이켜 봐야 한다. 똑똑한 국민들이라는 걸 분명히 알아야 한다.”

▲ 김용민 PD ⓒ미디어스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정봉주 전 의원 이야기로 흘러갔다. 김용민 PD는 이번 정 전 의원 판결을 “나꼼수 중단 압박용”이라 규정했다. 정권 임기가 1년 남은 상황에서 레임덕을 맞자 ‘정봉주 수감’이라는 최악의 패착을 부렸다는 것이다.

BBK 의혹을 폭로했던 정봉주 전 의원의 징역 1년 확정에 대한 비판이 높다. 오히려 <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 등 해외 언론들이 나서 정 전 의원 수감 소식을 전하며 한국의 표현의 자유 위축을 우려할 정도였다.

“(정봉주 전 의원 수감을 통해 나꼼수를) 없애려고 하는 거다. 그렇지만 없어지지 않을 것이고, (이제부터는) 생존에 대한 싸움이 시작됐다. 외신 보도가 나왔다. 일본 언론도 줄줄이 기사를 쓰고 있다. 국격 돋는다. 다른 나라 언론이 보도하는 게 모두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는 상식 밖의 행동이 분명하다. 대통령에 대한 의혹 제기인데 이 때문에 감옥을 보낸다는 것은 어이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BBK 의혹이 완전히 잘못된 것으로 귀결됐나? 여전히 수많은 의혹이 남아 있고, 진실이 가려지지 않았다.”

덕분에, 앞으로 나꼼수는 3인 체제로 유지된다. 대신, 녹음할 때 정봉주 전 의원 자리에 실제 정 전 의원 크기의 실사 사진을 앉히는가 하면, 나꼼수 방송 곳곳에 정 전 의원의 웃음 소리를 덧대는 등 여전한 존재감을 심어준다는 계획이다. 또, 일주일에 한 번 ‘정봉주 늬우스’를 만들어 근황을 전해주되, 말도 안 되는 얘기는 잘근잘근 씹어줄 예정이라고 한다.

인터뷰 당일, 김용민 PD를 비롯해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주진우 <시사인>기자 등 나꼼수 멤버들은 구치소에 있는 정봉주 전 의원 면회를 다녀왔다. “정봉주 의원은 괜찮으시냐”고 물었더니, “면회 시간 10분 내내 깔때기를 했다”며 당시 유쾌했던 분위기를 전했다.

김용민 PD에 따르면, 정 전 의원은 “구치소에 있는 3천 명이 다 나의 편”이라고 말하는 여전히 깔대기를 보였다고 한다. 또, 정 전 의원은 구치소 벽 한 쪽에 나중에 대통령이 되었을 때 추진할 국정 운영 구상을 메모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에 김어준 총수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당시 면회 상황을 메모해야 했던 교도관도 이들의 대화를 들으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고 한다.

“정작 쫄지 말아야 할 사람들은 언론인들”

▲ 김용민 PD ⓒ미디어스
이날 인터뷰에서는 현, 언론 상황에 대한 질문과 대답도 이어졌다. ‘방송사 구성원들이 나꼼수를 키운 건 방송 3사”라고 말할 정도다’라는 질문에, 그는 MB 정권에서 겪은 언론인들의 ‘수난’에 대한 안타까움도 표했다.

“정말 문제는 이 정권 들어 잘 나갔던 사람들이다.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스크래치 한 번 인생에 안 난 사람은 문제가 있는 거다. 특히 언론인들의 징계, 소송은 훈장이자 스펙이다. 개길 때가 됐다. 1년인데 뭐 못 참나. 언론들이 쫄면 안 된다. ‘쫄지마’는 김어준 총수가 만든 말인데, 정작 이 말을 들어야 할 사람들은 언론인들이다.”

그는 특히, 국민일보와 부산일보의 투쟁에 대해 “멋지다”는 극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그동안 국민일보의 정체성은 조용기였는데 이를 부정하고 거듭나겠다는 것이고, 부산일보 역시 그들의 정체성이었던 정수장학회를 부정하고 새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우리 언론인들이 용기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언론인들을 향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지난 4년 동안의 언론 굴종의 역사를 면밀하게 기록해서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환경이 바뀌더라도 과거 정권에서 가졌던 언론 자유를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사장 한 명 바뀌었다고 뉴스의 논조가 180도 바뀌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김용민 PD는 현 정권 아래에서 부역했던 언론인들의 명단을 작성하고 있다. 바로 언론계 ‘친이인명사전’이 그것이다. MB정권에서 승승장구했던 언론인들에 대한 자료 또한 수집하고 있다. 그는 정권에 부역했던 언론인들에 대해 “염치없는 인간들”이라며 “언론을 얼마나 농락했는지 책임 추궁을 시작해 정권이 끝난 다음 그 대가를 지불하게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미디어스> 독자들에게 새해 인사를 부탁했다.

“미디어스, 참 좋다. 기사도 기사지만 관점이 있는 글들이 많아서 재밌게 읽는 부분들도 있고, 이런 시각이 있구나 싶다. 절대 쫄지 마시고 내년에 제대로 한 번 개겨 보자. 국민으로부터 신망을 잃은 권력은 존재 가치가 없다. 말 그대로 있으나마나한 정권이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기에 심판할 일만 남았다. 각하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오직 빅엿 뿐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