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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배구 4강행, 갓연경 활약과 터키에 나무보내기 운동[미디어비평] 스포츠에 대한 또 다른 시선
장영 | 승인 2021.08.05 12:40

[미디어스=장영] 한국 여자배구가 4강에서 브라질과 리턴매치를 치르게 되었다. 세계 4위 팀인 터키를 잡고 이제 세계 2위 브라질과 결승행을 다투게 되었다. 예선에서 0-3으로 완패했던 한국팀이라는 점에서 결코 쉽지 않은 승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터키 배구가 세계 4위이지만 올림픽에서 8강은 처음이다. 그만큼 올림픽 성적이 좋지 않았다. 그와 달리, 한국 배구는 메달도 딴 기록이 있을 정도로 올림픽 기록은 좋다. 어제 경기에서도 터키 대표팀에서 실수가 많이 나온 이유는 첫 8강 진출에 따른 부담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8강에 대한 부담만이 아니라 현재 터키에서 기록적인 화재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 대한 아픔도 함께했을 듯하다. 경기 전 올림픽 메달로 시름에 잠긴 터키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는 포부를 밝힐 정도로 선수들은 부담을 갖고 경기에 임했다. 

한국 여자배구는 터키에게 최근 2승 7패로 열세였다. 객관적인 성적 차이가 뚜렷했다는 의미다. 더욱 아시아에서 주최국 일본과 함께 중국 등 세 팀이 8강에 나섰지만, 유일하게 한국만 8강에 들어갔다. 우승까지 했던 중국의 부진은 극심했고, 한국에 진 일본은 더는 힘을 쓰지 못하고 탈락했다.

4일 일본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8강 한국과 터키의 경기. 한국 김연경이 공격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아시아 팀으로서 유일하게 8강에 오른 한국은 5세트 풀접전을 펼치며 다시 한번 극적인 드라마를 작성했다. 이번 경기의 분수령은 3세트였다. 그 세트를 가져가는 팀이 승리를 거둘 수밖에 없는 치열한 랠리였다. 

이 치열한 대결 속에서 김연경이 터키에서 뛰면서 친했던 대표팀 주장 에르뎀의 공격을 막으며 분수령을 만들었다. 그렇게 어렵게 3세트를 잡은 한국은 4세트를 내주기는 했지만, 오히려 힘을 비축하는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일본과 경기에서도 5세트에서 극적인 결과를 낸 경험이 있던 한국은 부담스러워하는 터키와 달리, 좀 더 여유롭게 마지막 15점 승부를 할 수 있었다. 8강도 처음이고, 마지막 5세트 승부라는 점에서 터키의 부담감은 눈에 보일 정도로 컸다.

위기에 강한 모습을 보이는 한국 여자배구는 그렇게 절대적 열세에서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 여자배구는 중요한 핵심 자원이었던 쌍둥이 자매가 학폭 논란으로 영구 제명되며 공백이 큰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없어도 한국 여자배구가 충분히 강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인성이 나쁘면 활동하기 어려운 환경이 갖춰졌다는 것은 대한민국 사회 전체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밖에 없다. 실력보다 인성의 중요성이 대두되며, 결과만이 아니라 과정의 중요성을 더욱 큰 가치로 만드는 문화의 변화는 그래서 반갑기만 하다.

4일 일본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8강 한국과 터키의 경기에서 승리, 4강 진출에 성공한 한국의 김연경 등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가 끝난 후 한국 여자배구팀은 환호했다. 일본과 대결에서 승리한 후 눈물을 보였던 선수들은 이번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그리고 지난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던 대한민국은 이제 45년 만에 올림픽 메달을 노리게 되었다.

상대적인 열세 속에서도 대한민국은 그 어려운 일을 해내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김연경이 있었다. ‘10만 명 중 1명’ 나올 정도의 선수라며 김연경에게 찬사를 보내는 국제배구협회의 모습은 그가 얼마나 위대한 선수인지 다시 깨닫게 한다.

4강에서 맞대결하게 된 브라질 언론에서도 김연경의 활약을 보도하며 ‘반칙’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김연경의 활약은 브라질 언론의 지적처럼 반칙이다. 올림픽 무대에서 한 경기 30점 이상을 4번이나 기록한 유일한 선수가 김연경이다. 터키와 경기에서도 28점을 기록한 김연경의 끝은 어디인지 알 수 없을 정도다. 

그저 공격만 잘하는 선수가 아니라 수비 역시 안정적이다. 18살 천재 선수로 얼굴을 알린 후 지금까지 그 실력이 떨어지지 않고 세계 최고로 유지하는 것 역시 경이롭게 다가온다.

작전지시하는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 Ⓒ연합뉴스

터키의 눈물은 첫 8강 진출에서 제대로 경기를 하지 못한 아쉬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경기 전 많은 선수들이 언급했듯, 터키 현지에서 번지고 있는 대형 화재에 대한 우려도 한몫했을 것이다. 터키에서 가장 인기 있고 사랑받는 여자배구가 메달을 따서 시름에 잠긴 국민들에게 위로와 응원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컸으니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여자배구를 본 후 터키에서 대형 산불이 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SNS에 #PrayForTurkey(터키를 위해 기도합니다) 해시태크 달기 운동을 자발적으로 펼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많은 누리꾼들은 터키에 나무를 보내는 기부를 시작했다. 묘목을 기부해 산불로 황폐해진 터키에 희망을 전하기 위함이다. 그렇게 우리 승리에 대한 기쁨만이 아니라, 패배한 상대팀에 대해 관심을 갖고 박수를 쳐주는 변화는 아름답게 다가온다.

과거처럼 은메달을 따고도 서럽게 울던 선수들은 이제 없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 역시 메달보다는 그 과정에 보다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런 변화가 결과적으로 8강전에서 치열하게 싸운 터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4일 일본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8강 한국과 터키의 경기에서 승리, 4강 진출에 성공한 한국의 김연경 등 선수들이 손가락 네개를 펴보이며 즐거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랭킹 13위인 대한민국이 8강에 합류한 것도 기적이라 평가되었다. 원팀 정신으로 단합했고, 그렇게 경기력을 끌어모은 한국 여자 배구팀은 그렇게 기적과 같은 역사를 쓰고 있는 중이다. 브라질이 넘기 어려운 팀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한국 여자 배구팀은 객관적인 지표와 상관없는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배구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라바리니 감독은 16살 때부터 코치로 활동하며 현재의 자리에 올라섰다. 대부분 선수 출신이 코치나 감독으로 자리에 올라가는 것과 달리, 선수 생활을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감독의 신선한 도발은 그렇게 한국 여자 배구팀과 함께 화려하게 타오르고 있다.

대한민국 여자 배구가 브라질을 꺾고 미국과 세르비아 승자와 금메달을 두고 경기를 할 수도 있다. 그리고 금메달을 목에 걸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물론 이와 달리 브라질에 지고, 미국 혹은 세르비아와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할 수도 있다. 

메달을 따지 못하고 퇴장할 수도 있지만, 상대적 열세 속에서도 대한민국 여자 대표팀은 이 자리까지 올라섰다. 김연경의 팀이기는 하지만, 모든 선수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 그런 원팀 정신으로 무한도전을 하는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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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  mfmc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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