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광고판매대행(미디어렙)법의 연내 처리가 사실상 불투명한 가운데,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정치권을 향해 거듭 연내 입법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민주통합당을 향해서는 “의원 총회를 소집해 재논의 하라”고 촉구했으며, 한나라당을 향해서는 “미디어렙 협상안 폐기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의 원내 수석 부대표가 미디어렙 법안에 대한 합의를 도출한 이후, 민주통합당은 26일 의원 총회를 열어 합의안을 추인하려 했다. 그러나 이날 의원 총회에서 최민희 임시 최고위원, 이미경(서울 은평갑), 조경태(부산 사하을), 정동영(전북 전주덕진) 의원이 “졸속 타결”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사실상 추인이 무산됐다. 이에 한나라당은 기다렸다는 듯, 발 빠르게 기자회견을 열어 기존 여야 원내 수석 부대표가 미디어렙 법안과 관련해 마련한 여야 협상안의 폐기를 선언했다. 이로써 미디어렙 법안의 연내 입법 처리를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 11월 22일 여의도에 위치한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언론노조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미디어스
이와 관련해, 전국언론노동조합은 27일 밤 성명을 내어 “2차례의 언론시민단체 연석회의를 통하여 이루어진 연내 입법에 대한 공감대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종편 봐주기’, ‘밥그릇 싸움’으로 철저히 폄하되었다”며 “위원장 단식 투쟁과 2차례의 총파업을 포함한 지난 8개월에 걸친 언론노조의 입법 투쟁은, 그동안 뒷짐 지고 있다가 느닷없이 나타난 시민단체 출신의 한 인사에 의해 무참히 짓밟혔다”고 규탄했다.

언론노조는 특히 “‘특정 학맥’과 ‘친정 인맥’이 작용된 무익한 강경론과 무책임한 연기론은 MBC 자사 미디어렙의 길을 터주고 조중동 종편의 직접영업에 대한 규제 명분을 상실하게 만들면서 ‘여론의 다양성’이라는 공공성을 담보해온 지역·종교방송 등 중소방송과 지역·독립신문을 끝을 알 수 없는 나락으로 밀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우려했다.

언론노조는 또 “지금의 섣부른 연기론과 무책임한 강경론은 그 출발점이 어떠하든 MBC 자사 미디어렙의 길을 터주려는 의도와 맞닿아 있다”며 “문제는 MBC 자사렙으로 인해 조중동 종편의 직접 영업을 규제할 명분을 약화시키거나 무력하게 만들고, 결국 중소방송과 중소신문의 몰락으로 이어져 방송의 공공성과 다양성을 지켜온 언론 전반의 파국이 선명하게 예견된다는 데 있다”고 규탄했다.

아울러 “우리는 여야 합의안 중 일부 독소조항을 이유로 미디어렙법의 연내 입법을 포기한다는 것은,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일과 다름없다고 본다”며 “미디어렙법의 공백상태가 가져올 언론계의 파국을 막아보려는 진정성이 종편을 정당화한 것이란 비난을 받을 일인가. 지역방송이 무너져 중앙방송의 하청방송으로 전락한다면, 도대체 지역민은 누구를 통해 자신의 민의를 대변하게 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언론노조는 마지막으로 민주통합당을 향해 “오늘 의원총회를 열어 여야 합의안을 재논의하고 연내 입법을 결의해 달라”고 촉구했다. 덧붙여, 한나라당을 향해서도 “민주통합당의 일시적인 혼선을 빌미로 한 합의안 폐기 선언을 즉각 철회하고 연내 입법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CBS가 27일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88명에 대해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 65명 가운데 34명이 미디어렙법의 연내 처리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BS는 “이는 연락이 닿지 않은 무응답 23명을 제외한다면 과반이 훌쩍 넘는 수치이며, 반대 의사를 표명한 의원은 11명에 불과했고 ‘좀 더 지켜보자’는 유보 의견은 20명에 달했다”며 “이처럼 찬성 입장이 우세함에도 불구하고 연내 미디어렙법의 통과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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